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가격안정기금 도입 공감, “문제는 있다”

농민들 “도입 환영 하지만 사료회사 원가 공개 필요”

  • 입력 2012.11.25 17:52
  • 기자명 김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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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산물 생산비 중 사료값의 비중은 지난해 기준 낙농 61.6%, 육계 60.3%, 돼지 50%, 비육우 40.2%를 차지했다. 배합사료가격이 안정되면 모든 축종의 생산비 안정에 효과적일 것이다. 이에 따라 사료가격안정기금 도입은 필요하지만 원료곡물에 대한 가격 투명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축산 농민들은 사료가격안정기금 도입과 관련해 ‘필요하다’는 입장에 공감하지만,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임용현 전국한우협회 전북도지회장은 “축산농가 입장에서 사료가격안정기금은 당연히 운용돼야 하고 이 제도가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방법에서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3:3:4 분담율, 사료가격 투명성 확보가 우선

우윤근, 김영록, 김우남, 홍문표 의원에 의해 발의된 사료가격안정기금의 운영방식은 사료가격 인상분에 대해 축산업자, 사료업체, 정부가 각각 30%, 30%, 40% 분담해 기금을 조성하도록 되어있다.

임용현 회장은 “이 경우 농가가 기금의 30%를 분담하는 것이 정당한지 의문이 든다. 사료회사가 가격의 투명성을 담보하지 않으면 농민들은 현재 사료가격 이외에 분당금 중에 30%를 나눠 내는 것에 대해 사료값을 더 지불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료회사들이 원가를 공개하지 않으면 농민들은 ‘사료회사가 얼마만큼의 사료가격을 인상했는지, 인상한 사료가격이 곡물가 폭등에 따른 것인지 혹은 사료업체의 임의대로 인상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임 회장은 “사료가격안정제도 도입 이전에 사료가격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1차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회장은 “농협 사료가 시중에서 판매되는 사료보다 대체적으로 비싸다. 농협이 추구하는 가치와 입장으로 보면 우리 생산 농가와 더불어서 고민하고, 농협이 먼저 원가공개를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양돈업을 하고 있는 유재덕 씨는 사료가격안정기금 도입에 대해서 찬성하면서 “일본의 제도를 벤치마킹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본의 경우는 정부가 사료회사에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그런 면에서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 정부가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료곡물 외국의존도 강화 우려
이상보전기금 운영 가능성 의문

춘천의 한우농민 전기환 씨는 “지금도 사료곡물은 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사료가격안정화기금을 통해서 가격 인하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외국 의존도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 씨는 “우선적으로 국내 사료곡물 자급 기지를 확대하고 생산지원을 하면서 사료가격 인하정책을 세워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사료 문제도 해결되고, 생산비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축산농민, 사료업체, 정부가 분담하는 ‘통상보전’ 기금을 모두 소진할 만큼 사료값이 폭등 했을 때 사료업체, 정부가 기금을 분담하는 ‘이상보전’에 대한 운영 가능성도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통상보전 기금을 다 소진할 만큼 사료값이 폭등한 상황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 사료회사가 손실을 가져가면서까지 기금 분담을 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농식품부와 농촌경제연구원은 이와 비슷한 이유로 사료안정화기금 도입을 반대하며 사료구매자금 지원이 더 낫다고 이야기 하고 있지만 농민들은 “이것도 도움은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전기환 씨는 “정부가 주장하는 사료구매자금 지원은 결국 농민들에게 융자를 받으라는 것이다. 농협이나 정부를 통해서 실제적 지원이 되지 않으면 융자는 소규모 농가에게는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 한우 농가의 90%가 소규모 농가인 것으로 볼 때 사료구매자금 지원은 대부분 농가에게 ‘불어난 빚’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이어 임용현 회장도 “정부가 사료회사에 사료구입자급을 이차보전형태나 원료곡물 구입자금형식으로 혜택을 줄 때 전체 농가에 더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으로 생각 된다”고 조언했다.

잇따라 사료가격안정기금 도입에 관한 문제점들이 제기되자, 얼마전 사료가격안정기금 도입 필요성에 관한 연구용역을 실시했던 이병모 대한한돈협회 회장은 “양돈의 경우 7~8년 전부터 홍보를 해서 농민들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홍보가 부족한 다른 축종들은 왜 돈을 내야하는지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낸 돈의 배 이상이 돌아오게 되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고, 홍보를 통해 필요성을 널리 알리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농협, 기금조성 필요성 공감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게 낫다”

농협경제연구소는 지난달 22일 ‘일본의 배합사료가격 안정제도와 시사점’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내고 사료가격안정기금 도입에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황명철 농협경제연구소 축산경제연구실장은 “사료가격이 파도처럼 오르락 내리락 하는 현실에 이 제도는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게 낫다”고 밝히며 “순서가 거꾸로 됐지만 발등에 불은 꺼야 하니까 정부가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고 농가들이 조금씩 갚아가는 등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문제점에 대해 인식했다.

축산 농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사료업체들의 막무가내 식 사료가격 인상 우려에 대해 황 실장은 “기금이 발동되면 사료업자가 부당이익을 취하기 어렵다. 기금 조성은 투명성을 전제로 해야하며 투입된 곡물의 원가와 사료판매가격 비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황 실장은 “사료원료 곡물가가 폭등해도 사료업체들은 어느 정도 선에서만 인상했다. 투명한 가격 공개는 업체에게도 농민에게도 축산물 소비자에게도 좋은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결국 농민들도 사료가격안정기금 도입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상황에 맞는 구조적 개편은 반드시 선행돼야할 문제다.  <김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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