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산적한 농업문제

  • 입력 2012.11.19 10:15
  • 기자명 이연재 아산시농민회 총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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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수능 때문에 8일날 진행하기로 한 야적투쟁을 9일로 하루 미뤘다. 야적투쟁 중 계획 되어 있던 11시30분 아산시청 앞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오늘의 주인공인 벼를 쌓는데 하루 종일 보냈다. 우리 동네형들 모두 다 같은 심정일거라는 생각에 그저 묵묵히 톤백 줄을 지게차에 메면서 그렇게 벼를 쌓았다. 기자들은 좋은 사진을 만들려고 이리 찍고 저리 찍고 왜 기자회견은 안하냐며 질문도 하고 회장님이 야적 벼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야 한다니 뭐니 하면서 마치 장날처럼 시끌벅적 했다.

 

지게차의 후진소리에 삐~삐~삣! 소리가 나고, 터진 톤백 자루를 청테이프로 막으면서 쏟아진 벼를 주워 담기도 하면서 야적투쟁을 했다. 어떤 기자가 “총무부장님!” 하고 부르면서 “왜 해마다 같은 일을 되풀이 하나요?”하면서 관성화된 야적투쟁을 지적했다. ‘왜 그렇긴 뭐하나 바뀌는게 없으니 그렇지’ 시원스레 대답한번 못해보고 속으로 삭힌채 몸만 바쁘게 움직이면서 그렇게 준비된 벼를 차곡차곡 쌓았다.

우리 농민회는 ‘사공’이 많아서 야적투쟁을 해도 쌓는 방식이 제각각이라 일이 더디기 일쑤다. 쌓아놓은 벼를 다시 다른 곳으로 옮기고 준비된 팔레트를 이리 옮기고 저리 옮겨보기도 하고…. 각자의 생활과 삶속에서 베어난 지식을 이야기하면서 야적투쟁은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진행됐다.

오후 4시 농어촌공사와의 면담을 진행하면서 잘못된 농지임대사업의 수수료를 당장 폐기하라고 얘기하면서 결론은 또다시 변하지 않은 농업 전반의 문제를 한탄하면서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1998년 농활로 인연을 맺은 농민회라는 공간은 농민운동이라는 매력도 존재하지만 무엇보다 ‘정’이 넘치는 것이 항상 좋았다. 그래서 졸업 후 농민회에 들어와서 논일, 과수원일, 배추밭일부터 형들이 가르치는 모든 일을 해보려고 했다. 또한 농한기때면 각종 투쟁에 서로간의 논의와 논쟁속에서 진정한 운동이 무엇인지 찾아보려고 노력도 했다. 하지만 농민회를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왜 세상은 변하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여러 나라와의 FTA협상, 그리고 터지는 각종 농업관련 비리와 농업말살정책, 우르르 들고 일어나 국회도 가보고 청와대도 가보고 시청에 나락도 쌓고 면담도 해보지만 변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답답하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하다. 전설로만 전해내려오는 ‘수세폐지투쟁’의 기쁨을 나도 누리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농업의 현실에 가슴이 아플 뿐이다. 왜 매년 관성화된 야적투쟁을 진행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속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현실이 어쩌면 지금 농업의 현실을 반증하는 것 아닐까?

유례없이 한반도를 세 번 강타한 태풍, 소출은 적은데 작년 만큼만 받을 것 같은 쌀값문제,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비료값 담합, 불구자로 만든 농협신경분리, 답답하고 분통터지고 막막한 현실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이것 밖에 없는 건가?’ 반문도 해보고 ‘게으른 건가?’ 뒤도 돌아보고 이번 대선에 일말의 기대라도 걸어봐야 하나 생각도 해본다.

11월 중순 이제 대선이 한달여 정도 남았다. 이번에는 제발 대통령 제대로 뽑아서 해마다 되풀이되는 농민투쟁 산적한 농업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2012년 11월 15일 충청남도 아산시 우리동네에서는 지금은 아니더라도 앞으로는 농사짓기 좋은 세상이 만들어질 것을 기대하며 11월 농민대회와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 이연재 아산시농민회 총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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