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정당한 가격은 얼마인가

  • 입력 2013.01.11 13:24
  • 기자명 조이다혜 서울여성회 아카데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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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고 있는 곳에서는 상근자들이 돌아가면서 매일 점심 식사를 준비한다. 많은 시민단체들이 그렇듯이 살림이 그렇게 넉넉치 않기에 10명의 사람들이 저렴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관건! 그래서 당일 당번은 ‘단 몇 가지 재료로 반찬과 국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메뉴는 무엇이 있을까?’ 늘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점심을 먹으면서도 ‘요즘은 고등어가 가격이 많이 올라서 집었다가 놔뒀네.’, ‘정해진 점심 값으로 마트에 가서 살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등 치솟는 물가 탓을 늘어놓게 된다. 어쩌다가 마트에서 세일을 하거나 몇 팩으로 묶어 싸게 파는 식료품들을 발견하면 ‘와~ 횡재했네!’ 다들 좋아라 한다. 얼마 전에도 느타리버섯이 3팩에 2천원이라며 기뻐했다. 우리는 점점 더 ‘저렴한’ 것을 찾게 된다.

그런데 뭔가 좀 찜찜했다. 이런 가격으로 판매를 하면 직접생산자인 농민에게는 얼마가 주어지는 것일까? 종자를 구입해 뿌리고, 가꾸고, 수확하고... 거기에 다듬고, 포장해서 차에 실어 마트로 나르고, 우리 손으로 들어오기까지 수많은 과정과 노동이 들어가는데 단 돈 몇 천원, 단 돈 몇 백원으로 정당한 보상이 되는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우리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공정 가격’ 보다는 ‘시장 가격’으로 사고하고 있는 것 같다. 농민은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 하나하나에 들어가는 재료비와 노동의 정도를 알고 있지만 가격을 매기는 것은 그들 자신이 아니다.

학교에서 배웠던 경제학 기초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상품의 가격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그러한 방식으로 사고하는 것이 낯설지 않다. 어떤 상품은 많이 생산되었다는 이유로 낮게 가치가 매겨진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그 가치가 매겨지는 상품들도 있다. 수요보다 공급이 적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모든 가치는 ‘돈’즉, 가격으로 매겨진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해보면 똑같은 물건도 사람의 필요와 욕구에 의해 그 가치는 달라진다. 무를 적게 생산하든, 많이 생산하든 그것에 들어가는 노동이 어떤 경우에는 가치가 있고 다른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다고 감히 얘기할 수 없다.

어느 해에 배추가 너무 많이 생산되어서 팔아봤자 인건비도 안 나오니 갈아엎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생산에서의 ‘과잉’은 왜 조절되지 않는지, 갈수록 인간의 노동은 왜 정당하게 인정되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상품의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이 합리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다.

이런 일도 있다. 한 번은 아는 언니와 마을에서 운영하는 생협을 같이 갔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생협 물건 중에서 가공품은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보다 대체로 비싼데, 오히려 야채는 저렴한 경우가 많아.” 직접 거래하는 생산지를 정해놓고 유통과정에 드는 비용을 줄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누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했는지 생협 조합원들에게 미리 공지되기 때문에 좀 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노동한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서로에 대한 신뢰가 높을수록 생산은 좀 더 정당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소비하는 사람은 노동에 대한 그 가치를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드라마에서 부잣집 식탁이 한껏 차려져도 우리는 종종 그 음식을 차리기 위해 노동한 사람을 화면에서 보지 못한다.

그리고 마치 그것은 저절로 그 자리에 차려지는 것처럼 느낄 때가 많다. 아니. 그 존재를 잊고 살 때가 많다. 우리가 먹고, 입고,일상 생활을 해 낼 수 있는 것은 그것에 대한 개인의 지불 능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노동과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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