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새댁의 좌충우돌 농촌 적응기

  • 입력 2012.09.03 09:08
  • 기자명 유미경 (경북 상주시 내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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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곶감으로 유명한 경북 상주시 내서면 서원리에 살고 있는 두 딸의 엄마이자 3년차 농촌 초보새댁 유미경 이라고 합니다.

처음 제가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땐 아침저녁으로 들리는 개구리소리가 시끄러워 밤잠을 설쳤는데 요즘은 매미 개구리 소리가 안 들리면 어색하기까지 하네요. 대도시에서 자라지 않았지만 상주 시내에서 살다가 곶감농사를 짓는 남편을 따라 시내와 20분 거리인 내서면 서원리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이곳에서 생활하기 전까진 낭만적인 전원생활처럼 쉽게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볼 일이 있을 때면 시내와 20분 거리니까 쉽게 왔다갔다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농촌생활이라는 게 그리 넉넉하지 못해 치솟는 기름 값을 감당하기가 힘들어서 생각만큼 외출하기가 힘듭니다.

시내에 살 때는 요리를 하다가 갑자기 필요한 게 생기면 마트나 가까운 슈퍼를 가서 구입을 할 수가 있었지만 여기에서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미리 구입을 하거나 다음 장보는 날을 기약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적응하기 매우 힘들었네요.

물론 좋은 점도 있어요. 농촌에 살면서 필요한 채소나 과일들은 자급자족을 하다보니 아이들 간식, 남편 야식도 만들어주게 되고, 대신 남들은 쉽게 시켜먹는 햄버거, 피자, 치킨이 우리가족에게는 한 달에 한번 먹을까 말까한 특식이 돼버렸습니다.

새내기 새댁인 저에게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은 이웃들과 빨리 친해지기 위해서 모르는 동네 어르신이 지나가도 먼저 인사를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도시에 살 때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지만 시골은 그야말로 더불어 사는 공동체니까요.

처음 이사 왔을 때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몰라서 혹시나 나쁜 인상을 심어 줄까봐 모르는 사람들한테도 무조건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1년이 지난 후 부녀회에서 가입을 하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부모님 뻘인 어른들에게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시골에서는 같은 동네 어른들에게는 아주버님, 형님이라 불러야 한다는데. 저희 부모님이랑 나이가 비슷한 연배 어른들에게 그렇게 부르는 게 맞는 것인지 아직도 호칭문제는 힘든 과제입니다.

처음에는 농촌에 살면서도 곶감 이외에는 농사를 짓는 게 없었던지라 모든 야채를 사먹었는데 한해 지나면서부터 텃밭을 가꾸기 시작했습니다. 텃밭에는 고추, 토마토, 가지, 감자, 옥수수, 파를 심다보니 점점 늘어나서 나눠 주게 되고 가꾸는 재미도 알게 되었습니다.

김장을 담그면 서로 나눠먹고, 텃밭에서 나는 야채를 나눠주는 이웃에게서 나눔과 마음의 여유로움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매일 뭔가에 쫓기는 시끌벅쩍한 생활보다는 극장도 마트도 없지만 마음만은 여유롭고 풍족한 이곳 생활이 점점 익숙해져 갑니다. 막상 농사를 짓고 보니 모든 농산물 가격은 너무 낮고 일정치 않아 때론 삶이 고달픕니다만 수확의 기쁨, 농촌 이웃들과 함께 하는 삶이 있어 웃을 수 있습니다.

밤하늘의 별이 아름답게 반짝이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뚜렷한 냇가와 산으로 둘러싸인 반딧불이가 춤추는 이곳 밤원골에 살게 되어 행복합니다. 저의 예쁜 두 딸도 이런 농촌생활의 여유로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아이들이 되었음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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