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산에서 멘붕까지

  • 입력 2012.12.30 22:18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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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해남도 해주에 명산으로 수양산이 있다. 이 산은 은나라 백이, 숙제가 고사리를 캐먹던 산이라고 단정하여 백이, 숙제의 제사를 지내기도 했단다. 본래 중국에 있어야 할 수양산이 조선으로 건너온 것은 그만한 사연이 있었다. 수양산이란 이름의 근원은 태조이성계의 계비 신덕왕후 강씨와 관련이 있다.

이성계의 큰아들 방우는 원비인 한씨(나중에 신의왕후로 추증)소생이다. 그가 중국으로 사신을 따라갔다 돌라오는 길에 아버지 이성계가 군사정변으로 역성혁명에 성공했다는 말을 듣고 그길로 수양산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야길 들은 신덕왕후 강씨가 비웃으며 수양산으로 이름 지었다고 한다. 신덕왕후 강씨는 이성계가 나라를 세우는데 강력한 조력자였다. 말하자면 이성계는 처갓집의 경제적 도움으로 권력을 장악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것이 왕자의 난으로 발전할 비극의 씨앗이 될 것을 이성계는 이미 짐작하였고, 큰아들 방우도 그리 짐작하고 수양산으로 들어가 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두문불출, 세상에 대해 문을 걸어 잠그는 행위 이것은 봉건시대의 절창이다. 그리하여 그들의 정신적 가치에 모두가 동의하고 후대에 모범이라는 정형을 세웠을 것이다. 더 나아가면 세조의 정권찬탈에 목숨을 내놓고 저항한 사육신중 성삼문은 “수양산 바라보며 이제를 한하노라 하는 시로 주나라 땅의 고사리를 꺾어 먹는 백이숙제를 오히려 나무랐다.

정권교체야 지금은 당연한 것이고 거기에 국민들의 삶을 보살피는 것이 가장 큰 가치이지만 봉건시대의 가치는 주군에 대한 변치 않는 충성인 것이다. 

 일개 촌부가 이런 이야길 하면 소가 웃을 일인지도 모른다. 어느 정권이건 정권쪽에 빌붙어 녹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 어떤 정권이 탄생하든 또한 녹봉 받을 일은 없을 터이다. 그러니 봉건적 가치질서 아래 백이, 숙제처럼 주군을 위해 충성을 바치거나 수양산 채비를 걱정할 일도 아니다.

그런데 속일 수 없는 건 TV 앞에 앉는다는 것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뻔질나게 당선자의 일거수일투족이 땡전뉴스로 올라오는 자연스러움이 불편한 것이다. 필자뿐 아니라 48%의 표를 던진 사람들 대부분이 세칭 멘탈붕괴로 헤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음속에 수양산을 두고 두문불출하는 현상 앞에 적잖이 당황스럽다. 더 나아가선 책임론까지 대두 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5년을 기다려 투표로 심판하겠다는 굳은 마음에 단 한쪽의 보상도 없다. 이제 투표라는 것을 두 번 다신 안하겠다는 말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하니 수양산이 모자랄 것도 같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멘탈붕괴라고 하는 것도 한가로운 투정이다. 수양산 대신 철탑산으로 오른 꽁꽁 얼어붙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라. 그들의 요구가 우리들의 보편적 과제라면 모두가 철탑으로 올라야 하는 것 아닌가. 백이, 숙제는 주공이 불렀으나 굶어 죽었다고 한다. 철탑산에 오른 사람들을 대통령당선자가 불러주어야 한다. 이 추위에 얼어 죽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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