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어떻게 할 것인가?

“현실화 얼마든지 가능, 의지가 중요”

  • 입력 2012.11.26 10:26
  • 기자명 김희은,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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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국회에서 김선동 의원(통합진보당)과 김춘진, 김승남 의원(민주통합당) 주최, 한국농정신문 주관으로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어떻게 할 것 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에는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과 노영호 농식품부 식량정책과 서기관을 비롯해 농민단체 및 농민, 농협, 소비자단체가 참여해 갑론을박을 벌였다.

토론회에서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농협과 소비자단체 등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가운데 유독 정부 측 인사인 노영호 서기관만 반대 입장을 보여 시선을 끌었다.  

▲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이날 토론에 참여한 농민단체 및 농민, 농협, 소비자 단체는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도입을 환영하는 반면 정부 측 인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사진=한승호 기자〉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농산물 가격 신호등 역할 기대”
WTO 규제·재원조달 문제 없어

장경호 녀름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부소장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오랜 기간 연구해 온 장경호 녀름 부소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얼마든지 현실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정책당국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 부소장은 “농민들이 수십년간 요구해왔던 것은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곧 농민이 농사짓고 제대로 먹고 살 수 있을 만큼의 소득을 정부가 책임지고 만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부소장은 농가 소득을 위해 두 가지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나는 직불금 지급과 같은 소득의 일부를 보전해주는 방식, 또 하나는 농산물 가격을 통해서 농가 소득을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직불금과 같은 소득 보전의 방식은 있지만, 가격안정 방식이 없어 농민들이 논밭을 갈아엎는 일이 계속해서 생긴다는 것이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잘못 이해하면 농산물 가격정책만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소득정책과 가격정책을 종합한 제도라는 것. 장 부소장은 소득정책으로 변동직불금을 없애고 고정직불금을 현실화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환경보전의 목적, 밀이나 보리를 이모작으로 생산할 경우 식량안보 목적달성을 위해 기존 고정직불금에 얼마를 더 얹어서 주는 방법 등을 제시했다.

고정직불금은 WTO에서 허용하는 보조금이기 때문에 WTO의 규제와 상관없이 얼마든지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각 대선후보들이 현재 헥타르당 70만원인 고정직불금을 100만원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공약을 내걸어 당장 내년부터 직불금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장 부소장은 이것만으론 절름발이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농산물 가격이 떨어질 때 그것을 뒷받침해주고 떨어지지 않게 해주는 가격안정장치가 없으면 농가가 농산물을 거래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게 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사후 변동 직불금으로 소득의 일부를 보전하는 것은 명목적인 소득만 보전하고, 실질적인 소득 보전 수준이 아니어서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

실제로 당장 올해만 해도 농민들은 태풍피해로 백수피해 등을 입어 쌀의 등급이 떨어져 예년에 비해 절반도 못 미치는 소득을 거뒀지만, 명목적인 소득 보전 방식에선 지원대상도 아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의 가격정책. WTO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의 물량을 정부가 직접 수매하고, 그 외의 물량은 생산자 단체인 농협을 활용해 약정수매(계약재배)를 병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농협은 생산자 단체이기 때문에 WTO의 규제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또 재원은 기존 정부의 재원을 우선 사용하고 부족한 부분은 농협의 상호금융특별회계에 있는 66조원을 활용, 이에 대해 정부가 이차보전 하면 자금부족 문제도 말끔히 해결된다는 것이다.

이를 시행하기 위한 재원은 기존 정부의 양곡관리특별회계와 농산물가격안정기금, 농특회계와 변동직불기금을 합치면 충분히 가능하다.

장 부소장은 “WTO의 규제와 재원문제로 인한 걸림돌은 없다. 다만 농민과 농업을 위한 정책실현에 대한 의지가 있느냐의 문제”라며 “안 된다고 선을 긋지 말고 된다고 생각하고 함께 머리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농협·농민·소비자 찬성에도 농식품부 “도입곤란”

농민만이 아닌 국민 모두가 잘 살자는 제도

‘공동생산자로서의 소비자’ 인식 심어줘야

<이대종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국가수매제, 근본적 농정의 전환

 

이대종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이대종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우리 농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간단하다. 국가가 책임지고 나서서 농업과 농민을 살릴 수 있는 농정을 펼치고, 땜질식 처방이 아닌 국가 농정의 근본적 전환이 있어야 우리 농업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은 우리 농업을 살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우리나라의 쌀 생산량이 국민이 먹고 남을 만큼 충분히 생산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한다. 현재 우리나라 쌀 생산량은 1년 소비량에 미달하는 수준이다. 더 이상 우리나라는 쌀을 자급한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게다가 올해는 쌀 수확량이 감소했는데, 정부는 일시적인 현상이며 자연재해가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의 입장에서 볼 때는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이다. 장기적으로 쌀 생산량과 재배면적, 생산농가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핵심적인 문제는 생산비 보장도 안 되고 빚만 쌓여 농사를 짓고 싶어 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시행하면 농산물 과잉생산이 우려된다는 말을 한다. 농업생산은 하루아침에 공장에서 상품 찍어내듯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 농업이 망가진 것은 국가 농업정책이 잘못된 것에서 기인한다. 국가가 망친 농업은 국가가 살려 내야한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가 시행되면 우리는 어떤 효과를 보고 무엇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농산물의 생산자인 농민들이 가격을 결정하지 못하고 시장에 맡기고 있는 현실에서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는 농민에 대한 응당한 처우와 대접을 받게 한다. 이것은 농민들이 나라 전체를 먹여 살리겠다는 신념으로 즐겁게 농사지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는 시행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이것이 시행될 때 경제의 새로운 출구도 생길 것이고, 농민만 잘 살자는 것이 아니고 국민 모두가 잘 살자는 것이다.

<임용현 전국한우협회 전북지회장> 축산물도 기초농산물에 포함돼야

 

임용현 전국한우협회 전북지회장

임용현 전국한우협회 전북지회장은 “이대종 정책위원장의 이야기와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 생산자가 가격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은 축산물도 마찬가지다. 축산물도 전체적인 관점으로 볼 때 농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에 축산물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지회장에 따르면 기초농산물에 대한 분류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서 축산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초농산물이 단순히 국민생명유지에 대한 부분으로 인식되다보면 축산물은 먹지 않아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 농민의 상당수가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고, 영향의 균형과 더불어 국민의 삶을 유지시킨다고 하면 축산물도 기초농산물로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축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도 있다. 외국의 곡물을 수입해서 사육과정에 이용하고 있고 환경문제도 있다. 축산물이 문제들만 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 영양을 유지하고, 경종순환농업의 입장에서 보면 가축분뇨를 통해 지력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축산물을 식량주권과 식량안보 부분에서도 필수요소로 인식하고 축산농가들이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도 안에서 농가의 생계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이 모색돼야 한다.

축산업은 농업 전체 생산량의 45%를 차지하고 있고, 한우는 90% 해당하는 영세 소농이 지역에서 생계안정을 도모하고 농업·농촌에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농촌에 쌀값과 한우 가격이 좋으면 활력이 넘치고 가격이 떨어지면 활력도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지금의 상황이 그렇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축산물이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에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김선희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사무처장> 정부 수매로 급식시설 공급필요

김선희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사무처장

김선희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사무처장은 “식량 자급율이 22.6%밖에 안 되는 데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의 논의보다 수입농산물의 안전성을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한 소비자들이 많았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소비자와 생산자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들어 식량주권과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김 사무처장은 국민들에게 다가가기위한 설득논리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하고 생산자의 입장에서 출발하기 보다는 밥상의 위기, 식탁의 위기, 근본을 건드리는 논리들을 이야기해서 마트에서 돈 내고 사먹는 소비자가 아닌 농업의 공동생산자로서의 소비자로 인식해야 하고 그런 사업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급식이야기로 접근해보면 정부가 수매한 기초농산물로 급식하면 아주 안정적이기 때문에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윈윈한다는 것이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농림수산식품부나 교육과학부 등 부처간 넘나드는 예산으로 확보하면 가능하다는 의견도 제안했다. 미국 농무부는 ‘생산자를 알고, 식품을 알자’는 구호를 외치며 사업예산의 30% 정도를 정부가 수매해서 공공급식에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도입이 곤란하고 어려우며 우리나라의 제도가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김 사무처장은 좋은 점들은 본받아야 하지만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농식품부가 명확한 정책을 세우지 않고 이런 저런 이유로 어렵다고 한다면 책임 방기라는 입장을 전했다.

<위남량 농협중앙회 양곡판매단장> 농정은 농민 중심으로 가야한다

위남량 농협중앙회 양곡판매단장

위남량 농협중앙회 양곡판매단장도 “상호금융특별회계에 대해 정부에서 이자차액을 보전해 준다면 수매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말했다. 위 단장은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가 이슈가 된 이유는, 그런 시대가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농민을 위한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제시해서 안심을 시켜줬어야 하는데 농민중심의 농정은 없다는 것. 이에 따라 위 단장은 농사짓는 면적에 따라 지급하고 있는 고정직불제를 규모에 상관없이 농가별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많은 규모의 농지를 소유한 농민들이 고정직불제를 수령하기 때문에 농촌의 부익부 빈익빈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노영호 농식품부 식량정책과 서기관> 국가수매제 여전히 “곤란하다”

노영호 농식품부 식량정책과 서기관

노영호 농식품부 식량정책과 서기관은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의 목적은 정부 농업정책의 기본방향과 일치하나 양곡관리특별회계 한도 초과 가능성과 생산과잉 유발, 가격하락이 우려돼 도입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노 서기관은 여러 품목에 대해 수매제를 운영하는 경우, 우리나라의 감축대상보조금 한도인 1조4,900억원을 초과할 수 있어 WTO협정상 보조금 감축의무를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품목별 생산액의 10%를 보조해주는 De-Minimis(디미니미스) 규정을 적용하면 감축대상보조금 한도 초과 가능성이 적어질 수 있으나 법안에서 품목별 생산량의 3분의1 이상을 수매할 것을 명시한 만큼 품목별 생산액의 10% 보조도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과거 추곡수매제처럼 수매가격 결정을 두고 정부와 농민 단체, 정치권 사이에 갈등이 발생해 사회적 비용이 크게 발생했고, 수매가격에 따른 과잉생산 유발, 정부재고 증가로 인한 재정부담 증가 등의 문제를 초래했다고 전했다.

노 서기관은 “결국 이런것들로 인해 수매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 할 수밖에 없고, 부작용이 여전히 해소될 가능성이 없다”고 딱잘라 말했다.

국가수매제, 인식과 철학이 바뀌어야

윤석원 중앙대 교수

이날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윤석원 중앙대 교수는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도가 현실적으로 정책화되기 위해서는 농정 패러다임 전체를 바꿔야 하는 큰 일”이라고 표현하며 “정부의 역할도 있지만 농협의 적극적 검토도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윤 교수는 결국 시장과 비시장적 요인을 어떻게 조화시켜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 농정의 핵심이라며, 농식품부가 염려하는 것처럼 소비와 수요에 관한 문제, 급식문제 등 여러 가지 부분이 보완되면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반드시 이뤄져야할 것 이라고 전했다.

<어청식·김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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