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면적 넓고 가입농가 많으면 피해율도 적다?

벼 재해보험 객관성 없어… ‘공정성’ 문제 심각

  • 입력 2012.12.23 20:29
  • 기자명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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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읍의 농민들이 벼 재해보험 손해사정법인 측의 피해조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며, 피해율이 일괄적으로 낮춰졌다고 NH농협손해보험에게 항의했다. 이에 NH손보 측은 실측에 응한 농민이 없어 1차 현장평가인이 정한 피해율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농민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밝혔다.(본지 12월 17일)

▲ 지난 9월 전북 정읍에서 태풍피해로 힘들여 지은 농사가 모조리 망치게 되자, 성난 농민들은 논을 갈아 엎었다. 정읍의 벼 재해보험 평균 피해율은 37%로 오히려 경남(46%), 경북(42%), 경기(40%)보다도 낮게 산정됐다. <한승호 기자>
그러나 벼 재해보험 피해율이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보다 피해가 큰 전북지역이 더 낮게 산정되고 가입농가수가 많은 지역일수록 피해율이 낮게 정해지는 등 객관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NH손보가 정한 볼라벤과 덴빈의 피해를 받은 전북지역의 벼 재해보험 평균 피해율은 38%. 산바로부터 피해를 받은 경북은 42%다. 두 차례의 태풍으로 갈변 등 백수피해가 심각했던 전북이 오히려 경북보다 피해율이 4% 낮아 의아한 상황이다.

경북지역의 농작물 피해면적은 1만3,174ha이고 재난지원금은 284억원. 이는 과수와 벼 도복피해 면적을 총 합산한 면적과 지원금 규모다. 경북도청 김수환 주무관은 “경북지역은 과수농가의 낙과 피해면적이 주를 이뤘고, 벼의 경우 재난 지원 수준은 안 됐다”고 밝혔다. 수확량은 일부 감소했어도 재난지원금을 지원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 지난해 경북의 벼 생산단수는 10a(300평)당 516kg에서 올해 506kg으로 줄어 1.94%정도 감소했다.

반면 전북지역의 피해는 막심했다. 전체 농작물 피해면적이 6만4,000ha이고 재난지원금은 1,485억원이 산정됐다. 농작물 전체 면적 중 무려 5만5,000ha가 벼 피해 면적이다. 전북도청 친환경유통과 관계자는 “전북지역의 경우 볼라벤과 덴빈 피해가 컸다. 특히 바람에 의한 마찰로 갈변 현상이 뚜렷해지는 등 벼 피해는 막심했다”고 밝혔다.

특히 백수피해의 경우 수확하고 난 이후 색이 변하거나 쭉정이가 많이 나와 실제 생산량이 급격히 줄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북의 벼 생산단수는 10a당 524kg이고 올해는 478kg으로 줄어 8.77%가 떨어졌다. 생산량만 단순 비교해도 전북의 생산량이 4배 이상 더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경북보다 재해보험 피해율이 4% 적게 산정된 것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가입농가수가 많은 지역일수록 피해율이 낮고 가입농가수가 매우 적은 지역은 피해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경북지역을 예로 들면 999농가가 가입해 가장 많은 가입수를 기록한 상주시의 평균 피해율은 40%인 반면 영덕, 예천, 군위, 울진 등 가입농가수가 1~30여명으로 영세한 지역은 40~78%를 수준으로, 한 농가만 가입한 영덕군의 경우 무려 78%에 달한다.

이런 예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지역은 인천이다. 강화군의 경우 가입농가수 830농가에 피해율은 31%로 낮은 수준. 11농가만이 가입한 옹진군의 피해율은 무려 50%다. 문제가 된 전북 정읍시의 가입농가수는 2,543명에 평균피해율은 37%다. 단적으로 비교하면 경기도 양평군의 경우 가입농가수 31농가에 평균피해율은 70%를 기록했다.

태풍에 직접적 영향을 받으며 백수피해를 심각하게 받았던 고창, 김제, 익산, 정읍 등이 34~37% 수준의 피해율을 기록했지만, 재해보험상 보험료 산정기준으로는 경기도 양평이 70%로 더 많은 피해를 입은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김영재 협동조합개혁위원회 위원장은 “조사가 매우 소홀하게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는 농민들의 주장이 결국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백수 피해의 경우 재배가 되고 있을 때와 수확할 때 차이가 크다. 육안으로 슬쩍 봐선 결코 제대로 피해를 조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보험료가 많이 지급될 여지가 높은 가입농가수가 많고 면적이 넓은 지역에 대해 의도적으로 피해율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벼 재해보험이 벼의 수율, 품질과 수확량, 농가의 소득감소 등을 포괄하도록 벼 보험제도와 운영에 칼을 대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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