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투입 농업은 식량문제 해결할 수 없다”

급격한 관행농업 결과, 생산성 하락과 농산물값 폭등
만성적인 식량부족에서 채소자급률 100% 끌어올리는 혁신 이뤄

  • 입력 2012.10.29 08:47
  • 기자명 경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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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사이크 탄비르 호세인 박사 (방글라데시 FIVDB농업부분 간사)

방글라데시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인구는 세계에서 8번째로 많다. 식량안보율은 35% 이하로 국민의 26%가 하루 290kcal만 섭취하는 영양실조 상태다.

▲ ‘방글라데시 마을 발전 위한 친구들’(FIVDB) 농업부문 간사 사이크 탄비르 호세인 박사
정부는 부족한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료와 농약을 무상으로 제공했고, 농자재 보급을 위해 높은 보조금을 지급했다. 그 결과 관행 농업은 급격하게 증가했지만, 생산성은 감소하고 있다. 1kg의 질소비료를 사용해 20kg의 곡물을 생산했다면 지금은 8~10kg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수확량 감소와 화학비료, 농약 구입 증가로 농산물 가격은 몇 배로 뛰었다.

자연재해에도 취약해 20년간 빈번했던 홍수와 가뭄, 태풍, 기후변화로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겪기도 했다. 방글라데시의 식량문제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이런 가운데 비영리빈민운동시민단체 ‘방글라데시 마을 발전 위한 친구들’(FIVDB)은 도시 빈민의 영양 공급을 위한 유기농 도시텃밭을 연구하고 있다.

성과로 보급지역 채소 자급률이 100% 가까이 올라갔고,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FIVDB 농업부문 간사를 맡고 있는 사이크 탄비르 호세인(Shaikh T. Hossain) 박사는 오피아상(OFIA. 국제유기농기술혁신상) 첫 시상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호세인 박사는 1회 수상자로 세계 각국을 다니며 방글라데시 유기농업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에는 지난 19일 한국농업유기농학회가 주최하는 국제심포지엄에 25일에는 한국식물병리학회가 여는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했다. 방한한 호세인 박사를 만나 짧게 FIVDB 활동과 방글라데시 농업현황을 들어봤다.

-FIVDB는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가.

1997년에 설립된 역사가 깊은 NGO(시민사회단체)로 농업, 교육, 건강, 재정 분야가 있다. 농업 분야는 방글라데시 소농이 지속가능한 농업을 할 수 있게 유기농업을 확산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친환경농자재를 쉽게 제작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보급하고, 소농이 생산한 유기농산물을 팔 수 있는 도시마켓도 열고 있다.

▲ 방글라데시 농민들은 땅이 물에 잠겨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에서, 쌕가드닝을 이용해 유기농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FIVDB가 도시빈민의 영양공급에 혁신을 일궈냈다고 하는데 설명해달라.

북동부지역은 우기가 되면 장기간 땅이 물에 잠겨서 농사지을 수 없다. 그래서 쌕가드닝(sack gardening) 농사방법을 보급했다. 포대자루에 퇴비가 포함된 흙을 담고 파이프를 꼽고 돌을 넣어 유기농으로 채소가 잘 자라도록 하는 방식이다. 쌕가드닝으로 지역주민 대부분이 100%에 가까운 채소공급을 받게 됐다.

적게는 자루 6개 많게는 10개를 짓고 있다. 처음 1,500명에게 알려줬는데 이제는 이용 인구를 추산할 수 없을 만큼 널리 보급됐다.

쌕가드닝이 방글라데시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에서 먼저 시작됐지만, 우리는 방글라데시에 맞게 100% 유기농으로 잘 재배할 수 있는 방식을 확립했다. 도시에서도 쉽게 아파트, 건물 등에서 채소를 기를 수 있어 계속 확산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농업개방의 물결에서 어느 나라든 소농은 힘들다. 방글라데시는 어떤가.

방글라데시 농민 95%가 소농이다. 경지면적이 2ha 이하로 작고 가난하다. 소농들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공정한 가격을 얻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유통이다. 농민에게 싸게 사서 소비자에게 비싸게 파는 구조다.

산지에서 농산물이 썩기 때문에 농민들은 어쩔 수 없이 유통업체에 싼값으로 넘기고 있다. 직거래 확대와 저장창고 확보가 필요하다. 정부는 창고 부족으로 쌀 수매를 충분히 하지 않고 있다. 쌀값이 불안정하고 생산비보다 낮을 때도 있다. 기후변화 문제도 심각하다. 방글라데시는 기후변화에 취약한 5번째 국가이다.

남쪽은 염분피해, 동쪽은 홍수피해, 북쪽은 가뭄피해에 직면해 있다. 더 이상 고투입 농업으로는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가 유기농업을 강조해야 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농민은 기술과 능력이 훌륭하다. 농민, 농협, 정부가 협력해서 방글라데시에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FIVDB는 쌕가드닝 보급 외에도 유기농 확대를 위해 유기질 비료 생산을 위한 사업체 설립, 유기 농민들의 그룹화, 유기농산물 시장 개발 등을 제시하면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피아상은 세계 최고 수준의 유기농업 연구성과를 발굴하기 위해 제정돼 농촌진흥청, IFOAM(국제유기농운동연맹), ISOFAR(세계유기농학회)에서 심사를 맡고 있다. 호세인 박사는 일본 에이메대학에서 유기농 쌀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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