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빠진 도시농업 인성순화 가능할까

햇빛·땅 대신 LED조명과 키트형 화분으로 농업 교육
농민들, 실용화재단 제시 학교교육 모델에 우려 표명

  • 입력 2012.09.10 09:15
  • 기자명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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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연의 가치 빠진 학교교육형 도시농업 어린이에게 농업에 대한 왜곡된 철학 심을까 적정 햇살과 밭을 대신해 LED조명, 키트형 화분에 농사를 짓는다면 어떨까? 이 같은 농사방식이 어린이 인성교육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연구결과 가운데 도시농업에 활용 가능한 기술 10여가지를 묶어 학교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학교교육형 도시농업 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술실용화재단은 교내 유휴지 에 아이들이 원하는 채소작물을 심고 가꾸어 따먹는 단순 텃밭활동에서 탈피해 △키트화된 화분 △매뉴얼에 의한 설계·재배법 △원예활동 프로그램 △벽면녹화기술 등 학교 실정에 맞게 맞춤형으로 패키지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실용화재단은 경기도 과천시 소재 관문초등학교(교장 김득영)와 업무협약을 맺고, 학교교육형 도시농업 모델을 조성하여 패키지 기술들을 적용해 왔다고 덧붙였다.

이 패키지에는 학생들이 오랜 시간 머무는 실내공간인 교실에는 체험형 그린교실이 될 수 있도록 뿌리관찰키트, 부착형 심지화분, LED 채소 재배기 등을 활용해 학교생활 속에서 식물의 성장과정을 쉽게 관찰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의 그린 식생활 실천 및 농산물 소비 촉진에 기여함은 물론, 농업 및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학교폭력 등 사회적 문제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는 등 농업기술이 인성교육에 미치는 효과를 극대화 되도록 하는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민들은 이러한 모델이 어린이들에게 농업에 대한 왜곡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노동과 자연이 함께 짓는 농업을 기계와 화분이라는 틀에 가두는 것은 농업이 갖는 가치와 철학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실용화재단측이 이러한 방식으로 농업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어린이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실용화재단이 추진하는 방식은 앞뒤가 맞지 않는 끼워 맞추기 의미부여라는 지적이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농사라는 것은 자연, 농민의 노동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하는데, 실용화재단이 밝히고 있는 방식은 단순히 작물을 ‘키우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자연’이라는 중요한 개념은 빠져있다”고 우려했다.

또 “실용화재단은 자연을 배제한 농업기술로 농업이 인성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극대화 하겠다고 밝혔는데, 농업인성교육의 핵심은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데 있다. 실용화재단이 밝힌 기술은 껍데기 기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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