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재해보험 “아쉬운 것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

정읍 농민, 서울까지 먼 걸음 보험문제 호소
이해관계자 모여 조사 실태 검토하기로

  • 입력 2012.12.03 09:33
  • 기자명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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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읍에 사는 이순봉 씨가 손해사정인들이 시행한 2차 피해조사가 엉망으로 진행됐다며 현장 평가위원들이 조사한 1차 피해조사를 인정하고 그에 준하는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전북 정읍의 한 농민이 벼 재해보험 피해조사와 보험료 산정이 엉망이라며 서울까지 올라와 보험 담당자들을 만났다. 대화 내내 양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가운데 재해보험 담당자들은 해당 농민과 다음 주 중으로 정읍에서 재조사를 한 손해사정 측, 피해농민들과 만나 조사 실태를 재점검하는 것에 합의했다.

전북 정읍시 영원면의 이순봉 씨는 “현장평가위원들의 피해조사를 뒤집고 재조사한 손해사정 측이 인근 고부면과 비슷한 피해규모로 피해율을 맞추려고 일괄적으로 피해규모를 축소했다”고 말했다.(본지 11월 12일) 이 씨는 농협이 돈 들여가며 교육 시키고 피해조사를 맡긴 현장평가위원들의 조사를 뒤집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적어도 현장평가위원들의 조사에 맞춰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또 재해보험이 통상의 다른 보험과 같이 실질적인 피해를 보상해주지도 못하게끔 설계가 되어 있고 그 책임을 농협이 져야한다는 의견이다.

이순봉 씨는 “적어도 피해조사가 제대로 됐다면 이해하겠다. 그런데 당시 실측을 하자는 농민들의 제안도 손해사정인 측이 거부했고 물에 젖은 나락을 통째로 물에 담구고 쭉정이를 골라냈다. 벼의 특성도 고려치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조사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쌀을 기준으로 해야 정확히 농민들의 피해를 알 수 있는데 NH손보가 벼를 기준으로 하면서 쭉정이나 청치도 정상 수확이라고 보고 있어 농민들 피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했다.

NH손해보험 엄태식 과장은 “제현율이나 등급까지 고려하는 평가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며 피해조사가 아직 미비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쌀을 기준으로 하고 품질과 등급까지 고려하려면 정부와 지자체 예산이 상당 수준 늘어나야 가능하다는 것.

엄 과장은 “농민 분들이 보험금을 받으면서 기대에 못 미쳐 아쉬워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전체납입금 148억원인데 12월 10일 지급예정 보험금이 800억원 가까이 된다. 그만큼 농민 입장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씨는 “아쉬운 것이 아니라 농민들에겐 생존의 문제”라고 호통 쳤다. 특히 올해의 경우 연이어 세 차례나 태풍이 농작물을 덮쳐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 씨는 “정부에서 하라고 하니까 농협이 농민들의 의견수렴도 하지 않고 현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덥석 물어 사업을 하면서 생긴 문제”라며 농협의 태도를 꼬집었다.

이 씨와 NH손해보험 측은 다음 주중으로 현장 농민들과 피해조사를 의뢰한 보람손해사정, NH손보 보상팀 담당자가 한데 모여 당시 피해조사 실태를 재점검하기로 합의하고 이 씨는 정읍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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