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러미를 보며 여성농민의 마음을 알아갑니다.

  • 입력 2012.07.09 13:23
  • 기자명 언니네텃밭 소비자 김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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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네텃밭 소비자 김효영
여성농민 언니들께 드리는 편지

 

안녕하세요? 저는 횡성도새울 공동체의 꾸러미를 받는 서울 면목동의 김효영입니다.

도시에서 살면서 내가 먹을 것을 돈으로 사는 것에 익숙해 있다 보니 먹을거리에 대한 감사함을 잊은 지 오래였는데, 꾸러미를 보니 엄마 같은 농부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시골에 계신 친정엄마가 딸을 생각하며 이것저것 챙겨 주신 것을 풀어보는 딱, 그런 느낌이었답니다.

지금도 꾸러미에 대한 설렘과 함께 꾸러미 상자를 열어보는 기쁨은 변하지 않았지요. ‘오늘은 어떤 채소가 들어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열어 볼 수 있게 해 주신 여성농민 언니들께 감사드려요.

지난주에 받은 상추, 그렇게 부드럽고 맛나게 키우려면 물을 얼마나 주셨을까 싶고요. 시금치, 머우, 잡나물도 정말 맛있었고, 열무김치와 무말랭이 무침은 어찌 그렇게 맛있던지요. 단오날 먹는다는 취떡도 구워서 맛있게 먹었지요.

꾸러미를 받으면서 변화한 것이 몇 가지 있어요. 우선 먹을거리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고, 몸과 마음이 조화를 이뤄야 비로소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또한 농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고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게 익숙한 저에게 농사는, 나와 전혀 상관없는 거라 여겼는데 농사가 진정 생명을 살리고, 바르게 살 수 있으며, 자연 앞에 겸손함을 배울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어요.

아직도 얼굴을 뵙지 못했지만, 건강한 먹을거리를 챙겨 보내는 마음과, 그 마음을 알아주고, 감사해 하는 가운데, 건강한 관계가 이미 형성되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생산자 언니들에게 한번 가고 싶다고 남편과 오래전부터 얘기는 하면서도 못 가고 있네요. 언니들 꼭 가서 일도 함께 하고 얘기도 하고 싶어요.

더위와 가뭄으로 농민언니들의 마음은 얼마나 타들어갈까 생각하니, 먹을거리에 대한 소중함을 더욱 크게 느끼고 있어요. 땅이 갈라지고, 땅에서 자라는 생명들이 말라 가는 것을 보니 생명의 소중함과 먹을거리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하루라도 빨리 비가 와서 땅을 흠뻑 적시고, 생명을 살아나게 하며, 언니들의 마음도 푸근하게 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언니들 힘내세요!

언니네텃밭 소비자 김효영

*이 편지는 언니네텃밭 제철꾸러미를 받고 있는 소비자가 지난달 28일 열린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후원의 밤 행사에서 여성농민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낭독한 편지입니다. 독자들에게도 도시민이 농민에게 갖는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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