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때때로 가능한 술빚기

  • 입력 2012.11.12 09:51
  • 기자명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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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전통주들은 대개 봄 가을과 겨울철에 이루어지고, 특히 겨울철에 빚어진 술이 명주로 알려져 있다. 여름철은 다른 계절에 비해 온도와 습도가 높기 때문에 술의 발효에 부적절한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소개한 주품들과 과하주와 같이 주로 여름철에 빚는 술이 따로 존재하는 것을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여름철이 꼭 술빚기에 적합하지 못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일년 열두 달 그 어느 때라도 빚을 수 있다는 뜻에서 유래한 이름의 술이 있어, 필자의 관심을 끌었다. 사시주(四時酒)란 이름 그대로 ‘사철술’이란 뜻인데, <주방문>을 비롯하여 <양주방>, <규곤시의방> 등의 문헌에 술 이름과 함께 빚는 방법이 수록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상당히 대중화 되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양주방>의 사시주는 “멥쌀을 가루내어 죽을 쑤고 누룩과 밀가루를 섞어 밑술을 빚은 후에 다시 멥쌀로 고두밥을 짓고, 고두밥에 찬물을 뿌린 뒤 싸늘하게 식으면 덧술을 하여 넣는데, 술이 익으면 냉수같이 빛깔이 맑고 그 맛이 매우 좋다.”고 수록되어 있다. 또 <음식디미방>에서는 “멥쌀을 가루내어 죽을 쑤고 식으면, 누룩을 섞어 밑술을 빚고, 3일 후에 밑술에 밀가루를 넣고 섞은 후, 멥쌀로 지은 고두밥을 안친 뒤, 다시 섞어 7일간 익히는데 술이 독하고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양주방>의 주방문을 근거로 하여 재현해 본 사시주는, 그 빛깔이 아주 맑고 밝으며, 청량한 맛과 함께 부드럽게 쏘는 맛이 있어 아주 특이한 술맛을 자아내었다. 술이 다 익어도 덧술을 하여 넣은 고두밥이 고스란히 형태를 간직하고 있었으며, 매우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두 문헌의 방문에서도 나와 있듯 사시주에도 밀가루가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양주방>과 <음식디미방>의 밀가루 이용법이 차이가 없다는 것과, 두 방문의 술 빚는 법과 발효기간이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문대로라면 두 방문이 다 같이 탁주를 얻기 위한 방법의 속성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으며, 특히 덧술의 발효기간을 7일로 할 경우, 완전발효가 이루어질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실제로 술을 빚어본 결과, 별별 방법을 다 동원하여도 최소 10일이 소요되었다. 그렇다면 방문에 나와 있는 7일이란 발효시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양주방>과 <음식디미방>의 방문을 찬찬히 살펴보면, 쌀을 씻어서 불리라는 언급이 없이 바로 씻어서 가루로 빻으라고 되어 있는데, 불리지 않은 쌀가루로 범벅을 쑤어 밑술을 빚게 되면 3일째가 되어야 발효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데, 밑술이 끓어오를 때 덧술을 해 넣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까지의 방법과는 다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덧술은 매우 빠른 시간 내에 술이 끓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으며, 결국 발효기간이 짧아져 7일이면 술을 익힐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법은 누적된 경험과 요령이 없으면 자칫 산패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어떻든 사시주는 여느 술과는 다르게 덥지도 차지도 않는 곳에서 발효시키는 술로서, 발효온도에 유의해야만 사시주만의 독특한 풍미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알코올도수가 높아 때때로 빚어 두고 술 좋아하는 손님 접대에 사용하면, 좋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사시주<양주방>.
1. 술 재료 : 1) 밑술 : 멥쌀 1말, 누룩 1되 5홉, 끓인 물 3말. 2) 덧술 : 멥쌀 2말, 밀가루 3홉.

2. 밑술 빚는 법 : 1) 멥쌀 1말을 백세하여 가루로 빻아, 끓인 물 3말에 풀어 넣고 죽을 쑤어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2) 차게 식힌 죽에 누룩가루 1되 5홉을 섞어 넣고, 고루 버무려 술독에 담아 안친다. 3) 술독은 예의 방법대로 하여 3일간 발효시킨다.

3. 덧술 빚는 법 : 1) 멥쌀 2말을 백세하여 하룻밤 물에 불렸다가, 건져서 고두밥을 짓는다. 2) 고두밥을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3) 밑술에 진말 3홉을 먼저 넣고 고루 섞는다. 4) 진말과 합한 밑술에 고두밥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5)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친 다음, 예의 방법대로 밀봉하여 7일간 발효시킨다.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시인/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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