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말, 말

  • 입력 2012.07.02 09:17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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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가 말라붙어서 과수원 관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저수지 마다 바닥을 드러내고 있지만 내 피부에 와닿는 가뭄대책은 없는 것 같다. 가뭄대책을 세우라며 대통령이 호통을 쳤다느니 경기지사가 말라붙은 논바닥에 소방호스를 잡고 사진을 찍고 이어 김황식 총리도 소방호스를 붙들고 섰다는 말이 들린다. 말, 말, 말, 말은 홍수가 났다.

‘장 단 집에는 가도 말 단 집에는 가지 마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장이 달면 모든 음식 맛이 좋을 것이다. 그러기에 그 집에는 음식 맛이 좋기로 소문나는 것이고 사람들은 그 맛을 보기 위해 달려들었을 것이다. 반대로 말만 반지르르 하고 달게 하는 집은 귀만 아프고 행동거지에 해악이 될 뿐이기에 속담은 경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속담도 있다. ‘웃으며 한 말에 초상난다’ 말을 한사람은 웃으며 가볍게 한말이지만 듣는 사람은 죽음을 면치 못한다는 말이다. 서로의 입장이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가볍게 던진 말에도 상대는 곤혹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하나 더 하자면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는 속담 그대로다. 가루는 곱게 하려면 여러 번 치면 된다. 하지만 말은 반복하면 감정에 휩쓸려 거칠어지는 법이다.

요즘 MB의 화법을 두고 말이 많다고 한다. 핵심측근들도 걱정을 할 만큼 MB의 화법은 자화자찬에 거침없는 말뿐이다. 이를 두고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유체이탈화법은 신체에서 정신이 이탈 하는 것처럼 자신의 일이나 처지를 마치 남의 일이나 처지처럼 말하는 법이다.

대표적으로 이번 리우환경회의에서 4대강 사업으로 홍수와 가뭄을 극복했다고 자랑을 늘어지게 했다는 것인데 실상은 가뭄에 온 나라가 말라 들어감에도 그런 말을 한 것은 유체이탈이 되지 않고선 할 수 없는 것이다. 민간인 사찰도 노무현 정부가 한 것이라고 하는 것이나, BBK에 대해 모르쇠하는 것이나, 내곡동 사저의혹을 남의 일처럼 말하는 것은 다 유체이탈 화법이다. 오죽하면 누구도 그 화법을 따라하고 정치인들도 배운다고 하니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국민들의 쓰리고 아픈 가슴을 달래줄 말은 대통령으로 해야 할 덕목이다. 안 해 본 것도 없고 모르는 것도 없는 대통령이 ‘쌍용차사태’나 ‘용산사태’에 대해 그들을 위로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모르는 척 하고 외면하는 것으로 일관하는 대통령이 때로 립서비스라고 한답시고 유체이탈 화법으로 소통이 완료 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말 단 집은 장이 쓰다’는 속담은 허울보다 실제가 중요함을 이르는 말이다. 청와대가 그렇다. 국민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한답시고 자기반성보다는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나무라는 식이라면 책임회피도 상종가의 책임회피가 된다. 어제는 가뭄이 해소 됐다고 호언하고 내일은 가뭄대책을 내 놓으라고 으름장을 놓는 대통령을 보고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에 나 조차 유체이탈이 되는 듯하다. ‘혀 밑에 칼이 숨겨져 있다’는 속담처럼 자기 말로 자기 혀를 자르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장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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