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말하나?

  • 입력 2012.11.05 09:53
  • 기자명 원재정·경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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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농민이 농산물 가격을 결정한다”

▲ 이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전국농민회총연맹 이광석 의장
지난 8월 김선동 국회의원이 주최한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입법 발의 기자회견 당시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애타게 기다려왔다며 환영의사를 밝혔다. 생산비 건지는 농사, 제값 받는 농사를 간절히 바라던 농민에게 국가수매제는 메마른 들녁의 단비와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20여년간 한결같이 진행된 개방농정에서 국가가 책임지는 농정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국가수매제 입법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전농 이광석 의장을 만나 국가수매제가 농민에게 어떤 의미인지, 국가수매제를 둘러싼 우려와 계획을 들어봤다. <경은아 기자>

올해 한미FTA가 발효됐다. 수입농산물은 계속 밀려오고, 한중FTA 협상, 한중일FTA 추진 등 정부는 시장을 계속 개방하려고 한다. 농민들의 시름이 크겠다.
올해 농민들 심정이야 죽을 맛이다. 올해 정부가 계속 FTA 협상을 하고 있다. 또 가뭄, 장마, 태풍 등 연이은 기후재앙이 있어서 힘들었다. 수확하면서 큰 기쁨을 못 얻고 있다. 농민에게 이제 농사는 봄이 되면 할 수 없이 씨를 뿌리는 것이 됐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농민에게 어떤 의미인가.
농민들은 여태껏 농산물 가격을 매겨본 적이 없고, 제값을 받아본 적도 없다. 60년대 저곡가 농산물 정책을 시작으로 개방농정, 그리고 FTA까지 왔다. 국가수매제는 농민이 농산물 가격을 결정한다. 생산자위원회가 가격을 제시하고 정부와 협상해서 가격을 정하게 된다. 지난 정부가 저곡가 정책을 펼치면서 이만큼만 받으라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 변혁적이다. 우리가 생산비를 내놓으라고 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로 보장해달라는 것. 한국농업이 사느냐 죽느냐 기로에서 희소식이 될 거라 본다.

정부에서 부담스러워 한다. 소요되는 예산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는 거다.
가능하다. 그건 예산타령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에 들어가는 예산이 약 7조원이다. WTO 감축대상보조금 한도액이 1조5,000억, WTO 최소허용보조금 한도가 4조원으로 5조원을 지원할 수 있다. WTO 핑계 대면서 사용하지 않는 게 문제다. 5조원에다가 한미FTA가 발효되고 피해보전을 위해서 이명박 정부가 매년 2조원 지원하겠다고 했다. 합치면 7조원 정도 된다.

문제는 정부가 피해대책으로 2조원을 주겠다고 해놓고는 농식품부 기존예산에서 쓰라는 것이다. 더구나 매년 농업예산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2008년에 전체예산에서 농식품부 예산 비율이 5.4%였다면 2012년은 4.7%이다. 말이 안 되는 행위를 하고 있다.

농민에게만 좋은 제도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농민에게 직불금 준다고 했을 때도 도덕적 해이라고 비판한 세력이 있다. 식량주권을 생각하고 국민의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런 말 하지 않는다. 의지 없는 정부에서 하는 얘기다. 의식을 갖고 조금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가야 할 제도라고 누구나 생각한다고 본다.

정부가 지난 20여년간 개방농정을 펼쳐왔다. 반면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는 국가가 농업을 책임져야 한다는 시각이 전제되는 것이다. 패러다임을 바꾸는 점이라는 데서 정부와의 싸움이 쉽지 않을 듯하다. 전농은 어떤 계획이 있는가.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는 농정 60년 틀을 개혁해야 하는 보통 힘든 작업이 아니다. 정치적 변혁기에 전농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 2년 전부터 제안하고 전국을 다니면서 이야기해왔다. 전체 농민단체가 합의하고 농민에게 홍보하면서 대선 시기에 극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선 공간에서 농업 흐름을 전환할 수 있는, 그렇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감을 호소하고 대선후보가 약속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려고 한다. 그 속에 11월 27일 300만 농민대항쟁이 있다. 대선의제로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가 나오게 하는 것은 농민들의 힘이다. 농민들은 반신반의하거나 제대로 할 수 있겠냐며 우려하기도 한다. 지혜를 모아야 한다. 힘들지만 자신 있게 가려고 한다.


“농산물 30%만 국가책임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 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
국회 안에서도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가 수면 위로 올랐다. “국가수매제, 반드시 된다고 생각한다”는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은 8월 14일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입법 발의 추진 기자회견에 이어 지난달 12일 ‘국민기초식량보장법안’ 대표 발의를 통해 본격 입법활동을 시작했다. 전체 생산량의 30%만 국가책임을 강화하자는 국가수매제. 지난 달 29일 국회에서 김선동 의원을 만나 의미, 향후 계획 등을 들었다.
<원재정 기자>

지난 10월 ‘국민기초식량보장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의 취지, 의미를 설명해 달라.
법안의 이름에 의미와 내용이 다 들어가 있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실시해 국민들이 먹는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보장하자는 것이다. 5대 곡물, 7대 채소, 3대 과일, 한우에 대해 전체 생산량의 33% 수준에서 정부와 농협이 수매와 계약재배를 통해 농산물을 확보하고 가격 변동을 보며 수급을 조절하자는 것이다. 이상기후와 식량이 무기화 되는 엄혹한 현실에서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문제는 국가의 존망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는 농민에겐 생산비를 보장하고 국민에겐 농산물을 보장하며 국가의 식량자급률을 올려 자주성을 담보하는 대 설계도 속에서 준비된 법이다. 모든 농민들이 동의한다고 믿고 있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의 생명력을 농민들과의 강연과 간담회를 통해 실감하고 있다.

앞서 8월 기자회견 당시의 법안 명칭(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과 차이가 있다. 이유가 궁금하다.
사실 법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농민단체의 의견을 듣는 시간이 필요했다. 국민기초식량보장법의 핵심이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이다. 이름은 여러갈래가 가능하나 핵심은 국가수매제다. 그 중의 핵심은 농민이 수매가, 수매방법, 수매시기를 결정하는데 참여하는 이른바 수매가 결정위원회이다. 법의 이름이 문제가 아니라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의 가격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 농민들의 삶을 보장할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실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법안발의는 10명의 의원들이 함께 했는데, 국회 안에서의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고 있는지.
민주노동당 시절 사무총장을 할 때부터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주장해왔다. 이제는 이것이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복지정책의 상징이 되었다. 마찬가지다. 국가수매제를 가지고 여야 의원님들과 의견을 나누어 보면 대부분 그 뜻과 방향을 동의하고 있다. 실현가능성이 아주 높다. 내년에는 반드시 이 법이 통과된다고 확신하고 있다.

다만 국회 공청회를 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조속히 공청회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법안의 취지도 널리 알리는 작업 계획을 세우겠다.

국민기초식량보장법안에서 밝히고 있는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는 지금까지 농정통념을 바꾸는 것이다. 몰락하는 농업의 회생은 물론 안전한 먹을거리 공급이라는 생산과 소비 두 축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구상인데, 향후 어떤 활동을 펼 칠 계획인지 밝혀 달라.
현장농민과의 결합이 한 축이고 대선에서 이 문제를 의제화하는 것이 한 축이다. 두축이 실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농민들이 불러주는 자리는 마다하지 않고 경상도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를 다녔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우리당은 야권연대를 통한 진보적 정권교체가 대선 전략이다. 정권교체를 통해 농업계 제 1호 법안으로 이 법을 상정할 것이다. 한미FTA 폐지, 한중FTA 중단,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실시를 위해 정권교체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농민들의 염원이다. 반드시 실현하자.

“먹거리기본권의 시작,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다”

▲ 배옥병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대표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배옥병 대표
친환경무상급식에서 공공급식으로 더 나아가 국민 먹거리기본권으로. 그 전제는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학교급식네트워크 배옥병 대표는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가 바로 그 전제로 먹거리기본권과 일맥상통한다고 봤다. 학교급식운동 10년, 이제 먹거리기본권을 실현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는 배옥병 대표를 만났다. <경은아 기자>

먹거리 사고가 계속 터지고 있다. 학교급식도 매년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고 있고 밥상이 불안하다. 학교급식에 제공되는 식재료가 불안하다.
GMO(유전자조직생물)부터 광우병 위험, 식품첨가물 등 검증되지 않은 식재료가 사용되고 있다. 어디서 어떤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 밥상에 올라오는지 확인이 안 된다. 유통이 최소 5단계에서 8단계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다 보니 식재료가 질이 떨어지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유통과정에서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속이기도 하고, 외국에서 유통기간이 지난 것을 재가공해서 다시 유통기간을 표시해 팔아먹기도 한다. 신선도도 떨어지고 농민에게 적정가가 보장되지 않는 게 현재 먹거리의 현실이다.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적절한 가격에 공급받는 일이 중요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가 반가울 것 같은데 어떤가.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는 우리 주장과 딱 맞아떨어진다. 국가가 농민에게 농산물을 수매해서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국민 먹거리기본권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이 22.6%이고 쌀을 제외하면 4%다. 총체적인 먹거리 불안 상태다. 이제 농업문제는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문제다. 60세 이상이 된 농민이 우리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데 너무 잔인하다. 이제 먹거리 문제를 개인에게 던져놔서는 안 된다. 국가와 사회가 농업 농민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먹거리 문제를 어떻게 책임질 건지 정책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먹거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와 먹거리기본권과 맞닿아 있다고 하셨다.
농민단체가 주장하는 국가수매제와 식량주권 실현은 친환경 무상급식을 넘어 공공급식으로 국민의 먹거리기본권을 실현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학교급식운동 10년의 역사 끝에 급식지원총괄센터를 설치한다. 민관 거버넌스(협치)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먹거리 전반을 이 안에서 다루려고 한다. 농민단체가 여기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간곡한 바람이다. 센터 내에서 수매제 얘기도 하고 직거래 계약생산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것인지 생산자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가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는 WTO 협정 위반이라고 하는데 학교급식과 공공급식, 저소득층 지원은 예외규정으로 인정받아서 내년 3월부터 효력이 발휘된다. 지자체나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무상급식 공공급식 예산으로 가을에 미리 쌀을 수매했다가 아이들에게 현물 지급할 수 있다. 그러면 WTO에 위반되지 않으면서 국가수매제를 무상급식, 공공급식으로 풀어 갈 수 있다.

학교급식지원센터에서 실시하고 있는 계약재배가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축소판이기도 하다. 지역에서 잘 이뤄지고 있는가.
생산자들은 계약재배하고 학교에서 전부 소비해주니까 신바람 났다. 가격결정도 생산자, 소비자, 관련자들이 모여서 적정 가격을 결정한다. 이제 업자들이 농민에게 가격을 후려쳐서 덤핑으로 사는 일이 없어졌다.

또 먹거리가 멀면 멀수록 에너지가 소비되는데,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고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다. 아이들은 농부와 만나면서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농산물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알게 되니까 좋아한다. 소비자와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지역사회가 먹거리를 통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모범적으로 잘 되는 울산 북구는 처음에 약 4개 농가였는데 지금은 26개 농가로 확대됐다. 이제 울산 북구와 동구에 식재료를 넣고도 남는다. 지역에서 어떻게 소비할 것인지 지역공동체와 생산자가 함께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농민에게만 좋다는 시각도 있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가 실현되기 위해서 농민뿐만 아니라 국민의 공감대도 중요해 보인다.
매년 학부모 수천명을 만난다. 학부모에게 우리 밥상의 현실을 보자고 한다. GMO, 비소, 광우병, 식품첨가물 등 먹거리가 얼마나 불안한 상태인지 말한다. 그러면 ‘뭐 먹고 살아야 하죠?’라고 묻는다. 그래서 농업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농업에 전혀 관심 없던 학부모들도 ‘농업이 이렇게 중요하구나’라고 깨닫게 된다. 친환경무상급식의 성공을 그렇게 본다. 우리 아이들이 공부 잘하는 게 중요하냐 건강하게 중요하냐고 물으면서 먹거리 중요성, 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을 얻어낸 것이다.

농업문제가 곧 우리 문제라는 것을 일반인에게 인식시켜 줘야 한다.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끊임없이 소통하고 같이 참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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