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유통회사 무엇을 남겼나

  • 입력 2012.07.02 09:21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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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어륀지’로 상징되는 MB정부가 들어서면서 농업계에도 일견 돌풍이 불어 닥쳤다. MB정부의 개혁의 핵심은 시장의 강조였다. 당연히 농업계도 시장의 경쟁논리를 수용하여 정보지식사회의 농업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농촌진흥청의 민영화와 축산과학원 등의 농어업 연구기관의 민영화로 농업 R&D를 자본시장에 편입시키려 했다. 농어민들의 거친 갈등으로 백지화되긴 했어도 MB정부의 계획은 계속 됐다. 그중 하나가 유통의 혁신을 이끌어 내겠다던 시군 유통회사의 설립이었다. 기존 농협의 유통기능이 부실하고 혁신의 노력이 보이질 않으며 농민조직들의 영세성이 유통혁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농민들은 자본이 농업을 장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고 농협의 유통사업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음을 우려했다. 또한 기존 농협이나 농민들의 협동조직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반대해 왔으나 정부와 배를 맞춘 일부 지자체가 시군유통회사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현재 12곳의 유통회사가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으나 제대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두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회사들은 정부의 물류유통비와 운영비를 지원 받아 겨우 연명하고 있으며 몇 곳은 청산절차를 밟아가고 있는 실정에 있다. 이런 현상은 처음부터 내포하고 있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일 뿐이다. 산지조직을 장악하지 못한 유통회사는 사업을 충분히 벌이지도 못하고 시장 교섭력도 갖지 못한다. 기존의 판매망을 이용하는 농민들에게 판매망 변경을 요구하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때 가능 한 것이다. 정부가 보조금 내려 주며 유통회사 설립할 시군을 찾자 아무런 준비도 없이 우선 하고 보자는 90년대식의 사업을 하다가 농민이나 지자체까지도 된서리를 만난 것이다.

올해부터 시군유통회사의 경영비와 물류지원비 등을 예산에 반영하지 않고 일몰사업으로 편입한 농식품부의 오래된 사업 관행은 우리 농업을 지치게 할 뿐이다. 오죽하면 ‘농식품부가 죽어야 농업이 산다’는 푸념까지 하겠는가. 실패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잘되면 내 탓 못되면 네 탓이 되고 마는 정책아래 농민들은 농약병을 찾을 수밖에 없다.

MB정부의 농업시장의 자본 편입은 잘못된 발상이다. 이후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농업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정책을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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