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황토배기유통의 무리한 해고

검찰수사에 따른 보복성 해고 논란
매출 부풀리기, 대금 부풀리기 의혹 등 검찰 수사 진행 중

  • 입력 2012.07.16 09:28
  • 기자명 경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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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천 전 농식품부 장관과 정학수 전 농식품부 차관은 고창 애향운동본부로부터 2010년과 2011년에 고창애향대상을 받았다. 고창 황토배기유통회사 육성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서다.

두 명의 장·차관은 2008년 재임 당시 시군유통회사 사업을 추진했고 이들의 고향인 고창에 있는 황토배기유통회사는 전국 최초로 시군유통회사로 선정됐다. 황토배기유통은 정부와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날로 성장세를 보여 시범사례에서 성공사례로 자리를 잡은 듯 보였다.

그러나 2012년 현재, 황토배기유통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지역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달 8일 전주지방검찰청 정읍지청이 황토배기유통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검찰수사가 점차 알려지면서 군민들은 “이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더욱이 황토배기유통의 중간관리자인 A씨를 내부 제보자로 지목해 해고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역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 농협과의 통합마케팅으로 성공사례로 여겨지는 황토배기유통은 현재 편법을 이용한 매출 부풀리기, 40여억원의 기계설비 수의계약 관련대금 부풀리기 의혹 등으로 강도 높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개인기업처럼 운영되고 있는 황토배기 유통
황토배기유통은 지난 6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9일 A씨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징계사유는 업무소홀 및 불성실, 직속 상급자와의 불화, 담당 업무 소홀 등이다.

그러나 이번 해고가 검찰로부터 박상복 대표, 거래처, 관계공무원이 줄줄이 소환조사를 받고 있는 와중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집중되고 있다.

해고된 A씨는 “보복성이 크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A씨는 “평소 대표의 편법지시에 반대의사를 표해서 갈등을 빚은 적은 있지만, 업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해고사유 중 대표이사 결제 없이 1억7,000만원을 독자적으로 지출했다는 지적에 대해 대표이사로부터 승인을 받았던 문자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A씨의 해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황토배기유통 기획관리본부장이 직원들에게 업무개선방향과 함께 사직한다는 각오로 사직서도 함께 제출하라고 했다. 본부장 본인도 사직서를 낸다고 했다. 그런데 부장·과장급 중간관리자 총 4명이 모두 사직처리가 됐다. A씨도 여기에 포함됐고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결을 받고 5월 복직됐다.

▲ 대표이사에게 결제를 받고 집행했다는 증거문자. 해고된 A씨는 해고사유 중 하나로 독자적 지출이 지적된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복직한 지 얼마 안 돼 또 다시 해고가 됐다. 두 번째 해고도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 황토배기유통의 취업규칙에 따르면 직원을 해고하려면 징계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징계위원은 사업주 또는 사업주가 지명하는 징계위원장 1인과 징계위원장이 지명하는 2명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취업규칙에 징계위원회는 회사의 인사권과 독립하여 심의·의결하고 결정한다는 조항도 있어 인사권을 가진 대표가 참석하는 징계위원회 자체가 모순된다.

항간에는 검찰수사 이후 고창군청과 황토배기유통이 내부 제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색출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는 추측이 오가고 있다. 최근 박상복 대표가 “A를 괘씸죄로 해고했다”고 말하고 다니는 정황이 드러나 보복성 해고라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A씨는 박 대표의 불투명한 독단적 운영방식이 지금의 황토배기 검찰수사를 불러왔다고 항변했다. 2010년 회계·세무담당과장으로 입사한 A씨는 “자금 흐름을 빠삭하게 파악해야 하는데도 통장 한 번을 못 봤다”며 “자금운영이 투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A씨는 농협과의 통합마케팅 과정에서 농산물 수탁매출은 수탁수수료 1%만 매출에 반영해야 하는 규정에도 대표이사가 전체금액 99%를 매출에 반영하라는 업무지시를 내렸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 회계결산 시 손실이 크니 단가를 조정해서 재고자산을 올리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전했다.

A씨는 “대표가 황토배기유통을 개인회사처럼 경영했다”며 “직원들이 대표이사 승인이 없으면 과장 부장의 말을 듣지 않는다. 대표인사의 인사압력이 상당히 심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상황이 이러한데도 징계위원회 3명 중 1명으로 참석한 고창군청은 발뺌하고 있다. 고창군청 관계자는 “(황토배기에서) 요청이 와서 참석했다. 구체적으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최종적으로 법인 대표가 결정했다. 자세한 것은 황토배기에 문의하라”고만 말했다.

의혹 투성이로 강도 높은 검찰 조사 중
검찰은 지난 9일 박상복 대표를 소환조사하는 등 황토배기유통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하고 있다.

혐의는 △허위매출 작성 △농식품부가 지원한 인센티브 사용처의 불분명 △대표이사가 사실상의 경영권을 행사하는 전남의 모 업체와의 편법거래 △수십억원대의 수의계약과 관련한 대금 부풀리기 등이다.

특히 고추종합처리장에 들어간 40여억원의 기계설비를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진행해 대금 부풀리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0년 10억원의 양파사업을 친누나가 대표로 있는 풀빛영농조합법인과 거래하면서 매출을 부풀렸다는 편법 의혹에 수사가 집중되고 있다.

고창군민은 “고창농민들이 고창황토배기유통에 관심이 많다. 검찰 수사 결과가나오면 분노가 폭발할거다”고 말했다.

고창군 지역신문의 모 기자는 “황토배기 유통은 파면 팔수록 나온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지역에서 황토배기를 성공케이스로 홍보를 많이 했다. 그렇게 밀어주는데 못하면 바보다. 그런데 고창 농산물을 전부 밀어주는데도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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