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소주(屠蘇酒)와 초백주(椒栢酒)

  • 입력 2012.12.24 10:14
  • 기자명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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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세시기>에 이르기를 “설날 도소주(屠蘇酒)와 교아당(膠牙糖)을 올린다” “설날 차례를 물리고 초백주(椒栢酒)를 마신다.”고 하였다.

또 <형초세시기>에는 “초하룻날 집안이 함께 모여 차례로 세배하고, 나이 적은 사람부터 이 술을 마신다.”고 하는 풍속을 기록하고 있다.

이상의 기록으로 미루어 초백주가 설날마시는 도소주와 같은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소주란 섣달 그믐날 적출·대황·길경·계심·방풍·수유·대황·오두 등의 약재를 술과 함께 끓여 마시는 술이다.

초백주란 천초와 잣나무잎을 넣어 만든 약주이다. 일반적으로 약주는 술을 빚을 때 준비한 약재를 함께 넣고 발효시킨 술을 가리키거나 소주에 한 가지 또는 여러 가지 약재를 넣고 일정기간 우려 낸 약용목적의 술을 가리키는데, 도소주와 초백주는 이미 숙성을 끝낸 발효주에 천초열매와 잣나무잎으로 넣고 잠깐 끓이거나 우린 술로서, 알코올도수가 낮아 어린 아이들도 한두 잔은 거뜬히 마실 수가 있다.

도소주와 초백주의 의미를 새겨보면, 주재료가 적출과 천초를 비롯하여 주로 붉은색의 열매나 약재로서, 이질이나 설사 등 전염성이 강한 질병치료에 효과가 큰 약재들이다. 특히 붉은색이 잡귀와 악병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는 주술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계심과 잣나무 잎 등은 특유의 강한 방향을 띠어 역시 나쁜 냄새와 부정한 것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은 데서 도소주와 초백주를 빚어 마시게 되었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도소주와 초백주는 새해가 시작되는 첫날에 이 술을 마심으로써 악귀와 질병을 물리치고, 일년 내내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벽사 풍속(風俗)에서 유래된 관습으로, 서민층에서는 일반 술도 ‘도소주’하고 외치면서 마시는가 하면, 섣달에 마시기 시작하여 정월 한달 내내 도소주와 초백주를 마시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도소주와 초백주에 들어가는 약재의 효능을 살펴보면, 오두는 독약이기도 하지만 ‘한습(寒濕)을 몰아내고 풍사(風邪)를 흩어지게 한다. 또 몸 속의 양기를 살려내는 보양(補陽)의 효능과 풍을 치료하고 동통이 심하거나 저리고 마비되는 증상을 고치는(去風通痺) 효능이 우수하다’고 하였다.

대황은 향균소염작용 및 각종 염증치료에 도움을 주고, 구내염, 편도선염, 급성결막염 등에 향균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초는 집중력향상과 소화촉진, 다이어트와 피부미용에 좋고, 동맥경화 예방에 효과가 있고, 잣잎은 한방에서도 약이 되는 차로, 설사와 이질에 효과가 좋다.

따라서 도소주와 초백주는 이들 약성이 알코올과 함께 어우러져 체내에 흡수되면 혈행이 빨라지고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약성을 최대한 빠르고 효과적으로 흡수하게 되어 건강해진다는 임상학적 사실에 근거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일상 마시는 술에 이와 같은 부재료를 넣어 마심으로써 술도 즐기고, 갖가지 질병예방과 건강을 도모했던 조상들의 지혜를 통해, 우리의 풍습이나 전통문화의 참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도소주 : <본초강목>을 인용하여 “적출·계심 각 7전 5분, 방풍 1냥, 수유 5전·촉초·도라지·대황 각 5전 7분, 오두 2전 5분, 팥 14일 등을 삼각형 가재주머니에 넣어 밤에 우물 속에 담갔다가, 아침에 술을 빚는다(청주와 섞어 잠깐 끓인다). 온 집안 식구 노소를 불문하고 동쪽을 향하여 이 술을 마시면 질환이 없어진다.”고 하였다.

초백주 : <임원십육지>에 “섣달 그믐날 초(椒)3~7알과 동쪽을 향한 백엽(栢葉) 7잎을 따서 술병에 넣었다 마신다.”고 하였다.

글·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 시인/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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