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안심한우 “가짜 팔았다” 떠들썩

농장주 모르는 ‘안심한우’…이력번호 관리도 허술
안심축산, “과대광고 인정, 우리는 유통브랜드”

  • 입력 2012.12.03 09:50
  • 기자명 김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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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안심한우는 청결한 환경에서 키우겠습니다. 안심한우 사료는 우수한 원료만을 사용해 생산합니다. 농협이 책임지고 보증합니다.” 농협안심축산은 생산에서 유통까지 전 과정을 농협이 보장하고 책임지겠다는 내용의 이 같은 광고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광고와 현저하게 다른 농협 안심축산의 내막은 지난달 28일 방영된 ‘KBS 추적 60분’을 통해 드러났다. 방송된 내용에 따르면 농협은 안심축산에서 판매되는 모든 축산물이 농장에서부터 관리되고 있는 것처럼 허위광고를 한 것이다.

마트에서 구입한 안심한우의 이력을 추적해 해당 농장을 방문했지만 안심한우와 안심사료에 대해서 농민들은 “전혀 모른다”고 답변했다. 뿐만 아니라 안심축산이 농장을 관리해 주고 있냐는 물음에 “구제역 백신도 못 놔주는데 이 많은 소를 어떻게 다 관리하나. 관리 해준 적 없다”고 말했다. 농협은 엄격한 사양관리 지침에 따라 사육환경을 관리한다고 했지만 현장의 농가 모습은 광고와 다르게 관리조차 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농장에서부터 도축·가공 단계까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쇠고기 개체식별번호’ 관리도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심한우 판매원은 ‘어제 들여와 신선한 고기’라며 판매했지만 쇠고기 개체식별번호를 확인해본 결과, 2년 전에 도축된 것이거나 한 번호를 사용한 쇠고기가 수차례 판매된 것이다.

방송이 나간 후 이정훈 안심축산분사 마케팅부 부장은 “안심한우는 조합이 생산을 하고 중앙회가 판매를 해서 연계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그렇게 들여오는 물량으로 수요를 맞추기 어려워서 위탁출하나 공판장을 통한 출하를 하고 있다. 이럴 경우 판매자인 한우농가가 출하한 쇠고기가 어디서 판매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며 “안심한우는 ‘유통브랜드’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어서 방송된 내용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심축산의 이 같은 변명은 본사의 허위광고를 인정하는 셈이다. 결국 농협과 안심축산을 함께 시작한 농림수산식품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과대광고’는 인정하나, 농협안심한우는 DNA조사, 항생제 잔류물질 검사를 거쳐 안전한 국내산 쇠고기를 유통시키기 위해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유통브랜드’”라고 해명했다. 이는 안심축산이 유통브랜드임을 강조해 ‘농장단계 관리’라는 엄청난 거짓말을 마치 실수였던 것처럼 떠넘기는 형상이다.

또한 문제가 되고 있는 쇠고기 개체식별번호의 허술한 관리에 대해 이 부장은 “포스시스템을 사용해 안심축산분사에서 일괄적으로 매장의 판매량이나 식별번호 등을 관리하고 있지만, 안심축산 판매장 점주가 번호 등록을 하지 않거나, 입력의 오류가 발생할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결국 농장에서부터 도축·가공 단계까지 관리한다던 ‘쇠고기 이력제’는 상인이나 업자들의 양심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KBS 측과 5주간에 걸친 취재를 해 온 양종호 소비자연대 사무처장은 “농협은 농민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곳인데, 농민과 소비자를 속인 것은 일종의 사기행위이며 이렇게 다 밝혀진 상황에서 변명을 하는 것은 파렴치하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공신력과 브랜드를 앞세운 농협의 행위는 ‘장사치’에 불과하며 협동조합의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는 여론도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양 사무처장은 “지난 9월26일 소비자연대에서 농협안심축산에 대해 첫 고발을 했을 당시 겸허히 받아들이고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했어야 했다. 하지만 사과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으며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며 “오히려 소비자 연대를 명예회손으로 고발했었다”고 분노했다.

양 사무처장은 “계획된 바는 없지만 안심축산의 잘못된 점이 고쳐지지 않으면 농식품부도 함께 고발할 예정이며 판매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고했다. <김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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