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

  • 입력 2012.08.13 09:10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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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사람들은 순하고 느긋하며 욕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들에겐 특별하고 절대적인 신이 있다. 모든 것은 신의 뜻이다. 힌두교는 삼라만상이 모두 신이다. 길거리에 개나 소나 모두 신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신이 바로 ‘시바’다. 비슈누와 브라흐마신이 힌두교의 삼주신이며 이들은 각기 다른 역할을 맡고 있다. 그중 ‘시바’는 파괴의 신이다. 그러나 속성을 알고 보면 파괴와 동시에 창조를 담당해 모순 관계에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 창조는 다른 것의 파괴로부터 일어나고 파괴는 새로운 창조의 모태가 된다. 바로 ‘시바’가 가진 속성은 자연주의라 할 수 있다.

대체로 서양의 경험주의가 현대문명의 바탕이 됐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보듯 인간중심의 세계관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동양의 사고체계는 자연중심주의라 할 수 있다. 신화를 봐도 신들은 자연을 대변하고 있으며 힌두교, 불교, 도교 등이 자연주의와 밀착 되어있음을 볼 수 있다.

짧은 장마가 지나가고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한 달 가까이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농작물이 타들어가는 모습에 농민들은 애가 탄다. 우리나라뿐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가뭄과 홍수가 빈번하다. 특히 미국은 애리조나 등 옥수수 곡창지대인 중부지역이 가뭄에 옥수수 수확량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바야흐로 세계적 기근이 다가오고 있다. 뽑아낼 수 있는 지하수도 고갈되고 강물마저 말라붙어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세계 도처에 비슷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밀림은 소를 기르기 위한 방목장으로 벌목되고 각종 과일을 생산하기위해 플랜트 농장들이 논을 까뭉갠다. 바이오 연료를 만들기 위한 경작지는 더욱 넓어지고 농사를 짓는데 화석연료의 사용은 더욱 늘어난다. 또한 WTO와 FTA로 인한 물류의 세계적 이동 또한 지구 온난화에 한몫 거들고 있는 것이다.

네팔은 전국토의 88%가 산지라고 한다. 이 산지에서 오롯이 사람들의 손으로 만들어 지는 논들이 지구 온도를 낮추고 있다. 그들이 내는 벼 포기 하나하나는 화석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결국 이들은 스스로 농경문화를 간직 하고 자신의 삶을 연속 시켰다. 이는 지금까지의 지구를 살리는 소농의 일부였다.

인간중심의 서구사상이 자연을 파괴하며 인간의 욕구충족에 충실했다고 한다면 동양의 자연주의는 인간이 자연의 한 부분임을 강조하며 순리에 맞추도록 억제돼 왔다. 지금까지 만들어온 미국식 농업의 환상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생태주의적 농업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쓰노유킨토’의 (小農, 누가 지구를 지켜왔는가의 저자) 주장처럼 아시아농민들이 전개해온 집약적 자급소농은 농지의 영속성과 최소공간모델의 모범생이이며,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지속가능한 농업의 준거라 할 것이다.

‘시바’가 파괴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를 역행할 때라고 한다. 그 역행을 파괴함으로 새로운 자연의 질서를 만든다는 것이다. 홍수로 모든 것이 쓸려 내려가고 나면 그 자리에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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