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풍 (痛風), 조심하세요!

농민건강

  • 입력 2012.07.23 09:18
  • 기자명 김선미 의사(안성의료생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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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남성 한 분이 인상을 찌푸리고 발을 절뚝거리며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셨습니다. 얼굴을 보니 몇 주전에 통풍 발작으로 오셔서 주사와 약을 처방해드렸던 환자분입니다. 저는 조심스럽게 “혹시 또 삼겹살에 한잔 하셨어요? “하고 묻습니다. 그 분은 겸연쩍은 듯 “안 마시려고 했는데, 친구들이 하도 권해서……”라며 친구들 핑계를 대십니다.

고단백식단, 통풍을 부른다

통풍,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심한 관절염으로 유명한 병입니다. 서양에서는 예전에 ‘제왕의 병’이라고 불렸다는데, 왕처럼 고단백 영양식을 하는 사람에게서나 볼 수 있었던 병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채식위주의 식단으로 식사를 하던 과거에는 흔하지 않았던 이 질병이 현대로 올수록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점차 서구화 되고 있는 우리네 식단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통풍의 원인에는 요산이라는 물질이 직접적으로 관여하는데, 요산이 체내에 과다하게 축적됨으로써 발생하는 질병을 통풍이라고 하고, 그 중에서 과도한 요산이 결정체(crystal)를 이루어 관절 주위 조직에 침착되고,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통풍성 관절염이라고 합니다. 주로 엄지발가락에 발생하지만, 발목이나 팔꿈치, 손가락 관절, 무릎 관절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요산은 무엇일까요? 이것은 우리 몸에서 정상적으로 생성되는 물질입니다. 우리 몸의 세포가 죽어가는 과정에서 생성되기도 하고, 입으로 섭취한 음식물 중 단백질의 대사에서 생성되는 퓨린의 대사산물이기도 합니다. 항상성을 잘 유지하는 정상적인 몸은 과잉 생성된 요산을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설시킵니다.

통풍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이 2회 이상 통풍 발작으로 인한 통증을 경험했다면 체내의 요산 수치를 떨어뜨리는 약의 복용이 필요한지 의사와 상담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통풍 발작이 한번만 있었거나, 요산 수치는 높은데 아직 관절염은 나타나지 않은 고요산혈증 상태에 있는 분들은 식생활 변화를 통해 요산을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통풍 환자, 맥주·막걸리는 피하자

퓨린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음식을 피함으로써 요산을 떨어뜨리고 통풍 발작을 예방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퓨린 함유 음식이 맥주와 막걸리 같은 곡주입니다. 요즘과 같은 농번기에 새참과 함께 마시는 막걸리 한잔, 곧 시작하는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마시는 맥주 한잔이 통풍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지요. 그러니 술 한잔 생각날 때, 얼른 일어나 동네 한 바퀴 돌면서 걷기 운동 하는 것이 통풍뿐만 아니라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좋은 생활 습관이 되겠습니다. 그 외에도 단백질이 풍부한 육류, 생선류, 건조 콩류 (강낭콩, 완두콩, 렌즈콩 등), 조개류 등도 통풍 환자들은 소량만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통풍, 단순 관절염 아닌 대사장애

과거에는 통풍이 관절염으로만 인식되었으나 당뇨, 고혈압, 비만과 같은 대사질환과 관련이 있으며, 통풍이 있는 환자에서는 대사질환으로 인한 심혈관계 질환 (협심증, 심근경색 등)의 발생률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비만인 사람은 정상체중인 사람에 비해서 통풍 발생률이 4배 정도 높고, 당뇨환자에서 고요산혈증은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킨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처럼 통풍은 단순한 관절염이 아니라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대사 장애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으며, 따라서 고요산혈증이 있는 사람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질환에 대한 검사가 필요합니다.

통풍 예방을 위한 식습관 개선이 바로 만성대사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길임을 아시고, 바로 지금부터 실천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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