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이면 다가 아녀

  • 입력 2012.09.03 09:04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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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자주 몰려오는 듯하다. 7월에 불어 닥친 ‘카눈’은 별 피해 없이 지나갔다. 그러나 이번 8월 28일 태풍 ‘볼라벤’은 많은 농민들의 가슴을 쥐어뜯어 놓았다. 게다가 먼저 발생한 14호 태풍 ‘덴빈’이 대만에서 머무르고 있다가 다시 북상하며 비바람을 쳐 설상가상 피해가 늘어날까 걱정이다.

태풍이 불면 걱정근심으로 밤을 지새우는 이들이 과수재배 농민들이다. 특히 배나 사과를 재배하는 농민들의 근심걱정은 같이 있기 불편할 정도로 깊다. 그래선지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여기저기 안부와 위로 전화가 바쁘다. 그도 그럴 것이 넓은 과수원에 즐비하게 떨어진 사과나 배의 모습이 대단히 선정적이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추석을 가까이 두고 수확을 눈앞에 둔 상태여서 한 개만 떨어져도 아까운데 절반 가까이 떨어지고 나면 허탈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허탈한 정도를 넘어서 농약을 병째 마시고 세상을 하직한 주변 농민들도 많이 보았다.

농사를 짓는 것은 누구나 그러다 시피 하늘과 동업하는 것이란 생각이다. 전에 4H활동 할 때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던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금언은 어느 시러배아들놈이 했는지 모를 일이다. 한 번의 실패는 누적되는 영농자금의 압박으로 목숨이 왔다갔다 한다. 쳐다보기도 싫고 아예 보따리 싸고 야반도주를 벌이기도 한다.

이런 피해를 보충하고 다시 농사지을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농작물재해대책법이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이 법으로는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겨우 피해복구비, 대파비, 방제비 등의 명목으로 ha당 몇 십만 원이 보상금이라고 쥐어질 뿐이다.

농민들은 이런 점을 과감히 정부가 제대로 보상하도록 요구 했으나 아직도 제대로 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는 정부가 가지고 있는 인식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농사를 공적 차원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농민 개인의 소득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어떤 농사를 짓는 것은 농가의 선택이다. 따라서 그 선택에 의한 피해의 경중이 있기 마련이므로 개인이 책임질 부분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농작물재해보험이다. 2001년 농작물재해보험법으로 사과, 배 등 6개 부분으로 출발해 2009년 농어업재해보험으로 확대 되었다. 그러나 보험이 가지고 있는 수익이라는 점을 간과한데서 보험가입자인 농민들이 속을 태워야하는 어려움이 노정되고 있다. 일자무식인 촌로조차도 보험이면 다가 아니란 말이 어떤 의미인지 살피지 못한 것이다.

정부가 농사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기위한 중요한 산업이라고 인정한다면 기본적으로 자연재해에 대해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농업의 공적기능을 국가가 먼저 인정 하는 것으로 국민들의 농업에 대한 판단을 바로 세우도록 이끄는 일이다. 또 대선주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복지정책의 진수일 것이다. 기초농산물 마저 불안정한 국가가 무엇으로 선진국 운운하며 OECD가입국이라 하겠는가. 태풍피해로 억장이 무너져버린 농민들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울 줄 아는 나라, 안심하라고 다독이며 위로해주는 나라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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