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래서 싸우고 있다”

두물머리를 지키는 농민 서규섭 씨

  • 입력 2012.07.23 11:10
  • 기자명 경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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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규섭 씨.

두물머리에 남은 4개 농가 중 한 명인 서규섭 씨. 서 씨는 2000년에 귀농해 12년째 1,000평 규모로 유기농사를 짓고 있다.

농사 경험이 없던 서 씨는 30대 중반에 농사가 직장생활보다는 편하겠다 싶어 양평군으로 귀농했다. 그러나 농사가 직장생활보다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벌레 먹히고 병들어서 수확을 못 했다. 있는 돈도 다 까먹었다. 하도 농사가 안 되니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농사기술이 없어서 그런가 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다 잘하는 거다. 땅이 작물을 키워내는 능력을 모르고 심으면 되겠거니 했던 게 문제였다”

그는 땅이 근본이라고 했다. “흙 한 삽을 떴을 때 생명체가 전 세계 인구보다 많다. 농민이 애정을 갖고 땅을 바꾸지 않으면 힘들다”고 말했다. 서 씨가 땅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비료와 농약 대신 끊임없이 보살피고 관찰한 시간이 5년. 그제야 자신감이 생기고 재미가 나기 시작했다. “첫 수확 판매수익이 몇십만원밖에 안 됐는데도 쓰기가 너무 아까울 정도였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농업을 통해 경쟁이 아닌 협력도 배웠다. “도시에서 생활은 경쟁이다. 살아남아야 하고 올라가야 하고, 경기가 안 좋으면 조기퇴직하고 치킨집 차리고. 그러다 다 실패하고… 도시에서는 몰랐는데 농사는 땅과 하늘에서 내리는 비, 태양의 빛, 농민의 노역이 합쳐진 합작품이다. 노역도 혼자 하기 어려우니 품앗이를 하면서 마을 사람들과 협력한다”고 말했다.

그래서다. 기자의 “그런 만큼 떠나기 힘드시겠다”는 말에 서 씨는 “그래서 싸우고 있는 거다”며 이내 말을 이어갔다.

두물머리 유기농가들은 정부의 4대강 사업과 농민 요구를 절충한 상생대안을 제시하고 요구해왔다. ‘자전거도로가 필요하다면 짓자. 공원도 짓자. 그리고 유기농지를 유기농장, 시민 귀농농장, 치유농장, 체험학습장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 씨는 “농업이니까 안 받아들여진 것”이라며 “4대강 사업 내에서 농사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물머리의 공권력 투입이 임박한 가운데 서 씨는 “정부의 4대강 개발과 지역농민의 견해가 다른데 힘으로 쫓아낼 수 있을지 몰라도, 대화나 평화적인 해결 방법,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쳐서 양쪽이 받아들일 수 있는 대안이 나오는 게 좋은 해결방안 아니냐”고 반문했다.

유기농지 보존싸움을 시작한 지 햇수로 4년. 서 씨의 바람은 여전히 이 땅에서 계속 농사짓는 일이다. 그는 “힘으로 밀리는 순간까지도 계속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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