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뙤놈이 번다

  • 입력 2012.10.29 14:03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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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년11월 26일자 대한매일신보에 난 기사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봤다. 내용인즉 황해도 해주 광석포라는 곳에서 청국상인 손연방이 소금을 팔다가 중매점포를 운영하는 박민형과 다투다가 급기야 청국상인과 조선상인의 집단난투극이 벌어져 손연방이 죽었다. 이 문제로 청국공관과 조선의 갈등이 불거졌으며 영국공사가 사건에 끼어들면서 외교문제로 비화했다는 것이다.

1876년 강화도 조약으로 조선은 많은 나라들과의 무역이 늘어났다. 바야흐로 신문물이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즉 화장품, 도자기, 바늘, 성냥, 기름 등 생필품 위주였다. 대신 조선에서는 쌀과 인삼들이 주거래 품목이었다. 그중에서도 소금은 중요한 필수품인데 그때까지만 해도 조선의 소금은 매우 귀한 것이었다고 한다. 청나라 소금은 천일염인 반면 조선은 끓여서 만드는 자염으로 청나라 천일염은 반값에 거래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청국은 주로 산동성에서 건너오기에 거리도 가까워 조선의 염업에 큰 피해를 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조선의 백성들은 생활이 더 편해졌을 수는 있지만 쌀 부족으로 굶주리는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즉 개방으로 인해 민생경제가 엉망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조선 백성이 바라보는 외국장사치들이 예쁘게 보였을 리 없지 않는가.

하필 싸움이 일어난 시점이 쌀을 청나라 상선에 싣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당시 조선의 모든 상황을 말해주는 듯하다. 중국과의 FTA협상이 경주에서 있을 것이라 한다. 벌써 여러 차례 진행된 걸로 보아 불안한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중국과의 자유무역은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생산자인 농민들은 물론이고 소비자들도 먹거리안전과 관련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MB정부는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협정문에 서명을 해야 직성이 풀릴 듯 덤벼들고 있으니 이 정부의 자유시장주의에 그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선 후보들 중 누구도 한중FTA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통령 후보라면 중국과의 FTA를 차기정부로 넘기라고 요구할 듯한데 정치권도 후보들도 일언반구를 하지 않고 있으니 영문을 알 수가 없다. 농민들은 지금 1904년 조선의 농민들과 다를 바가 없다. 당시 백성들 사이에 떠돈 말이 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뙤놈이 번다.” 재주부리는 곰으로 순진한 조선사람들의 눈을 홀려 물건을 파는 청나라상인을 보고 그렇게 뒤틀린 심사를 표현한 것이다. 아마 이 말은 협상장에서도 통하는 말이 될 것이다. 세상에서 장사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 아라비아상인이고 그 다음이 청나라 상인이라 했는데 우리나라 관료들이 곰의 재주에 홀릴까 걱정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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