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당선자와 무슨 상관이죠?

  • 입력 2013.01.11 13:21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게 당선자와 무슨 상관이죠?

지금 벌어지고 있는 해고투쟁과 손배가압류로 고통받으며 결국 죽음을 선택한 노동자들의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인수위의 답변이란다.  갈등(葛藤), 언젠가부터 신문지면을 대표적으로 장식하는 표제어다. 그중에서도 세대갈등은 지난 12월 19일 이후 가장 많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세대갈등이야 어떤 역사의 과정에서도 늘 있어 왔던 것이니 만큼 색다를 것이 없음에도 이번 대선에서의 세대갈등은 현사회가 끌어 않고 있는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다는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대 갈등이 노사갈등이나 빈부갈등 나아가서 남북갈등까지 모든 사회적 갈등을 포괄하고 있음이다.

葛(갈)은 칡넝쿨이고 藤(등)은 등나무다. 칡넝쿨은 시계방향으로 감고 올라가며 등나무는 그 반대방향으로만 감고 올라가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이 둘이 만나면 필시 격한 다툼이 벌어질 것 이란데서 갈등이란 말이 나왔다.

갈등은 인류사에 숱하게 등장하는 현상들이다. 서로가 비켜 가든지 충돌하면서 역사는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마찬가지로 사람과 사람간의 문제도 갈등의 관계로 점철된다. 야심가 태종 이방원은 오히려 갈등의 구조를 역 해석해 정몽주 앞에 ‘하여가’를 부른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저같이 얽혀 백년만년 누려보세.’ 물론 정몽주는 단심가로 화답하고 선죽교에서 생을 마감한다. 자연의 순리를 제시하지만 거부한 것은 충돌을 의미한다. 이로써 승자는 역사의 전면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대중가수 이선희가 부른 ‘갈등’이란 노래가 있다. ‘지금 나의 곁에 있는 사람은 누구,/진정 날 사랑하실 사람인가요./그대사랑 영원하다 약속하지만/추억속의 그 사람도 그랬답니다./’후략.

대중가요속의 사랑이야기야 진부하지만 당장 누군가와 사랑의 밀당을 하는 젊은이들이라면 그야말로 현재의 자신을 만들고 키워주는 자양분 같은 것이리라. 대중들의 아픔과 슬픔을 치유하는 마력을 진부하다고만 치부하기엔 평가절하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렇듯 갈등은 역사의 견인차요, 인생의 묘약이다. 갈등을 해소하고 봉합하는 과정에서 세상살이를 배우며 끊임없이 세상살이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당선자의 과제는 사회적 갈등을 풀어내는 일이다. 그런데 “그게 당선자와 무슨 상관이죠?”라는 되물음은 무었을 말하는가. 악마적 발톱이 드러난 것인가. 아니면 순진무구한 것인가. 정치적 대상인 국민과 야당을 얕잡아 보는듯한 대변인의 발언과  인수위원들을 놓고 갈등을 풀어갈 사람이 아니라 갈등을 유발할 사람들이라는 악평이 이래서 쏟아져 나온다.

본래 칡덩굴과 등나무는 함께 살지 않는다. 서로 생태적 특성이 달라 숲의 어느 곳에도 갈등은 없다는 말이다. 다만 사람들이 이 둘의 생태특성을 보고 갈등이라는 말을 만들었을 뿐이다. 당선자가 통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면 지금 갈등의 현장으로 달려가 관심을 갖고 꼬인 실타래를 풀 듯 풀어야 할 것이다. 지금 같으면 없는 갈등도 만들어 갈등할 것 같아 위태롭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