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마지막 보루 두물머리, 강제철거 임박

국토청, 행정대집행 다음달 6일 예고
농민, “농업이 부정당한 채로 떠날 수 없다”

  • 입력 2012.07.23 09:36
  • 기자명 경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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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게 하루하루를 맞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의 마지막 보루인 경기 양평군 팔당 유기농가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기습공사를 강행한 지 이틀째인 18일. 농지보존 친환경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공동대책위원회(팔당공대위) 유영훈 대표는 두물머리 철거를 앞두고 애타는 심정을 드러냈다.

▲ 국토청이 통보한 자진철거 마지막 날인 18일. 팔당공대위와 밭전위원회, 4대강 복권 범국민 대책위원회는 서울 대한문 앞에서 유기농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가한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회원인 레이파머씨는 “정부는 누구에게나 좋은 땅과 좋은 먹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자유무역이 있는 곳은 어디나 콘크리트가 있다”며 “농사, 농민, 좋은 먹거리는 신성하다”고 발언해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명박 정부 막바지. 정부는 올해 안으로 4대강 사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공사를 밀어붙이고 있다. 현재 전국 4대강 사업지에 편입된 경작지 비닐하우스 3만3,000동 가운데 두물머리 4개 농가(27동)만 남은 상황으로 국토해양부는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데 이어 공사를 시작했다.

평화적 해결 촉구 다음날 기습공사
공사는 종교계와 팔당공대위가 두물머리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바로 다음날 17일 새벽 6시에 기습적으로 시작됐다. 7시 30분경에 이를 발견한 농민과 팔당공대위 회원, 천주교연대 신부, 팔당생협 회원 등이 강하게 반발해 몸으로 막으며 충돌이 일어났다. 이튿날에도 서울국토청과 양평군 공무원, 시공사, 용역업체 직원 30여명이 덤프트럭과 포크레인 등의 중장비를 동원해 공사를 시도해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더욱이 몇몇 보수단체와 일부 지역주민이 나서 공사를 촉구하고 있어 갈등이 더 고조되고 있다. 양평군 양서면 지역의 보수 성향 단체들은 공사현장을 방문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1시간가량 집회를 벌였다.

행정대집행 영장 발부 vs 이대로 나갈 수 없다
정부는 4대강 한강 1공구 사업대상지인 양수대교 교각 부근 공사를 시작으로 1~1.5m 높이로 흙을 쌓아 폭 7m, 길이 800m 규모의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만들 계획이다.

서울국토청 관계자는 “하천법에 하천부지에는 개인 경작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이 규정하고 있는 것을 어기면 안 되지 않느냐. 그분들(두물머리 농가)만 남아있다. 하천부지에서 농사를 지으면 수질에 문제가 생긴다”며 4대강 사업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두물머리를 떠나지 않은 4개 농가 중 한 명인 최요왕 씨는 “농업이 국책사업에서 아무것도 아니더라. 국책사업에서 농업은 걸림돌이나 되고 유기농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대로 뜨기가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최 씨는 “농사가 수질오염의 원인이라는 핑계를 들이미는데 농사는 하천에서부터 시작됐다.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올봄부터 농민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두물머리 밭전(田)위원회 관계자는 “작물을 심어놔서 수확하기 전까지는 절대 못 나간다. 농사도 열심히 지을 거고, 정부에 상생대안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시민에게 알리는 행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농민과 팔당공대위, 천주교연대 등의 반발로 멈춰 선 포크레인. 그 앞으로 재향경우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양평군협의회 등 보수성향의 단체들이 “외부인은 참견하지 마라!”, “4대강살리기 사업 조속히 추진하라”는 플래카드를 붙여놨다.
농민과 시민사회단체, 종교계와 더불어 정치권에서도 강제철거에 반대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김두관 민주통합당 대선예비후보는 지난 19일 두물머리를 방문, 천주교가 주관하는 생명평화미사에 참석해 농민들을 격려했다. 새누리당 박근헤 캠프의 이상돈 정치발전위원장도 4대강 사업 재검토와 강제철거 반대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김제남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역시 국토부가 농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 시공사가 쳐 놓은 공사펜스에 농민들이 “이명박 대통령 팔당농민과 약속을 잊으셨나요?”라는 플래카드를 걸어놨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후보 시절 팔당 두물머리에 방문해 유기농업을 적극 권장하겠다며 격려하고 돌아간 적이 있다.
그러나 각계각층의 우려에도 서울국토청은 19일 행정대집행 영장을 두물머리 4개 유기농가에 발부했다. 정부는 두물머리 내 경작지 1만8,000㎡에 있는 농작물과 비닐하우스 27동, 농막 2동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다음 달 6일 오전 6시에 개시할 계획이다. 팔당공대위는 “농민들은 대집행을 중단시킬 수 있는 어떠한 노력도 다 해볼 생각”이라며 20일부터 광화문광장에서 무기한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정부와 농민 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는 가운데 4대강 사업이 공권력 행사로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경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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