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을 기반으로 자치와 협동의 진지(陣地) 만들기

대선·2014년 지방선거·15년 농협조합장 동시선거를 앞두고

  • 입력 2012.11.19 10:20
  • 기자명 허헌중 (주)우리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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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자급률 22.6%, 쌀자급률 83%, 국민 1인당 식품 수입량 468kg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1위(OECD, 선진국·중진국 등 세계 34개 주요국들 가입), 도농간 소득격차 59.1%, 농업경영주 중 후계확보 농가 4%, 소작농지 비율 47.9%, 농지 부재지주 소유비율 60%! 오늘 우리 농업·농촌·농민의 객관적 모순의 심화 정도가 이 이상 나쁠 수 있는가.

선거국면은 이러한 객관적 모순의 해결을 위한 농민진영의 요구를 정책화하여 공론화하고 대중적 동의를 얻어 구체적 해결을 도모해나가는 합법적 공간이자 대중 조직화의 과정이다. 하지만 딱 한 달 남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 먹거리와 농민·농업을 둘러싼 객관적 모순의 해결에 관한 정책의제가 농민 속에서, 국민 속에서 공론화되지 않고, 선두에서 각축을 벌이는 후보들에게서도 농민과 국민에게 희망을 줄 근본적인 농정대개혁의 청사진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후보 연대 논의에 파묻혀 연대의 목표, 곧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 국민의 먹거리와 농업 문제 등 당면한 민생 제반 문제와 민족의 명운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뒷전이다. 어차피 한 달 남은 이번 대선 과정에선 이런 논의가 물 건너갔을 수 있고, 그나마 후보 등록 후 수차례 TV토론 등에서 용호상박의 쟁점화를 기대할 뿐이다.

세계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먹거리 위기·생태환경 위기·에너지 자원 위기의 복합 위기가 닥쳤고, 농민파탄·농업해체·농촌붕괴로 인한 지역 위기·국민 위기·나라살림 위기가 국가적 과제로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농민에게 희망을 주고 국민에게 행복을 안길 농정의 근본 전환에 관한 처방은 어디서 어떻게 구할 것인가. 우선 무엇보다 농정 패러다임의 근본 전환에 동의하면서 국민의 먹거리와 농민·농업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현실성 있고 농민에게 우호적인 진영에 정권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의 대업을 맡겨야 할 것이다.

그러면 농정 패러다임 전환의 방향, 가치, 내용의 핵심은 무엇인가. 획기적인 농가소득보장 정책을 통해 집권 5년간 도농간 소득격차를 얼마나 줄일 것인가, 계약생산·책임수매(소비)·가격보장 등 국가책임농정을 제대로 추진할 것인가, 그래서 식량주권을 얼마나 실현하고, 국민의 먹거리와 농민의 정치사회적 지위 및 농업체계를 얼마나 공공재로, 공공의 영역으로 책임지고 대우하며 구축해나갈 것인가. 농사짓는 농민에게서 이미 태반이 떠나버린 농지를 어떻게 농민에게 되돌려줄 것인가,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입으로 연명하는 농촌 빈곤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농업·농촌의 생산·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여성농민의 사회정치적 지위 향상과 농정 주체화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무엇보다 당면한 한중FTA의 즉각 중단과 한미FTA의 폐기 및 재협상 문제에 어떤 입장을 가지고 해결해나갈 것인가. 이외에도 농정패러다임의 근본 전환을 도모할 중요한 의제들이 많을 것이다.

이번 대선 결과 집권하는 새 정부는 위 정책의제들을 반드시 실천에 옮기는 정부여야 하며, 농민진영은 그런 후보에게 힘을 모아주어야 한다. 농민·농업의 보호 육성을 통해 식량주권을 자랑하고 농민의 인간다운 삶 보장과 사회정치적 지위 향상을 책임지는 선진국 어느 나라들에서도 이러한 정책들은 시혜나 선의로 그저 주어진 적이 없다. 피와 땀으로 얼룩진 농민진영의 협동과 연대가 바탕이 되어 그 사회정치적 힘의 결과 사회적 대타협의 산물로 쟁취했다는 것을 우리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대선이 지나면 바로 2014년 6월 4일 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2015년 3월 11일 전국 농협조합장 동시선거가 다가온다. 농민진영은 이 두 선거국면을 주체적으로, 협동과 연대의 힘으로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번 대선국면에서의 지리멸렬이 반복되지 않도록 주동적이고 주도면밀한 대중의식화계획, 지역리더양성계획, 사회정치적 조직화계획을 갖고 있는가. 우선 이번 대선을 통해 농민의 이해와 요구 실현에 최선을 다할 정권교체에 힘을 쏟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농정대개혁을 감시·견인하고, 다가오는 두 선거국면에 대비하여 지역에서부터 자치와 협동의 진지를 구축해낼 수 있는 전열정비에 바로 나설 것을 대중은 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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