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 멈추고 협동조합 뜬다

찰스 굴드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사무총장 내한

  • 입력 2012.12.10 09:12
  • 기자명 어청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3일 찰스 굴드 국제협동조합연맹 사무총장<사진>이 내한해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에서 아이쿱생협과 성공회대 주최로 열린 한국 협동조합인들과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찰스 굴드 사무총장은 ‘협동조합 미래를 위한 청사진’이란 제목의 주제 발표를 통해 향후 협동조합의 성장을 점치고 이를 위해 조합원의 참여와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 성장 이젠 불가능, 사람들필요에 주목해야

찰스 굴드 사무총장은 이제 지속적으로 경제가 성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주요 서구 국가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을 바라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7년 파도처럼 동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위기를 겪고 시장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돌아섰지만, 2008년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각성이 일어나고 있다. 과거보다 더 돈을 풀어도 저성장 기조는 오히려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

찰스 굴드 사무총장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빛나는 것이 바로 협동조합이라고 강조했다. 자본주의 경제영역의 핵심주체는 주식회사이고 주식회사는 일반 시민들의 가치보다 자신들만을 위한 이익, 혹은 주식을 가진 사람, 돈이 많은 사람에게 봉사하기 위해 움직이기 때문에 빈곤의 퇴치와 일자리 창출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통제하면서 사람을 위해, 사람들의 필요를 위해 움직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경제상황에서 더 간절해지고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찰스 굴드 사무총장은 “우리가 UN을 끊임없이 설득해 올해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을 알리는 것이고 앞으로 협동조합이 차지하는 경제영역을 더 넓혀야 하고 또 더 넓어질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 지난 3일 성공회대학교 피츠버그홀에서 열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협동조합 대담회. 찰스 굴드 사무총장이 토론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조합원의 참여와 지속가능성 중심에 둬야

갈수록 밝아지는 협동조합의 미래에 찰스 굴드 사무총장은 협동조합이 갖춰야 할 조건으로 참여와 지속가능성을 꼽았다. 이 두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협동조합이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진단이다.

협동조합은 자본주의 주식회사와 지배구조가 다르다. 자본주의 주식회사는 의사결정에 있어서 더 많은 주식을 가진 사람이 좌지우지 하는 구조이지만, 협동조합은 1인 1표로 조합원 모두가 정보, 사업에 대한 의견, 대표에 대한 권리 등을 가지며 민주적인 참여로 조직을 통제한다.

바로 이 민주적인 참여를 통해 조직을 통제해야만 돈이 사람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돈을 부릴 수 있다는 것. 더 많은 이익을 위해서 조직이 움직이는 것이 아닌 더 많은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 조직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지속가능성을 협동조합의 중심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이 경제 위기에 강한 것은 바로 이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것.

지속가능성은 사회, 경제, 환경 등 전 영역에 걸쳐있다. 사회의 경우 국가가 재정형편을 이유로 나설 수 없는 사회적 기능을 대신하기도 하고 경제의 경우 수익을 위해 해고하는 일이 없이 고용과 필요충족의 선순환 고리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환경의 경우는 최근 에너지 자립, 풍력발전소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그 대안을 만들어가는 조직이 협동조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 시행령이 발효되어 5인 이상이면 금융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사업영역에 걸쳐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모이지 않으면 늘 돈 많은 상인에게 당할 수밖에 없는 농업계는 더 절실하다. 그러나 우후죽순처럼 일어났다가 사그라지는 일이 벌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조합원의 참여와 민주적 통제를 할지, 또 어떻게 농민들의 필요와 요구를 사업과 함께 선순환 구조로 엮어갈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청식 기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