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속도가 아닌 나만의 삶의 속도 만들자

  • 입력 2012.10.29 14:05
  • 기자명 서윤미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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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마지막으로 고기를 먹은 건 1년 전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 결혼식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듯이 육식의 증가에 따라 대량 공장식 사육방식, 약물투여 등으로 환경은 오염되어 가고 인간의 체내에는 건강함이 축적되지 않는다. 주변에 채식을 하는 지인의 권유도 있었지만 환경에 대한,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는 생각에서 일단 고기만 끊었다.

지난 1년 동안 자그마한 변화라면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음료수를 살 때도 어떠한 성분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보고 가능하면 합성착향료가 들지 않은 것을 선택하려고 했다(정말 거의 없었다.). 고기를 안먹으니 패스트푸드점은 갈 수가 없었고 바쁜 현대인들이 끼니를 떼우기 위해 허겁지겁 흡입하듯먹는 습관에서 벗어나 내 몸에 들어가는 먹거리가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몇 달 전 생협조합원으로도 가입하고 잎싹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울여성회에서 강원도 횡성여성농민회분들과 연계하여 현지 생산지체험을 하길래 참여하기도 했다.

자취 12년째인 나로서는 매일 대충 떼우고 바깥에서 사먹는게 전부인 생활에서 놀라운 변화였다.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나를 땅으로 흙으로 가게 했다. 도시생활의 연속에서 땅냄새, 흙냄새가 그리웠다. 관심 있게 보던 단체에서 ‘나눔농부’란 타이틀로 주말에 참여할 수 있는 공동농장프로그램을 열길래 얼른 신청했다. 가을농부는 총 5번 참여해서 11월에 다 같이 김장을 한다. 5번 가서 농사가 될 턱이 없다. 중간 중간 번개농부도 하고 단체 활동가분들이 수시로 가서 밭을 가꿔주신다. 나는 농부 흉내만 내고 밥숟가락 얹는 것이다. 그래도 농장에 가면 좋다. 항상 신발과 양말을 다 벗고 맨발로 흙을 밟는다. 유일하게 흙냄새 맡으며 흙을 밟을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어리숙하게 뿌린 씨앗과 심은 모종이 제법 자라 배추와 무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는 걸 보면 흙이 지닌 생명의 힘을 느낀다.

얼마 전엔 밭에서 캔 고구마를 후원행사에 기증했다. 행사 내용은 이 단체에서 친구농장으로 연계되어 있는 버마(미얀마) 인레호수의 쭌묘농장 15가정을 후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도 출장으로 두 번 가본적 있는 쭌묘농장은 ‘물 위에 떠 있는 밭’이다. 인레호수는 해발 800m가 넘는 고지대에 있는 넓은 호수이며 외발로만 노를 젓는 인타족이 살아가고 있다(버마는 137개의 소수민족이 있다.). 인타족들은 호수 위에 풀들을 끌어다 대나무를 꽂아 가벼운 농작물만 재배한다. 최근에 경제가 개방되면서 외국 불임씨앗과 농약들이 들어오게 되어 호수는 오염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단체에서 쭌묘농장 15가정과 친구농장을 맺고 토종씨앗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던 곳이었기에 마음이 더 쓰였다. 그리고 마음이 아팠다. 내가 또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본다.

자본의 속도에 따라 인간의 삶은 빨라지고 많은 것을 향유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느낌이다. 자본의 속도가 아닌 지속가능한 삶의 속도를 만들어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을 생각해보게 된다. 서윤미 서울 강서구 화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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