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농정과제 농협문제
주인의식 높여 조합원 중심주의 이뤄내야

장상환 교수 “정부의 농업보호정책·농민의 조직력 필요”
이호중 녀름 연구팀장 “농협의 교육 기능 강화해야”
농민들 “조합원 중심의 협동조합 돼야”

  • 입력 2012.12.31 09:43
  • 기자명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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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환 교수 “정부의 농업보호정책·농민의 조직력 필요”

이호중 녀름 연구팀장 “농협의 교육 기능 강화해야”

농민들 “조합원 중심의 협동조합 돼야”

신년을 맞이해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이 가야할 길에 대해 전문가와 활동가들의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조합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농협에 대한 참여가 늘어나야 앞으로 농협이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란 일관된 지적을 했다. 그리고 교육 사업의 활성화, 협동조합 방식의 사업형태, 협동조합 간 협동으로 연대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선이 끝나고 당장 농협법이 전면 재개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오지만, 그와 별개로 농협의 협동조합 정체성 찾기는 앞으로 큰 숙제다. 이를 해내기 위해선 전문가들과 농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실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위기에 처한 농업, 회생의 길은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농업·농촌의 위기상황이 극에 달했다. 외국농축산물 수입은 2001년 68억달러에서 2007년 133억달러, 2011년 234억달러로 늘어났다. 식량자급률은 1990년 43.1%에서 2011년 22.6%로 내려갔다. 쌀 자급률도 2011년 83%로 떨어졌다. 농업 부가가치는 2004년 24조5,000억원에서 2009년 21조9,000억원으로 줄어들었고, 성장률도 2010년 4.6%에서 2.1%로 뒷걸음질이다.

이에 따라 호당 농업소득은 2006년 1,209만원에서 2011년 875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도시가구에 대비한 농가소득 비율은 1994년 97% 수준에서 2002년 73%, 2011년에는 59%에 불과하게 됐다. 농촌 내에서도 양극화가 진행되어 하위 20% 농가와 상위 20% 농가간의 소득격차가 2005년 9.6배에서 2010년에는 12배로 확대됐다.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빈곤농가 비중이 2007년 10.9%에서 2011년 3.7%로 2배 이상 높아졌다.

절망에 내몰린 농촌 노인들의 자살로 2010년 농어촌의 자살자는 10만 명당 45명으로 도시보다 50%나 많았다. 새해 들어서는 새 정부의 예상되는 농정을 살펴봐도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당선인은 농정공약으로 △쌀 고정직불금을 현행 ha당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 △농자재 업체들의 담합 방지로 저렴한 가격의 농자재 공급 △농작업 안전재해보장 제도 도입과 농어업 재해보험 품목 확대 △농산물 유통단계를 생산자, 생산자 단체 △소매점의 3단계로 단축 △첨단 생산·유통 시스템 도입과 농업분야에 대한 R&D 투자 강화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식량자급률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한미FTA 재협상은 언급하지 않았으며, 한중FTA 협상도 신중히 하여 농수산업에 피해가 없도록 배려하겠다는 막연한 이야기만 하고 있다.

협동조합 개혁을 어떻게 개선해가겠다는 공약도 없다. 또 농정공약을 시행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규모를 제시하지 않고 농업분야 예산이 정부 평균 예산증가율 보다 더 증액되도록 하겠다고만 한다. 농업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두터운 국내외 농업보호정책과 농민의 조직력이 있어야 한다.

정부는 외국농산물 수입을 억제하고 축소시켜 나가야 한다. 한미FTA 재협상으로 쇠고기 수입조건을 강화해야 한다. 한중FTA에서 농업부분을 예외로 취급해야 한다. 중국도 이미 농산물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아졌으므로 농산물 자유무역에 따른 불안정을 우려하고 있다.

식량위기가 만성화되자 정부는 2011년 7월 곡물자급률을 2015년까지 30%로 높이고, 국산밀 자급률을 2015년 10%로 높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2012년 예산으로 우리밀 소비 활성화를 위해 36억원을 편성했을 뿐이다.

일본은 자국산 밀을 전량 수매해 수입밀에 대항할 수 있는 가격으로 방출해 밀 자급률을 1995년 6.9%에서 2005년 14%까지 끌어올렸다. 농업예산 대폭 확대와 농업소득 보장으로 농지이용률을 현재의 109%에서 150%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식량자급률을 40%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

농업 생산이 늘어나도 농업협동조합이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부가가치의 큰 부분은 농자재 생산 대자본, 중간 유통상인, 이마트·홈플러스 등 유통대자본이 차지한다. 농외소득 증가의 원천인 농산물가공도 농외자본이 지배한다. 고추장의 경우 CJ제일제당의 해찬들 53%, 대상그룹의 청정원 36%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농민단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지주회사 방식의 신용·경제사업 분리는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훼손한다. 중앙회 경제 자회사들은 회원조합 사업과 경쟁관계에 서고 자체 수익극대화를 위해 회원조합 이해관계와 충돌한다. 농협법을 재개정하여 농협사업이 농가소득 증가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농협중앙회를 농협연합회로 개편해 농정활동 등 비사업적 기능만 수행토록 하고, 신용사업은 신용사업연합회로 분리시키며, 중앙회 경제사업은 회원조합들의 경제사업연합회 체제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인터뷰 이호중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팀장

중앙회 기능 축소하고 교육기능 강화 필요

- 역대 정권마다 농협개혁을 한다고 나섰다. 그만큼 농민들의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MB정부는 농협개혁을 한다고 했고 법도 바꿨지만 개악이란 소리를 듣고 있고 여전히 농협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오랫동안 반복해서 농협 개혁 요구는 있었고 대통령이 나섰지만, 농협중앙회의 힘만 강해졌다. 지금은 지주회사 방식으로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은 조합원의 무관심 때문이다. 중앙회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참여도 없으니 경영진이 정치권과 정부에 로비하면서 자신들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조합원이 스스로 깨어나지 않고서는 아무리 농협개혁 외쳐봐야 공허하다. 농협개혁은 가장 기본인 조합원 중심주의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 뜻은 좋지만 어떤 방식으로 조합원 중심주의를 구현할 수 있나?

첫째로 농협의 교육사업도 전 세계적인 흐름인 사회적 경제와 로컬푸드, 지역 운동 등을 반영해서 전면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정기적이고 장기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둘째로 일상화 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스스로 면단위, 마을, 생산 공동체 협동조합 등을 만들어 운영하고 경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로 적극적인 연대가 필요하다. 소비자 생협,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라 생겨날 새로운 협동조합 등과 교류하고 복지, 보육, 교육, 의료 분야의 협동조합과 연대하고 운신의 폭을 넓혀야 한다.

농협 자체적으로는 전국 대의원, 이·감사, 조합장 네트워크를 활성화해서 주체적인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이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교육사업도 밀고 나아가고 협동조합 간 협동도 활성화 될 수 있다.

이에 더해 2015년 3월 11일에 예정돼 있는 조합장 동시 선거를 목표로 아래로부터 협동조합 개혁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조합장이 바뀌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농협중앙회장 직선제를 해야 한다. 도입되면 농민들의 주인의식, 참여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 농협중앙회가 판매농협을 구현한다며 사업구조개편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농협중앙회의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외국은 지역조합이 크고 중앙회는 작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는 역삼각형 형태를 띠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김치사업, 능금쥬스 등 지역 농협과 겹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런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중앙회가 조합원으로부터 직접 통제를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지주회사 방식이 돼서 조합원의 통제로부터 더 멀어졌다. 사업 초기에야 조합원 눈치 보느라 가격 더 쳐주고 하겠지만, 결국 구조적으로 자체 이윤추구에 몰입 될 것이다.

이미 개정된 농협법을 전면적으로 바꿀 수 없다면 적어도 경제 사업만이라도 연합회 방식으로 가야 한다. 품목별, 축종별로 연합회를 활성화 시키고 중앙회는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면 송아지생산안정제 등의 사업 권한, 운영권을 전부 축종별 연합회에 이관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앙회는 운동체적 기능과 대정부 농정활동, 교육 및 감독 기능만 하면 된다.

- 농협중앙회가 사업구조개편을 하고 전체 농산물의 50%를 팔아주는 판매농협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경제사업을 활성화 하기 위해선 먼저 협동조합 정체성을 회복하고 아래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범 사례인 충북 괴산 불정농협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불정농협은 콩이라는 하나의 품목을 갖고 중부권 8개 농협의 콩을 전량 수매한다. 지금은 느슨한 협의체이지만 이렇게 사업이 확장되면 전국단위 경제사업체가 된다. 이렇게 지역단위 농협이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조합원의 필요에 의한 연합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정부가 자금을 투여하고 시설과 겉만 번지르르하게 하니까 농협이 중간상인 입장을 못 벗어난다. 그러다보니 농민들이 계약파기하고 가격 안 맞으면 다른데 파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조합원들이 조합을 내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럴 일이 없다. 불정농협이 높은 가격으로 전량수매를 해주기도 하지만, 조합원들이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내 조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씨앗들이 전국적으로 많이 있다. 전남서남부채소연합, 한우협동조합협의회, 양돈조합협의회 등이다. 지금 농협법에 따른 과수, 양돈, 생약연합회는 오히려 활성화가 안 되고 있다. 품목별로 연합회를 만들었으면 그에 따라 사업권을 줘야 하는데 농협중앙회가 사업권을 안주고 오히려 방해하고 정부는 묵인하기 때문이다.

조합원이 말하는 지역농협이 가야할 길

조합은 부유해지고 농민 조합원은 가난해지는 행태 마감해야

농민들은 이제 더 이상 지역농협만 부유해지고 농민 조합원은 가난해지는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농협의 교육기능을 강화하고 조합원 역량을 키워 ‘조합원 중심’의 협동조합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또 경제 사업에 있어서 위탁 판매 형태인 수탁사업을 지양하고 매취사업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재 전국농민회총연맹 협동조합개혁위원회 위원장은 “지금의 농협은 농민 조합원의 소득 증대와 거리가 멀고 농협 스스로 경쟁력 확보에만 몰두하고 있다. 협동조합이 추구해야 할 가치나 이념이 아닌 경영의 논리에 묻혀 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농협이 농민 조합원의 소득증대, 필요보다 조합 자체의 경쟁력을 위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경영의 논리를 앞세운 농협은 효율성과 편의를 위해 농민 조합원 100명에게 농산물을 사는 것이 아니라 1명의 중간상인에게 농산물을 사서 유통하고 실적을 올린다. 김 위원장은 지역농협이 합병 등 규모화되면서 농민 조합원들과의 유대관계가 소원해지고 상대적으로 농민들의 목소리가 약해졌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합장을 실적으로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찾았는지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고 농협중앙회의 형식적이고 협동조합 정체성과 거리가 먼 교육 말고 농민들이 원하는 협동조합 이념, 가치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협동조합 간 협동을 강화해서 시장에서 농협끼리 서로 경쟁하며 제 살 깎아먹고 있는 관행을 벗어나야 한다고 진단했다.

박형백 괴산농민회 사무국장은 “농협이 유통손실보조금 등 내부유보 금액을 활용해서 수탁사업보다 매취사업 비중을 늘리고 신규사업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사무국장은 농협이 수탁사업을 통해 수수료만 받고 경제사업을 수행하면서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해 내실이 형편없다고 지적했다. 이를 유통손실보조금 등의 내부유보 금액을 활용해서 매취사업과 신규 경제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농업에서 보면 농협은 매우 중요한 조직이므로 조합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면서 조합만 아니라 조합원도 잘되는 조합이 되길 빈다고 전했다. 최근 조합은 돈을 버는데 농민 조합원들은 오히려 가난해지는 구조가 가장 걱정스럽다고 평가했다.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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