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재해보험’ 터무니없는 보상금에 속 타는 농민

서울까지 찾아와 보험 담당직원 만나
시세 16,000원 보상금은 6,000원으로

  • 입력 2012.07.16 09:30
  • 기자명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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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전북 익산에서 양파농사를 짓는 농민이 농협중앙회까지 찾아와 울분을 토했다. 올 1월 냉해를 입어 계약 물량을 지키지 못해 자비로 다른 곳에서 양파를 사다 납품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작 농작물재해보험의 보상금으로 이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농사를 짓느라 빚진 것이 많아 신용이 9등급이다. 어디 돈 빌릴 데도 없어 애들 대학등록금 납부와 생활비를 어찌해야 할지...”라며 입을 뗀 전북 익산 왕곡면의 소병돈(59) 씨.

소 씨가 5,000평 양파농사를 지으면 한해 20kg짜리 5,000망 정도를 수확한다. 이중 3,000망은 수확 후 껍질을 벗겨 도매상에게 납품하고 나머지 2,000망은 창고에 쌓아두고 그때그때 팔아 생활비를 충당한다.

그러나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기온차가 심하게 날 때는 25도 가까이 차이 나는 등의 이유로 냉해를 입어 1,000망 밖에 수확하지 못했다. 원래 도매상에 납품해야 하는 3,000망에 2,000망이 모자라 계약 이행 문제로 2,000망을 다른 곳에서 사다가 납품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지난해 가입한 농작물재해보험의 보상금은 600만원 수준인데 반해 올해 양파가격이 20kg망당 16,000원이 호가하는 상황인지라 2,600만원을 물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소 씨와 익산 농민회 회원 한명은 익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가까스로 농협손해보험 보상팀 담당자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이들의 대화에서 가장 크게 갈등이 일었던 것은 보상금의 기준. 현 양파시세는 20Kg짜리 한망당 16,000원 수준이지만, 보상기준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월별 도매가에 중품 기준으로 정하고 거기에서 유통비용을 제외한 농가수취율로 과거 5년 치 평균을 낸 20kg 한 망당 6,000원.

소 씨는 “보험을 드는 이유가 무엇이냐? 손해 입은 것에 적어도 60~70% 정도는 구제 받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이 가격으로 정하면 있으나 마나한 보험 아닌가”라며 보상팀 담당자에게 따져 물었다. 또 “요새 중(中)품을 생산하는 농가가 어디 있나? 상(上)품 아니면 거래도 잘 안 된다. 중품으로 기준을 세우는 것은 농촌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며 갑갑해 했다.

그러나 보상팀 담당자들은 이미 그 기준으로 정하고 보험료를 책정했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손 쓸 방법이 없고, 양파는 올해 처음 전국적으로 농작물 재해보험을 시행했으니 내년에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고서를 작성하겠다는 입장이다.

농업보험업무부 강성두 차장은 “현재 농작물재해보험 보상금 지급률이 200%를 상회한다. 2억 2,000만원 정도가 보험금으로 납부 됐지만 보상금 지급은 5억 5,000만원 수준”이라며 “농민이 원하는 만큼의 현실적인 보상금이 되려면 보험 납입금이 올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차장은 “정부 50%, 지자체 25% 농가 25%로 보험금을 부담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한편 보험을 들게 했던 익산원예농협에서 직원의 실수로 소 씨의 양파 밭 5,000평 중 1,500평은 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직원은 인수인계 과정에서의 실수라며 소 씨에게 개인적으로 그 보상금만큼 지급하겠다고 제안했고 소 씨는 “직원 실수라 하더라도 자식 같은 사람인데 직원 사비로 마련된 부족 보상금을 어떻게 받겠나? 상부에서 책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요구했다.

강 차장은 “직원의 실수가 확인되면 그 부문은 보상대상에 포함하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또 농민들은 “애초 보험의 목적이 농민들 농사짓게 해주려는 것 아니냐? 인건비와 종자 값도 건질 수 없게 만들면 보험의 원래 목적은 전혀 달성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라며 보험이 생산비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 차장은 “그런 부분까지 고려했어야 했지만 미처 챙기지 못해 죄송하다. 올해 처음 전국적 시행했으니 향후 개선하도록 노력 하겠다”고 대답했다.

소 씨 일행은 멀리 서울까지 찾아와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직원 실수로 보상금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1,500평을 사실 확인 후 보상하겠다는 대답과 내년에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듣고 익산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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