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 재배 한계 속 친환경 농산물 늘려

[기자가 만난 농민_옥천 주도완] 학교급식 재료 납품도 … 다문화가정 지원 확대해야

  • 입력 2013.01.11 13:36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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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노지 재배였다. 하늘만 바라보고 심었다. 평지가 적고 산지가 많은 고향에서 밭농사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옥수수, 감자, 고추, 잡곡(수수, 기장, 들깨, 콩) 등을 약 2ha의 땅에서 심고 키웠다. 하우스를 비롯한 시설 투자를 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농가부채는 없었지만 저축을 할 형편도 아니었다. 생활은 빠듯했고 늘 현상유지, 제자리걸음이었다.

▲ 주도완씨가 지난 8일 영농조합 회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자신이 나고 자란 옥천땅에서 1999년부터 농사를 지어 온 주도완(44, 옥천읍 안내면 월외리)씨는 “농사를 업으로 계속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시설 재배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측 불가능한 자연에 의지하는 노지 재배는 한계가 분명히 있었다. 작년과 제작년, 비가 몰아치고 가뭄이 이어지자 어떻게 손 쓸 겨를이 없었다. 지난해 11월 말에 수확한 콩은 지금껏 탈곡조차 하지 못했다. 유난히도 매서운 올 겨울 한파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모 아니면 도.” 그는 자연 앞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래서 더욱 “시설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5년 전부터 일부 작물을 친환경 무농약 농법으로 재배하고 있다. 규모는 0.7ha 정도. 수확량이 적고 품을 더 들여야 하는 고충이 있지만 관행농법으로 재배한 작물보다 20% 정도 가격이 높게 형성돼 규모를 더 늘리려고 하고 있다. 2009년 친환경 인증을 받은 뒤로 재배 면적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지역 농민회원들이 참여하는 친환경영농조합도 만들어 친환경 농산물 확대에 힘쓰고 있다. 30여 농가가 참여하는 안내친환경영농조합은 친환경 농산물 수매와 가공, 포장, 직거래 출하를 공동으로 작업하고 있다. 특히 ‘옥천살림’이라는 예비사회적기업을 통해 옥천 관내 학교에 학교급식 재료를 납품하고 있다.

연중공급이 가능하도록 저온저장고를 설치하는 한편, 쌀 도정을 위한 시설 또한 마련했다. 영농조합 이사를 맡고 있는 주씨는 “학교급식 납품은 수익적인 면보다는 안정적인 판로 확보에 대한 이점이 더 크다”며 “새해에는 급식 품목도 늘리고 영농조합에 참여하는 농가 또한 더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말, 3년 임기의 마을 이장을 ‘떠맡게’ 됐다. 70세 이상 노인이 마을 구성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형적인 산간농촌마을의 이장이다. “이장을 하기에 젊은 나이가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마을에 사람이 없어 친구들은 10여 년 전부터 이장을 맡아왔다”며 “아무래도 손발을 써야할 일이 많은 마을에서 가장 젊은 내가 이장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기장을 친환경 봉투에 담고 있는 주도완씨.
그는 마을 이장으로서의 포부도 함께 곁들였다. 주씨는 “전임 이장들이 마을의 복지 시설들을 잘 갖춰놓았기 때문에 앞으로는 마을의 어른들이 여가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현 정부의 농정에 대해선 신랄하게 비판했다. “씨 뿌릴 때와 수확할 때의 정책이 다르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정책들이 일관성있게 시행돼야 하는데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중앙정부에서 내려오는 정책들이 “해보고 아니면 말고”의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1년도 가지 못하는 정책들을 보며 “기가 막힐 뿐”이라고 말했다.

날선 비판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새 정부를 향한 주문으로 이어졌다. 그는 “50원 투자로 50원 이익을 내는 경제논리로는 농업은 항상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달라. 주권 생명 산업으로 인식을 재정립해 오락가락 갈피 못 잡는 농정을 바로잡아 달라”고 요구했다.

덧붙여 농촌의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2008년 국제결혼으로 중국인 아내를 맞이한 그는 농촌의 주요 구성원으로서 다문화가정이 늘고 있는 것에 비해 “지원은 미비”하다고 말했다. 군립 어린이집 등에서 다문화가정 가점 등 우선순위를 주고 있지만 타국에 와서 농촌에 정착해야하는 이주여성들을 위한 더 많은 교육,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말했다. “아내에게 농사짓자고 말하지 않아요. 가족이 모두 농사에 매달릴 필요는 없죠. 아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있으면 그 일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언어이든, 기술이든 간에.” 옥천의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한국어를 비롯한 한국 생활에서 필요한 지식들을 배우는 아내에게 그는 ‘더 나은 배움의 기회’를 주고 싶다. 그가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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