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공동계산·연합마케팅 더블 1조원 달성

사업량, 3년 전에 비해 두 배 가량 증가
수치만으로 규모를 키워 자축

  • 입력 2012.12.17 02:27
  • 기자명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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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는 지난 10일 농산물 공선출하회(이하 공선회)의 공동계산 금액과 연합마케팅 실적이 각각 1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2009년에 비해 두 배 가량 늘어난 사업실적이지만 같은 기간 농업소득은 오히려 줄고 있어 사업량의 확대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농민들의 농업소득 신장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업주체간 중복출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연합사업단의 내실을 어떻게 다질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농협은 지난 2009년부터 개별출하 조직인 기존 작목반 지원을 지양하고 공동선별·출하·계산하는 공선회를 중점적으로 육성했다. 그 결과 2009년 공선회 출하실적은 5,422억원에서 2012년 1조원으로, 2009년 연합마케팅 판매금액은 6,301억원에서 1조1,256억원으로 각각 45%, 44%가량 크게 늘었다.

공선회는 시장에서 항상 갑-을의 관계에서 불리한 을에 해당하는 개별 농민들이 여럿 모여 일정 규모 이상의 물량을 생산·확보하고 이것을 토대로 시장에서 수평적인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생산자 조직이다. 또 시장에서 항상 균일한 품질과 꾸준한 공급물량, 소포장이 중요시됨에 따라 개별 농민이 다 갖추기 힘든 기능을 여럿이 모여 갖추는 것이기도 하다.

연합마케팅은 둘 이상의 농협이 공동으로 마케팅 하는 것으로 연합사업단과 지역 농협이 출자해 법인 형태로 운영하는 조합공동사업법인이 있다(본지 2월 6일자). 연합사업단은 전국 단위에서 단일 품목을 공동으로 판매하는 전국품목연합사업단(K-멜론, 본마늘) 2개와 지역별(시·군)로 묶어 마케팅하는 지역연합사업단 42개로 운영되고 있다.

해결할 과제 아직 많아

농업소득 직접 연결, 중복사업 극복해야

농협의 공동계산 실적과 연합마케팅 실적은 쌀과 축산물을 제외한 원예 농산물 연간 생산액의 7%정도 되는 금액이다. 농협은 이를 2020년까지 5조원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교육과 자금지원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편에선 단순히 사업실적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있다. 농업계의 한 인사는 “농협의 사업실적은 크게 늘었을지 몰라도 농업소득은 오히려 2009년에 비해 2011년 10% 가량 떨어졌다. 실질적인 농업소득 신장에 기여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태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사업실적의 총량만으로 평가하기보다 실제 농업소득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농산물의 농가수취가격을 얼마나 안정시켰는지를 평가하고 점검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갖가지 사업체들의 중복사업을 어떻게 극복할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농산물 유통에 있어 농협의 공선회, 연합사업단이 지역농협의 경제사업과 겹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조합공동사업법인의 경우 지역농협이 출자해서 만드는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경제 사업을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지역농협들이 잘 참여하지 않아, 적자구조를 못 면하고 있는 문제가 여전하다(본지 2월 6일자).

설사 수익을 낸다고 하더라도 농민의 농업소득이 오르기보다 조공법인의 운영수익만 늘어난다. 농민들에게 싸게 사고 비싸게 파는 것이 곧 수익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농림수산식품부가 2008년부터 추진해 지난해 초라한 사상누각으로 남은 시·군유통회사의 사업과도 겹친다(본지 7월 2일자). 이는 모두 농식품부, 농협중앙회, 지역농협이 농업소득을 제고하기보다, 제각기 겉으로 보이는 성과에만 매달리기 때문에 출혈경쟁이 벌어지는 현상이다.

더 큰 문제는 올 12월부터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면서 현장 농민들이 자구적으로 농업생산·유통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게 돼 농협의 공선회, 연합사업단의 사업과 겹칠 가능성이 높아진 점이다. 김영재 전국농민회총연맹 협동조합개혁위원회 위원장은 “지금 현장에서 농민들이 새로운 협동조합에 대한 열망이 크다. 오랫동안 농민들의 이익을 외면하고 정부 눈치 보기 바빴던 농협의 태도에 대한 반작용 아니겠나”라며 농촌 분위기를 전했다.

경상대학교 경제학과 장상환 교수는 “농협이 협동조합 조직으로써 다시 거듭나고 농민을 위해 경제 사업을 수행해야 한다. 자본주의적 기업형태인 법인으로 경제 사업에 접근해서는 농민들의 요구를 담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전국품목단위의 연합판매사업단을 더 꾸리도록 노력하고 협동조합적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그래야 농업소득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단순히 사업실적의 수치만으로 규모를 키워 자축하기보다 꼼꼼히 농업·농촌 환경을 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농업소득에 기여할 수 있을지, 안정된 농가수취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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