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할머니 허리 펴드린 ‘농어촌 집 고쳐주기 운동’

다솜둥지재단 설립 5년…‘농어촌희망家꾸기’ 미담 줄이어
농촌 독거노인 공동생활 방안 시급

  • 입력 2012.11.19 12:0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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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가구 네 집 가운데 한 집은 법령이 정하는 최저 주거기준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들을 위한 수세식 화장실, 입식부엌, 난방 등은 꼭 필요한 기본적 삶의 질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다솜둥지복지재단 정영일 이사장의 말이다.

다솜둥지복지재단은 2007년말 ‘민과 관’의 ‘협력’과 ‘자원봉사’를 바탕으로 농어촌에 최소한의 주거생활 안정과 삶의 질 개선을 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재단은 전국 9개도의 농어촌지역에 가구당 300~500만원 수준의 자재비와 자원봉사 노력제공 등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지붕, 부엌, 화장실 등 집고쳐주기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수리비용은 전액 무료다.

▲ 2007년 말 농어촌에 최소한의 주거생활 안정과 삶의 질 개선을 취지로 설립된 '다솜둥지재단' 자원봉사자들이 집고쳐주기 현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집이란 가족의 보금자리이다. 올해로 5년째를 맞는 재단은 지나온 시간만큼 농어촌 가족의 훈훈한 사연을 쌓아가고 있다.

농어촌희망家꾸기 사례집에서 경남과학기술대 양금석 교수는 “2008년 82세 할머니 댁을 고쳐드린 적 있습니다. 밤낮으로 허리를 숙여서 일을 하고 나무 때는 아궁이에서 밥을 하느라 ‘꼬부랑할머니’였지요. 부엌을 입식으로 고쳐드리고 싱크대를 만들어 드렸는데…, 할머니가 싱크대 수납장에 그릇을 넣으시려 허리를 펴시는 겁니다. 20년만이었대요”라며 “기적이 눈 앞에 나타났다”고 회상했다. 양 교수는 여름방학 등의 시간에 대학생들을 데리고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전북 장수군 문상석 씨의 6남매에게도 2009년 새 집이 생겼다. 다문화 가족인 문 씨 가족은 방 하나에서 모두 9명이 생활하다 농어촌 집 고쳐주기 대상에 선정돼 삶이 변화된 케이스.

정영일 이사장은 “작은 힘을 모으면 어려운 이웃도 꿈을 키운다”면서 “농어촌지역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전체의 보살핌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올해 400채의 집을 고쳤다. 농어촌의 노후된 전체 주택수에 비해 미미하지만, ‘복지’가 시대의 화두인만큼 농촌복지에 집 고쳐주기는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재단은 농촌 독거노인들의 공동주거를 고민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농촌 독거노인들은 마을을 떠나서는 못사는 분들이다. 마을회관 위층에 공동생활 공간을 만들었더니 반응이 좋다. 할 일이 많다”고 말한다.

지난 해 10월 충북 음성군 월문리 마을회관이 독거노인들의 ‘공동집’으로 재탄생한 것이 좋은 사례이다.
한편 재단이 발간한 ‘농어촌지역 취약계층 노인가구의 주거빈곤 실태와 정책방향’을 보면 건축된지 30년 이상 된 주택에 거주하는 농어촌가구가 101만7,000가구로 전체 농어가의 약 31%에 달한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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