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를 사라굽쇼?

  • 입력 2012.11.05 09:13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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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에 놓인 가판대 아주머니는 벌써부터 겨울 차림새로 바뀌었다. 사람들도 햇살이 넉넉해지는 점심시간대에 가판대 앞을 어슬렁거린다. 가판대장사가 북적이는걸 보면 장사가 잘되는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자세히 보니 사람들이 주로 사는 것이 물건이 아니라 복권이다. 로또나 연금복권 스포츠복권 같은 것들이다. 즉석복권이라고 현장에서 긁어서 확인하는 것도 팔고 있다.

로또에 당첨돼 인생대박을 터뜨렸다는 이야기나 그 돈으로 패가망신했다는 이야기들이 인터넷 가십거리로 많이 등장한다. 패가망신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꽤나 많은 금액의 복권을 사고 또 바꾸기도 한다.

복권의 역사는 길기만 하다. 성경에도 복권이 나오고 중국의 만리장성을 축조하기위해 복권을 발행했다는 기록도 있다. 서양에서 최초의 근대식 복권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가 발행해 40여만 장이 팔렸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우리나라도 일제시기 복권이 판매됐다는 설이 있다. 해방이후엔 올림픽참가기금을 만들기 위한 복권이나 재해기금조성을 위한 복권이 발행됐다고 한다. 주택복권은 우리가 기억하는 복권 중 가장 오래되고 장기간 인기를 누린 복권일 것이다.

복권을 국가가 발행하는 것은 상호부조를 원리로 했다. 복권발행의 수익금은 국가의 중대한 사업전개, 필요기간 산업 지원, 의료, 복지, 교육, 지방재정 지원 등 국민복지 수준 향상을 위한 사업을 수행하는데 쓰인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선 사행성이 너무 커 국민들을 ‘한방’이라는 허황된 욕심을 갖게 한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특히 로또는 당첨이 되면 당첨금만큼 인생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것이 긍정적이면 좋으련만 꼭 그렇지 않다는 게 여러 경험치들이 말해주고 있다.

새누리당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 패션업계 성주그룹 김성주 회장이 그의 모습처럼 톡톡 튀는 발언으로 구설수다. 그중 ‘진생쿠키’발언은 모든 사람들에게 로또복권을 사라는 말로 들린다. 그러니까 인삼과자를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면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날개 달린 듯 팔릴거라는 것이다. 이해는 간다. 스스로가 맨주먹으로 세계시장에 도전해 성공한 사람이라니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모두에게 그런 행운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 한 것 같다.

고스톱을 치면 ‘운칠기삼’이라고 한다. 신자유주의 시장질서라는 틀은 48장의 화투짝이 만들어 내는 경우의 수를 통한 룰보다 못하다고 본다. 정의로운 틀이 없는 상태에서 부지런하라고, 꾀를 내라고 하는 것은 세상을 운으로만 보려는 것이나 매한가지다. 중요한 것은 틀이다. 장사를 하면 거기에 따르는 틀이, 농사를 하면 그 틀이 어떻게 그것들을 받혀주고 움직이게 하느냐 하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

김성주 회장식의 발언은 이 사회의 갑으로 행세하는 자들의 논리다. 그러니 그의 ‘진생쿠키’는 ‘로또’를 사라는 말과 달리 들리지 않는다. 가끔 한방으로 인생역전의 기회를 잡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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