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사회가 해체되고 있다”

산업화·개방농정, 농민들 도시 떠나
고령화 빠른 속도로 진행… 독거·다문화 가구 등 소외 계층 증가

  • 입력 2012.09.30 23:02
  • 기자명 경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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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한국 농업의 현주소는?

누구도 자식에게 농사를 물려주려 하지 않는다. 우리 농업의 실상이다. 그래서 농업은 희망이 없고 농촌은 점점 더 피폐해지고 있다. 그 속에서 남아 있는 농민들은 힘겹게 농촌을 지키고 있다. 이번 호는 우리 농업의 실상을 살펴본다. 아울러 지금부터 12월 대통령 선거일까지 농업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농업 회생의 대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국>

“농촌사회가 붕괴하고 있다. 이농과 고령화가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아기 울음소리가 끊어진 마을이 많다. 농촌에서는 60대가 청년이다. 우리 농촌은 너무 피폐해진 나머지 사람이 살 곳이 못되고 하루빨리 떠나야 할 버려진 땅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박진도 충남발전연구원장은 정부의 성장제일주의 경제정책과 시장개방, 거듭된 농정 실패로 농촌사회가 붕괴하기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정책으로 도시와 농촌의 소득격차가 벌어지면서 젊은 사람이 떠나고, 인구가 감소하면서 교육, 의료, 서비스 접근성은 떨어졌다. 특히 교육은 젊은층이 유입 또는 정착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늦게까지 결혼을 하지 못한 중년층은 이주여성과 결혼해 다문화 가족을 이뤘고, 독거노인, 조손 가구가 증가하는 등 농촌은 점점 해체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중장년층이 귀농귀촌으로 유입되고 있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이도 적지 않은데다 현지인과 갈등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경제성장의 이면, 농촌해체

70~80년대 한국사회는 국가가 주도하는 숨 가쁜 산업화를 겪으면서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뤘다. 이 과정에서 농민은 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저임금 노동자가 됐다. 농촌에 남은 농민은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억제를 위한 저농산물가격 정책에 따라 값싼 농산물을 제공했다. WTO 가입 등 1990년대 들어서 정부는 수입농산물 시장을 개방했고, 농민들은 “DOWN DOWN WTO!”를 줄기차게 외쳐야 했다.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칠레FTA, 한미FTA 체결 그리고 한중FTA 추진 등으로 이제 농촌은 사망선고에 이르게 됐다.

이는 고스란히 농가 인구변화 통계에 반영돼 1970년 1,400만명이던 농가인구가 2011년 12월 296만명으로 급감했다. 42년 동안 연간 26만명이 농촌을 빠져나간 것으로 이는 경기도 김포시 규모의 도시가 매년 사라진 것과 같다. 이제 전국 인구에서 농가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1970년에 44.7%였다면 2011년은 5.8%에 불과하다.

▲ 농가수와 농가인구 변화 추이 그래프.

소외계층 증가 … 휑한 농촌

농촌의 고령화는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고, 청장년층은 보기가 힘들다. 농촌의 고령화율은 33.7%로 전국 평균 11.4%의 3배이다. 농촌에서 70대 이상이 23.6%로 가장 많고, 10세 미만이 4.1%로 가장 적었다. 독거노인 가구는 2000년 9%, 2005년 11%, 2010년 13%로 급격히 증가하는 중으로 도시 독거가구의 3배에 달한다.

조손 가구도 빠르게 증가하는 중인데 도시 가구 조손비율 0.6%에 비해 1%로 농촌의 조손 가구도 높았다. 농촌에서 다문화 가정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농촌에서 이뤄지는 결혼 40%는 이주여성과의 결혼으로, 농촌가구 중 2%는 다문화 가정이다. 농촌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런 형태로 농촌의 가구형태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교육, 의료, 복지 서비스 질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정부가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을 추진한 1982년부터 30년간 강원, 충북, 전남, 경북, 경남의 경우 30% 이상의 학교가 폐지됐고, 현재 읍, 면, 도서지역은 그동안 3분의 2에 해당하는 학교가 사라졌다.

“초등학교에 1학년이 2명 있다. 내년에는 신입생도 없다. 합반해서 수업하는데 제대로 교육이 되겠나. 교육 때문에라도 다 시내로 떠나려고 한다” 농가규모로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상주시. 이곳도 농촌 해체는 똑같다고 한 농민은 전했다. 이 농민의 마을에 있던 폐교는 최근 요양병원이 됐다. “명절 때는 청년들이 모여서 축구도 하고 배구도 하고, 청년들의 소중한 놀이터였는데 관리가 안 되니까 교육청이 팔았다”며 “마을공동사업으로 건물을 임대하면 깨끗이 사용하고 관리할 텐데... 없어지니까 방구석에 앉아서나 만나지”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농촌이 스산해지고 있다.

귀농증가 추세, 갈등요소로 부상할지도 모른다

전반적으로 노령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도시와 농촌 인구 이동의 추세가 역전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2001년 880가구에서 2011년 1만503가구가 귀농귀촌을 선택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도시민의 농어촌 이주 의향 조사 결과 2007년 56.3%에서 2011년 63.7%로 크게 증가하고 있어, “귀농귀촌이 유의미한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림수산식품부도 지난 2월 귀농귀촌을 활성화하기 위한 ‘귀농·귀촌 정책’을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귀농귀촌센터 관계자는 “귀농 정책이 귀농하라고만 하지 농사기술도 배우고 적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연착륙 장치가 없다. 농촌을 떠나는 사람들은 집계도 안 한다. 5~6개월 있다가 다시 도시로 나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며 지적했다. 마을 외곽에 별장처럼 집을 짓고 지낸다든가, 농촌의 삶에 익숙해지지 못하는 등 제대로 농촌에 녹아들지 못하는 것. “귀농귀촌인과 현지인이 성벽을 쌓고 살게 되지 않을까”라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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