하우스 새댁 이야기는 소셜 바람을 타고~

  • 입력 2013.01.18 14:15
  • 기자명 최연희 바노들 하우스 새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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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마디 시리게 추운 겨울을 푸릇한 단호박과 보내고 있는 저는 ‘바람의 노래 소리를 들어라(바노들)’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하우스 새댁’입니다.

눈이 침침한 분들은 ‘바보들’이라고 부르기도 하시는데 상관없습니다. 단호박에 미친 바보들도 맞는 표현이니까요. 저는 바보스럽게 보일지언정 먹을거리를 가지고 장난 하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습니다.

저는 충북 진천에서 3,000평의 하우스 시설 농사를 지으면서 수박과, 단호박으로 먹고 사는 결혼 11년차 된 주부입니다. 꽃다운 나이에 수박 농사짓는 신랑을, 아니 제가 선택한 신랑을 만났습니다. 저의 ‘백색혁명’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하우스에서 일하는 모습을 10년 넘게 봐온 우리 농장의 아주머니들은 저를 아직도 새댁이라고 부르십니다. 수박순을 칠 때도 ‘새댁이 일도 잘 하네’, 들밥을 해서 나를 때도 ‘새댁이 반찬도 맛있게 잘 하네’, 농번기 때 교육과 공부를 할 때도 ‘새댁이 능력도 좋아’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새댁으로 10년을 지냈는데, 누구에게 물려주고 ‘헌 댁’하고 싶어도 시골에 시집을 안와서 물려줄 사람이 없어 아직 새댁에 머물러 있네요.

저는 호박과 수박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바노들’을 운영하고 있는데, 소셜의 바람은 새댁에게도 매섭게 불었습니다. 엉뚱, 발랄, 창의적인 생각을 가진 새댁은 9년 뒤 여성농업인 CEO의 자리에 오른다는 꿈을 스스로와 주변사람들에게 세뇌시키고 있습니다.

방법은 참으로 간단하면서도 무서운 ‘소셜네트워크’로 말이죠. 그 곳에 올린 글은 소리 없는 아우성 같이 번지고, 퍼지고, 날아가면서 새댁의 슬로건에 관심과 응원, 그리고 격려와 우려를 보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종 소셜네트워크로 번져 나가는 새댁의 이야기는 이제 허구가 아닌 현실이 됐고, 열심히 살아야 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당연히 실천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 새댁의 일상 이야기와 단호박 이야기 등을 담아 글을 쓰기 시작 했습니다. 그냥 쉽게 입으로 하는 수다를 글로 적어서 인터넷의 낯선 이웃들과 잡담을 하기도 하고 상담도 하면서 조금씩 새댁의 열정이 보이고 진심과 믿음이 느껴진다며 새댁이 농사 지은 것은 믿고 사겠다는 사람들도 생겨났어요. 참, 감동이고 눈물납니다.

제가 깨달은 것은 대부분의 농민들이 내가 지은 농작물은 항상 최상품이고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농산물 좋아요. 사세요. 정말, 좋아요.” 이렇게만 하면 소비자들이 안 산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저는 농부의 눈으로만 농산물을 바라보고, 팔고, 장사꾼들에게 매달리고, 가락시장에서 전전긍긍하며 가격 등급이 매겨지는 것을 마음조리며 기다리는 농부였습니다. 그 시간들은 정답 없는 시험지를 푸는 기분이었어요. 그러면서 매년 새로운 문제지 같은 기분으로 하우스를 바라볼 뿐이었지요.

하지만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때론 정답이 나오고, 창의적 발상들이 나오더군요. 새댁은 7년 동안 단호박 농사를 지으면서 깨닫지 못한 것을 소셜 덕분에 1년 만에 답을 찾았습니다. 그것은 소비자들과의 소통이었어요.

농사를 잘 지어서 맛있는 단호박을 만들기 위해 남편은 농장에서 열심히 구슬땀을 기꺼이 흘려 주었고요. 하우스 새댁은 그런 이야기를 열심히 거들면서 주워 날랐습니다. 덕분에 중부권 최고에 단호박을 만들 수 있었다고 자부합니다.  

새댁은 농촌에 젊은 농업인이 많았으면 합니다. 농촌 생활은 의외로 할 만하고, 농촌의 현장감 있는 이야기를 누군가는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농부들은 소비자가 다가와 주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올해 바노들의 목표 ‘지금처럼’입니다. 지금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바른 먹거리를 만드는 농부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그 속에 새댁이 함께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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