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축산물 가격하락 ‘적신호’

축산농가 보호 위한 정부 정책 보완 필요
생산자 단체, 사육두수 감축 적극 참여 중요

  • 입력 2012.08.27 09:15
  • 기자명 김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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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반기 축산물 가격하락이 예상됨에 따라 정부와 축산관련 단체들이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22일 ‘2012 하반기 축산물 가격 전망과 대응 워크숍’을 개최하고 각 축산관련단체와 축산물 가격안정을 위해 의견을 나눴다.

최근 전세계에 닥친 가뭄으로 인해 곡물가격이 인상되고 배합사료 원료 곡물의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축산농가들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축종에서 하반기 홍수출하가 예정돼 있어 축산관련 단체들은 단단히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한우 사육두수 사상최고치
9월 일시적 가격상승, 이후 하락세 전망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한우의 사육두수는 지난해 6월, 305만 마리에서 올해 동월 311만 마리로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규모 할인행사와 암소 도태 등 소비촉진에 노력하고 있지만 올해 1월에서 7월까지 한우 도축 물량은 45만1,000마리로 지난해보다 22.9% 증가했다.

이에 따른 번식의향 기피로 암소와 암송아지 가격이 전반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4~5개월령 기준 이번달 암송아지 산지 우시장 평균가격은 70만원대, 140만원인 수송아지 보다 절반이나 뚝 떨어진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250만원 선을 유지했던 암송아지의 올해 가격폭락은 충격적이다.

최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송아지가격 문제는 한우 산업전체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이는 한우농가의 어려움으로 이어져 번식농가가 사육포기를 하기에 이르고 결국 송아지를 생산하지 않아 3~4년 후 한우 사육두수가 줄어드는 것은 뻔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장기선 전국한우협회 사무국장은 어려움이 닥친 한우산업에 번식농가를 보호하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피력하며 지금까지 추진해왔던 송아지생산안정사업이 다시 원위치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아지생산안정사업은 가축시장에서 거래하는 송아지 평균가격이 안정기준가격 이하로 떨어졌을 경우 일정금액의 보전금을 지급하게 되어있는데, 올해 초부터는 보전금이 차등 지급되도록 개편됐다. 최근 송아지생산안정사업이 한우 사육두수 과잉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일면서 농림수산식품부는 과잉사육 억제를 이유로 보전액을 단계적으로 낮춘 것이다.

이처럼 한우 번식농가들이 믿어왔던 송아지가격 안정체계가 허물어지면서 번식농가들은 가격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실정이다. 최고치를 기록한 한우사육두수 문제도 시급한 해결이 필요하다. 정부는 올 하반기까지 암소 10만두 도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3만두가 도태된 상황에서 나머지 7만두는 하반기 내로 도태될 예정이다.

한우협회는 추석 전까지 대규모 할인판매행사를 진행하고, 추석 전 일시적인 자가도축을 통해 사육두수를 줄여갈 계획을 전했다. 자가도축은 도축장을 통해 도축 후 마을 내에서 소비하고, 한우자조금에서 30만원의 도축비를 지급한다. 자가도축물량은 시장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물량조절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22일 하반기 축산물 가격 하락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축산관련단체와 함께 의견을 나눴다.

젖소 사육 증가 분유 재고량 증가로 이어져
생산조절, 소비확대 두 가지 부합돼야

지난 6월 젖소 사육두수는 지난해 대비 1.7% 증가한 41만 두를 기록했다. 지난 4~6월 도축된 젖소는 2010년 대비 25.1% 감소한 1만119두에 그쳐 생산에 참여하는 노폐우가 늘어나고 원유 생산량도 증가하고 있다. 2010년 구제역 파동이후 원유부족사태가 이어지자 낙농가들의 젖소사육의향이 높아졌고, 사육두수와 원유생산량은 급격히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원유가격이 오르자 한육우에서 낙농으로 전업한 농가들이 늘어난 것도 넘치는 원유 생산량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현재 낙농산업에서 가장 문제되는 것은 원유 생산량 증가로 인해 분유 재고물량이 쌓여 있다는 것이다.

올해 6월 재고량은 2010년 동월 대비 94.6% 증가한 9,846톤이다. 이에 따라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지난 7월부터 수급안정대책으로 생산조절과 소비확대라는 두 가지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낙농육우협회는 낙농산업이 직면해 있는 분유 재고물량 문제를 유제품 수출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유제품의 50%를 중국에 수출하고 바로 수출 가능한 흰우유에 초점을 맞춰 국내소비저조 문제를 보충할 계획이다.

할당관세 물량 돈가하락에 큰 타격
원산지표시 단속, 사료·폐업지원 필요

지난 6월 기준 돼지사육두수는 943만두로 구제역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올해 1~7월 도축두수는 757만두로 구제역 이전의 90%, 돼지고기 생산량은 40만5,000톤으로 구제역 이전의 93% 수준이다.

양돈의 경우 구제역대란으로 전체 농가 중 25%가 돼지를 살처분했고 다시 입식한 농가들의 출하가 하반기에 대거 집중돼 있다. 현재 생산비는 탕박 기준 1kg 당 5,000원 선이지만 실제 도매시장 거래가격은 4,000~3,700원으로 생산비를 밑돌고 있어 문제는 심각하다. 또 올해 하반기 홍수출하가 예정됐음에도 정부는 할당관세로 수입산 돼지고기를 들여와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대한한돈협회는 국산돼지고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원산지표시단속 강화’, 곡물가 급등으로 인한 국내 축산농가의 생산비 폭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료안정기금’을 조성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어 FTA로 인한 한계농가가 발생함에 따라 폐업지원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축산농가들이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폐업을 하고 축산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일로 전업할 수 있도록 보상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FTA로 인한 축산농가들의 폐업은 사회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4대강 사업 이후 환경부는 수질개선 문제로 축산농가들을 압박하고 있지만 정화시설 설치는 농가 스스로 해결하기에 경제적 어려움이 따른다. 정부는 축산농가들에게 우선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하고 정책을 펼쳐야 될 것으로 판단된다.

종계 과잉입식 가격하락은 당연
업계, 도태주령 축소·소비촉진 노력 계획

이재하 한국계육협회 부장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이후인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업계는 350억 정도의 손실을 봤다고 전했다.

현재 육계 시장은 종계 과잉입식, 생산성 향상으로 도계 물량은 늘어나고 산지가격은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1~7월 육계 산지가격은 전년 대비 11.1% 하락한 1,742원으로 조사됐다. 계육협회에 따르면 생산비는 내년에도 10~15%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닭강정의 인기 상승으로 수입육 시장이 확대되고 국내산 소비는 저조 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러 가지 문제들로 10개월 가까이 적자를 보고 있는 업계에서 본격적인 불황은 지금부터 시작일 것이라는 의견도 흘러나오고 있다. 계육협회는 이런 문제를 탈피하기위해 종계의 도태시기를 64주령에서 60주 이하로 앞당겼다. 계육협회는 도태주령을 좀 더 앞당겨 전체생산량에서 10%정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잉입식 된 종계는 업계자체에서 5%이상 입식을 줄이려는 계획이다.

대한양계협회는 육계산업활성화를 위해 국내 거대 식자재 업체인 삼성, 홈플러스, CJ, 프레시안 등에 생산자단체와 함께 방문해서 국내산 닭고기 사용을 요청했다. 이에 여러 업체에서는 국내산 닭고기를 사용하겠다는 확답을 내놓은 상태다.

산란계의 경우 사육수수는 해가 갈수록 꾸준히 증가하고 올해는 지난해 대비 6% 증가한 6,438만수로 추정된다. 산란종계 사육수수 증가로 9월 병아리 생산잠재력이 전년보다 85%나 높은 수준이다. 또 생산계군 교체로 평균 산란율이 향상되고 계란 평균가격은 10개 기준 지난해보다 24%하락한 978원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산란계 산업은 종계감축, 부화장 병아리 생산량 조절, 계획적인 농가 경영을 통한 무분별한 병아리 입식 자제, 지속적인 노계도태, 계란 소비촉진 캠페인 등의 추진이 필요하다.

오리 사육수수 감소, 6월 이후 가격 상승
냉동재고 일부 소진 … 업계의 지속적 물량관리 필요

올해 6월 기준 종오리 사육수수는 전년대비 32.5% 감소한 114만수로, 총 사육수수도 전년대비 15.3% 감소한 1,140만 수다. 냉동재고 물량으로 골머리를 썩었던 오리업계는 자율적인 물량감축 노력으로 냉동재고 일부를 소진했다. 올해 상반기 오리 산지가격 약세가 지속됐지만 6월 이후 가격은 상승세로 전환됐다.

하지만 가격이 조금 안정된 후 농가들의 무분별한 입식이 늘어날 것이 우려돼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단계다. 뿐만 아니라 오리는 혈통 보증서를 발행하도록 되어있는데 발행하지 않아도 법적 조치는 가해지지 않는 문제점에 있다. 이에 따라 이강현 오리협회 전무는 이런 관련 법령을 보완해 오리 산업을 더욱 철저히 관리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현재 오리 가격은 생산비를 웃도는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오는 9월부터 11월까지는 3kg당 6,500~7,000원으로 지난해보다 8.5~16.8%정도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11월 이후 비수기로 접어들면서 가격은 다소 내려갈 것으로 예상돼 종오리의 철저한 수급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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