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으면 지을수록 빚만 양산

빚에 얽매인 농민들

  • 입력 2012.11.05 09:50
  • 기자명 김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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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의 현실
농지 없는 농민, 소농에서 탈농까지

농민들은 자신이 소유한 땅에서 마음 편하게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었다. 농민운동의 지향점에는 언제나 토지문제가 있었고, 해방 이후 농민들이 끝없이 바라던 것은 농지의 주인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과거에도 2012년 현재에도 자신의 땅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일부 ‘부농’에 불과하다. 여전히 농민들은 농지에서 소외돼 있고, 막대한 임차료를 지불하면서 농사를 짓고 있다. 대지주가 사라진 현재의 농업구조에서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 것은 도시의 자본이다. 자본이라는 이름을 둘러 쓴 농지의 주인들은 과거의 대지주와 다를 바 없이 농민을 고달프게 한다. 

▲ 현재 농촌은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땅을 소유하고,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빚이 늘어나는 모순적 구조를 갖고 있다. (사진=한승호 기자)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소작농가의 비율은 2008년 61.8%에서 2010년 62.2%로 나타났다. 이는 논을 빌려 쌀농사를 짓고 1년 수익의 30%를 임차료로 지불하는 농가 현실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말이 된다. 농업 생산비는 계속 증가하고 쌀값은 20년 전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임차료까지 지불하는 농민들은 쭉정이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지를 소유하지 않은 농가가 2008년 0.4%에서 2011년 0.6%로 늘어난 것을 보면 농민들의 탈농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8년 당시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의 ‘쌀 소득보전 직불금’ 부당 수령을 시작으로 고위공무원과 서울 강남구에 사는 땅 주인 등도 직불금을 부당 수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은 부재 지주의 반대로 직불금 신청을 누락당해 1,068억원을 수령하지 못했다. 이처럼 농민들은 부당함까지 강요당하면서 토지에 얽매여 있는 상황이다.

본전도 못 건지는 한 해 농사
농가부채, 연채만 안 돼도 성공한 것

농산물 가격은 농민들이 한 해 흘린 땀의 댓가다. 하지만 농사를 지으면 흘린 땀이 무의미해질 만큼 본전도 못 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채소는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는데 급등을 해도 농민들이 떼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자연재해로 인해 월동 배추가 큰 피해를 입어 금배추가 되면 정부는 어김없이 나서 ‘물가안정’을 이유로 긴급수입, 무관세수입을 하기 때문이다. 또 가격이 좋지 않아 힘들다고 하면 특용작물 재배를 추천하고, 장려하고, 보조금까지 준다.

하지만 모든 농민들이 특용작물 재배를 할 수 없는 데다 정부가 농가 현실을 파악하지 못해 농민들은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다. 정부는 농촌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해서 가격 문제를 책임질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하지만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정부는 농민들의 요구에는 시장이 알아서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모순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제일 먼저 시장에 개입한다. 결국 농민들은 현재의 농업구조 속에서 농산물 가격이 올라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농가부채는 2,721만원으로 1995년 대비 197%나 늘어났다. 특히 농업용 부채의 경우 1995년 보다 103.6% 상승한데 비해 가계용 부채는 560.7%나 늘어나 농가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이는 농업소득으로 가계비를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가계용 부채가 계속 누적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농업을 규모화하고 기계화한 농민들은 평균 농가부채보다 더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평균 1~2억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빚을 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농민들은 1년 농사 지어 빚이 연체 되지 않고, 아이들을 잘 키웠다면 ‘잘 해결됐다’고 말할 정도다. 그만큼 부채는 농촌에 깊게 뿌리박힌 현실이다.

이러한 농촌 경제 상황 속에서 농가소득은 1995년 2,180만원에서 2010년 3,212만원으로 47.3% 증가했지만 이 기간 중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3.52%였고, 1995년 대비 2010년의 물가상승률은 66.1%에 달했다. 결국 실질 소득은 오히려 20%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이는 농가소득의 전체 금액은 증가하고 있으나 실제소득은 감소하고 있어 농가 부채는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현재 농촌은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땅을 소유하고,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빚이 늘어나는 모순적 구조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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