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해진 단감 재해보험

지역별 현황 고려 않고 일원화

  • 입력 2013.01.18 13:01
  • 기자명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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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진주 농민들은 단감재해보험이 동상해를 11월 10일까지만 보장하는 상품으로 일원화돼 유명무실해졌다며 가입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전했다. 감나무 가지치기로 올해 농사를 준비하는 오정찬씨.
  단감재해보험이 지난해 기존 세 가지 상품을 하나로 통합해 농민들이 가입을 포기하거나 포기의사를 속속 밝혀 제도 자체가 무색해지고 있다. 농민들은 NH농협손해보험과 농식품부가 지난해 단감의 특성과 지역 기상 상태를 고려치 않고 NH손보의 이익만 앞세워 보험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11년까지 단감재해보험은 동상해 보장기간을 11월 10, 15, 20일까지로 세 가지 보험 상품으로 나눠 가입신청을 받았다. 농민들은 자신의 영농계획과 수확능력에 따라 보험료를 더 내고 보장기간이 긴 상품을 선택할지의 여부를 결정했다. NH손보 측은 2012년부터 11월 10일까지만 보장하는 상품 하나만 남겨두고 기존 15일이나 20일까지 보장하는 보험을 없앴다.

10일로 보장기간을 일방적으로 바꾸고 일원화 시킨 이들의 논리는 간단했다. 역선택. 즉 빤히 동상해가 올 것이 분명함에도 수확을 늦추고 재해보험 보상금을 받으려는 농민들이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동상해를 입을 위험이 분명함에도 보험 가입자인 농민이 크기와 색, 당도를 고려해 따지 않거나 그 해 감 가격, 작황 상태에 따라 수확하지 않고 보험금을 받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또 서리를 맞게 되면 저장성이 현저히 떨어져 그 이전에 수확하는 것이 정상이란 주장이다.

문제는 단감 주산지인 경남지역의 경우 단감이 제대로 익어 수확 하는 시기가 적어도 11월 15일이 지나야 한다는 것. 10일경이면 수확할 수 있는 단감이 40~50% 수준에 머문다는 것이다. 김영호(진주 금곡면·단감 3ha)씨는 “10일경에 수확을 마친 농민들은 몇 안 된다. 푸릇푸릇하고 상품가치가 없는 풋감을 딸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며 앞으로는 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인근 오정찬(진주 문산면·단감 1.6ha)씨는 “재해보험을 만들 당시 농식품부 주무관도 농장에 다녀갔다. 적어도 20일까지는 보장해줘야 실효성이 있다고 요구해 관철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2002년부터 재작년까지 꾸준히 보험 가입을 했으나 지난해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가입할 의미가 없기 때문. “15일경에 수확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영농계획을 짠다. 특히 이 지역은 15일경에 아주 적게 하는 농가 빼고는 대부분 반 정도밖에 수확을 못한다”고 말했다. 적어도 15일에서 18일 정도로 보장기간이 설정돼야 현실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감이 잘 익어 당도, 크기, 착색이 제대로 이뤄지는 시기는 10월 20일 이후. 특히 오래두면 둘수록 당도가 높아져 상품가치가 좋아진다. 문제는 가을 동상해의 주요인인 된서리가 언제 내리느냐의 문제다.

농촌진흥청 감연구실 조광식 박사는 “지역별 편차가 크다. 안전지대에 속하는 밀양, 창원, 진주(경남), 전남 무안 등은 10일경에 된서리에 의한 동상해를 거의 입지 않는다. 그러나 한계지역인 함양, 합천(경남), 담양, 장성, 영광(전남) 등은 10일 경이면 수확을 마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박사는 “10일로 일원화 된 것에 아무래도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가장 공정한 것은 지역별로 기온과 첫서리를 살펴보고 보장기간을 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존 농민들의 요구에 따라 세 가지 상품으로 만든 것이 문제가 있다면 지역별로 보장기간을 정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잎에 따라 피해율을 산정하는 것에도 NH손보 측과 농민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보통 감의 경우 1차 5~6월, 2차 7월 하순, 3차 9월말에서 10월 말 경에 비대기에 들어가 감의 크기가 커진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양분을 공급하는 잎의 수. NH손보 측은 처음 5~6월에 영향을 크게 주고 이후에는 영향을 크게 주지 않는다며 그에 따라 피해율을 산정한다고 밝혔다.

올해와 같이 9월 중순경 태풍 피해를 받았다면 지난 5월, 7월경에 잎이 많이 달려있었으므로 그간 감이 많이 컸다고 보고 피해를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다. 이에 농민들은 “마지막 비대기인 9월 말에서 10월 말까지가 감이 가장 잘 큰다. 농업 실정을 전혀 모르고 피해율 깎기에만 몰두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실제 가장 감이 가장 상품성을 갖추는 시기를 농사를 모르는 NH손보 측이 무시한다는 것이다.

 농촌진흥청 감연구실 조광식 박사는 “감은 세 번에 걸쳐서 크는데 아무래도 9월 25일 이후가 색이 들면서 10월 하순에 팍팍 큰다. 잎이 없으면 거기서 생육이 멈춰버린다”고 말했다. 전체 비율로 봐선 얼마 안 돼 보여도 이 시기에 특상품의 감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오정찬 씨는 “지난해 9월 태풍 산바로 예년에 비해 특상품을 절반 수준 밖에 수확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보험사 측은 이를 피해로 생각도 안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농민들은 농협이 신경분리 된 이후에 농민들의 이익보다 보험사의 수익 논리에 매몰된 것 아니냐며 한숨을 쉬었다.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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