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정신적 자산 어린이가 보고 배우는 게 중요"

<15>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 입력 2012.07.23 10:35
  • 기자명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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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이 교육이고, 교육이 곧 농업이라고 생각해요. 농업이 가지고 있는 정신적인 자산을 자라나는 아이들이 보고, 배우고 또 닮아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농업과 교육에 대한 철학을 이같이 밝혔다. 제1호 진보 교육감으로 선출돼 무상급식, 학생인권, 농산어촌학교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 김 교육감을 지난 10일 경기도 교육청에서 만났다. <대담=한도숙 본지 사장, 정리·사진=최병근 기자>

한도숙=취임2년째를 맞이하셨습니다. 우선 축하드립니다. 경기도 교육 현안은 뭐가 있을까요.

김상곤=처음 교육청으로 들어와서 추진하려던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등과 같은 사업을 잘 진행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여러 가지 저항도 있었고, 상당히 주춤주춤 거리는 공무원들의 태도도 있었습니다. 또 이를 실행에 옮기는데 있어서 당시 도 교육위원회에서는 강한 문제제기를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청 직원들이 점차 (교육에 대한)철학과 방향을 공유하기 시작해서 하나하나 진행하고 있습니다.

=밖에서 교육감님을 두 가지로 평가해요. 하나는, 위험한 사람이 경기도 교육을 책임지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또 하나는 정말 제대로 된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 하시는 분이라는 겁니다.

=처음에는 언론도, 보수적 주민들도 (저를)위험하다고 그랬어요. 제가 2009년 교육감에 당선될 때의 성향은 진보가 맞아요. 그러나 공교육이 처한 상황을 보면 교실이 무너지고 교육이 황폐화 됐어요. 그렇다면 제가 할 일은 이 공교육과 이를 담당하는 교사들을 정상화 시키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런 측면에서 진보나 보수로 접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요. 저도 색깔로 접근하지 않았구요.

=경기도교육감이 욕심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굉장히 기술적으로 잘 풀어내고 있다고 평가해요. 일을 유연하게 만들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좋은 말씀이네요(웃음).

=지금까지 보수성향의 교육, 제국주의의 교육을 답습해 왔잖아요. 특히 일본식 교육이요. 일본식 제도가 다 없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친일파가 득세하며 이 교육제도를 그대로 끌고 왔잖아요. 이를 바꾸려고 하니까 교육감님에게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으려고 해요. 근데 교육감님은 이를 잘 넘기고 있어요. 소위 진보교육감이라고 하는 시대의 변화, 학부모, 학생들의 요구가 교육감님을 당선으로 이끌어 냈다고 봅니다. 이를 들춰낸 것이 학교급식이 아닐까 생각해요.

=사회경제적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교육혁신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그 혁신의 기반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혁신의 기반 하나는 학교급식을 무상으로 실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 보편적 복지, 다른 하나는 학교문화를 바꿔내는 것입니다. 그중 학교급식을 무상화 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무상급식이 아이들, 학부모에게도 좋지만, 국민들 삶에도 보탬이 되는 것이지요. 특히 농업과 농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잖아요. 그 다음에는 보다 질 좋은 급식으로 가는 것이 ‘친환경급식’이라고 생각해요. 유기농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친환경급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식자재(농산물)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러면 식자재 단가가 올라갈 수 밖에 없어요. 이를 어떻게 조정할 것이냐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구요. 중간유통단계를 최대한 줄이고, 농민과 직거래 하는 방향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닙니다.

▲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지난 10일 경기도 교육청에서 한도숙 본지 사장과 대담을 갖고 “학교가 공동체의 거점 가운데 하나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급식지원센터가 농민들의 손에 의해 운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민들은 자본운영에 취약하고, 경영을 잘 모르기도 하구요. 그러다보니 급식지원센터가 현재는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주도하거든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희로서는 산지가격으로 공급되는, 좋은 식자재를 쓰는 것이 아이들에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자체적으로도 지난해 안양에서 40개 초등학교에서 공동구매를 시작했고, 올해는 5개 지역에서 공동구매를 하고 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직거래 방식이라든가 공동구매 방식을 체계화하기 위해 접근하고 있어요. 새로운 방식이고, 새로운 거래관계를 만드는 것이라서 일시에 할 수 없습니다. 시범적으로 단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과정입니다.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학교급식에 3조 정도 소요된다고 합니다. 그중 경기도만 7천억 정도 수준입니다. 물론 농산물 생산과 관련해서 비율은 높지 않지만, 안정된 수급체계가 만들어진다면, 농업을 활성화 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친환경급식이 2가지 측면을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농업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과 아이들에게는 건강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어요. 이는 웬만한 사람은 다 알아요. 이 양자를 어떻게 승리할 수 있는 조건으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인지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농사라는 것을 종합예술이라고 해요. 농업을 통해 아이들의 정서 순화적 측면으로 접목시켜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경기도 교육청은 농업, 농촌교육과 관련해서 체험학습도 권장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농협과 체험학습 업무협약을 맺고, 농협이 체험학습 비용을 지원하고 있어요. 또 경기도 교육청에서는 장독대 사업을 하고 있어요. 학교에 설치해서 실시하고 있는데 인기가 좋아요. 우리의 전통식품이 보관되는 장독대를 통해서 학생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지요. 이런 학생들의 활동이나 경험이 인성발달, 시민정신을 함양하는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고 길러내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독대 아이디어는 참 참신한 것 같아요. 근데 한편으로 도식화될 우려가 있어요. 농업이라는 것은 틀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주에 씨 하나 떨어지면 풀이 되는 것이 농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학교는 뭔가를 하면 예산을 들여서 형식을 갖춘단 말이지요. 행정적 지원, 평가까지 도식화 되잖아요. 아이들도 도식화, 계량화 될 우려도 있긴 있어요.

=뭔가 사업을 하려면 아이들이 신기해하고 그래야 하잖아요. 학교 선생들도 좋아하고, 이런 방향으로 사업 아이디어를 개발해 나가는데, 우리 농업이 비교우위론에 의해 축소된 것이 너무나 안타까워요.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을 하면서 70%였던 농업(식량자급률)이 지금 20%수준으로 낮아 졌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우리 먹거리와 관련된 농업활성화는 우리시대에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풀과 흙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야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흙과 가까운 환경에서 농사의 의미도 익히는 그런 사업을 한다면 농민회에서 받아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교육도 교육이지만 농업 위기의 문제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깊이 고민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아이들이 산과 들 밭으로 자주 나가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고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한=자연스럽게 가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게 가야 저항이 적을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농산어촌 학교를 통폐합 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어서 걱정이 많아요. 어떻게든 농산어촌 학교들을 거점으로 하는 농촌공동체를 붙들고 가야 할 텐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동감합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법을 개정해서 통폐합 기준을 낮추려고 했다가 지역여론이 안 좋으니까 주춤거리고 있어요. 학교가 단지 아이들 가르치는 장소 일뿐만 아니라, 마을에서는 문화공동체, 나눔의 공동체가 될 수 있어요. 학교는 가능한 대로 활성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감 취임 이후 농어촌의 작은 학교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초기에 혁신학교를 지정할 때는 농어촌의 작은 학교를 많이 선정했어요. 실제 용인의 두창분교는 혁신학교로 지정된 후 올해 초 본교로 승격이 됐습니다. 작은 학교들이 활성화 되는 데에는 교사뿐만 아니라 주민들도 함께 노력하고 애를 써야 해요. 그러면 활성화된 사례가 많이 나와요. 교육감 들어와서 학교를 통폐합 시킬 때 마을 주민들이 반대하면 통폐합을 시키지 않고 있어요. 마을 주민들께서 학교를 활성화 시키려는 의지를 보이면 (통폐합을)유보시키고 있어요. 가능한 학교가 공동체의 거점 가운데 하나로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요.

=폐교를 지역의 문화적 소통공간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도 고민이 되어야 하지 않나요.

=폐교를 활용하기 위해 동네 주민들이 의견을 모아서 계획안을 내면 이를 존중하고 있어요. 폐교를 지역문화의 소통공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기준이 미달하더라도 지역이 요구하면 그 학교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역과 아이들에게 좋다고 봅니다. 이를 뒷받침할 정책이 필요할 때 이기도 하구요.

=도시·농촌 할 것 없이, 골고루 삶의 터전을 함께 유지·발전시키자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혁신교육 정책의 핵심인데요, 이를 위해 교육기관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농촌지역 주민들께서도 단순히 (학교가)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지요.

=혁신학교라든지, 아이들의 인권문제 향상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들을 보며 가장 모범을 세웠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교육감님이 생각하기에 얼마큼 왔다고 생각하시나요. 자평을 부탁드립니다.

=2009년에는 정말 다양한 비판을 받아왔죠. 이 비판을 받는 과정이 공론화가 되는 계기였습니다. 학생인권조례도 엄청난 색깔 공격을 많이 받았어요. 이제 학생인권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잖아요. 물론 아직도 이견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학생인권을 무시하지는 않아요. 현재는 학교를 변화시키고 학생들 교육을 미래지향적으로 만들기 위해 정책이나, 사업들을 정착시키고 있어요. 앞으로는 이렇게 만들어 놓은 미래지향적 흐름을 안정화 시키도록 노력해야지요.

=농업과 교육, 분리할 수 없는데요. 교육감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농업이 교육이고, 교육이 곧 농업이라고 생각해요. 농업이 가지고 있는 정신적인 자산을 자라나는 아이들이 보고, 배우고 또 닮아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농민에게 희망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우리 농업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최단기간 쇠락한 산업입니다. 우리 농업이 미래 대한민국을 뒷받침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업정책이 새로운 측면에서 조망되어야 합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농업을 접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농촌에서 자기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교육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해야겠지요.

=바쁘신 가운데도 대담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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