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하게 하루하루를 맞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의 마지막 보루인 경기 양평군 팔당 유기농가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기습공사를 강행한 지 이틀째인 18일. 농지보존 친환경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공동대책위원회(팔당공대위) 유영훈 대표는 두물머리 철거를 앞두고 애타는 심정을 드러냈다.
평화적 해결 촉구 다음날 기습공사
공사는 종교계와 팔당공대위가 두물머리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바로 다음날 17일 새벽 6시에 기습적으로 시작됐다. 7시 30분경에 이를 발견한 농민과 팔당공대위 회원, 천주교연대 신부, 팔당생협 회원 등이 강하게 반발해 몸으로 막으며 충돌이 일어났다. 이튿날에도 서울국토청과 양평군 공무원, 시공사, 용역업체 직원 30여명이 덤프트럭과 포크레인 등의 중장비를 동원해 공사를 시도해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더욱이 몇몇 보수단체와 일부 지역주민이 나서 공사를 촉구하고 있어 갈등이 더 고조되고 있다. 양평군 양서면 지역의 보수 성향 단체들은 공사현장을 방문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1시간가량 집회를 벌였다.
행정대집행 영장 발부 vs 이대로 나갈 수 없다
정부는 4대강 한강 1공구 사업대상지인 양수대교 교각 부근 공사를 시작으로 1~1.5m 높이로 흙을 쌓아 폭 7m, 길이 800m 규모의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만들 계획이다.
서울국토청 관계자는 “하천법에 하천부지에는 개인 경작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이 규정하고 있는 것을 어기면 안 되지 않느냐. 그분들(두물머리 농가)만 남아있다. 하천부지에서 농사를 지으면 수질에 문제가 생긴다”며 4대강 사업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두물머리를 떠나지 않은 4개 농가 중 한 명인 최요왕 씨는 “농업이 국책사업에서 아무것도 아니더라. 국책사업에서 농업은 걸림돌이나 되고 유기농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대로 뜨기가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최 씨는 “농사가 수질오염의 원인이라는 핑계를 들이미는데 농사는 하천에서부터 시작됐다.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올봄부터 농민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두물머리 밭전(田)위원회 관계자는 “작물을 심어놔서 수확하기 전까지는 절대 못 나간다. 농사도 열심히 지을 거고, 정부에 상생대안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시민에게 알리는 행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농민 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는 가운데 4대강 사업이 공권력 행사로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경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