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발한다

  • 입력 2012.11.19 10:12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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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발한다. 에밀졸라의 지극한 심정보다 더 붉은 피를 쏟아내는, 목 놓아 울어도, 울다가 피를 토하고 죽을 심정으로 고발한다. 이 나라 이 시대 농민들의 짊어진 천형에 대해, 또한 나는 고발한다. 농식품부 장관의 농민 죽이기 농업말살기도를 고발한다.

그렇게 하찮은 것이었나? 아니면 그렇게 하찮은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가? 입으로는 생명을 말하지만 머리 속에는 반생명의 그 무엇이 지배하는가? 무엇이 그리 만들고 있는가? 시대인가, 사람인가, 자연인가, 섭리인가? 이해가 가지 않는 내가 머저리인가, 바보인가, 덜떨어진 놈인가? 곤두박질치는 삶을 머리카락 같은 한 가닥에 희망을 붙들어 맨 농민들이다. 더 이상 농사 질 수 있을까. 매일매일 곤죽이 되는 삶이다.

농식품부 장관의 중요한 일은 농민들이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소비자가 안정적으로 농식품을 구매하며 행복을 느끼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나라 장관의 주 업무는 농산물값을 끌어내려 농민을 죽이고 농업을 말살하는 데에 있는 것인양 행동한다. 돼지고기값이 오른다고 비행기값 대주고 수입해 가격 낮추어 비난을 사더니 들리는 말로는 각 주산지 조합장들에게도 협박과 으름장을 놔 농산물값이 오르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송아지생산안정자금 지급기준변경은 농민들을 바보나 천치로 생각한 바 아니고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입을 열면 거버넌스를 운운하던 나으리께서 농민들을 따돌리고 972억원의 돈을 농민들로부터 들치기했다는 것은 하늘을 무시하는 방자한 행위다. 그동안 한우농가의 근심 걱정은 어찌했을꼬? 소를 길러야하나 말아야 하나로, 그것도 못해먹으면 무슨 농사를 지을꼬 고민하며 밤을 새우는 농민들을 생각이나 해 봤을까? 축산법32조의 목적을 위반한 장관의 행위는 법을 위반한 것과는 별개로 농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배신행위이다.

준비를 하겠다. 대책을 세우겠다. 경쟁력만 갖추면 된다. 고급브랜드로 만들어라. 그러면 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허사였음이 밝혀졌다. 사탕발림이었음이 명백해졌다. 배신의 정책은 농민들의 발등으로 향하는 도끼날이 된 것이다. 나는 고발한다. 제 발등을 찍고 제발 등 찍힌 줄 모르고 아플 줄 모르고 이제와 아프다고 하는 지질이도 못난 농민을 고발한다. 아니 곤죽이 된 몸뚱이에도 아픔이 더해 슬픔이고 슬픔이 더해 분노하는 농민을 고발한다.

아니 아니 그보다도 지질이도 못난 농민을 죽이는 농업을 죽이는 이 나라 농식품부 장관을 고발한다. 더 이상 농민들을 사지로 내몰지 마라. 농민들이 사지로 내몰리면 그대들도 사지로 내몰린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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