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낙하산 농협금융지주회장직 승인

신동규 내정자 MB정권 인수위 시절 자문위원
농민 인질 삼아 금융지주회사 설립하고 낙하산 인사?

  • 입력 2012.06.25 09:30
  • 기자명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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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전 농협노조와 농협중앙회 노조가 MB 낙하산 인사를 인정할 수 없다며 농협금융지주 신동규 신임 회장의 차 앞에 버티고 섰다.
온갖 구설수와 소문만 무성하던 농협금융지주 회장직 자리에 결국 MB 정권 낙하산 인사가 내려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농협중앙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신충식 현 회장 후임에 신동규 전 은행연합회장을 단일 후보로 지주 이사회에 추천했다. 이사회는 20일 임시 회의를 열고 신 회장 선임 건을 주주총회에 부의했고 주주총회에서 신동규 씨가 회장으로 승인됐다.

신동규 신임회장은 14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 국장, 기획관리실 실장 등을 거쳤고 최근에는 수출입은행장과 은행연합회장을 수행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경력은 신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이끌었던 인수위원회의 경제2분과 자문위원을 맡은 것.

신 회장은 2008년 수출대기업만 배불리고 서민 경제는 파탄 내는 ‘의도적 고환율 정책’의 장본인인 강만수 산업은행그룹 회장(당시 기획재정부 장관)과 같은 경남고 출신에 과거 재무부 시절 함께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져 막역한 사이인 것이 공공연하다.

또 MB정권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를 맡았던 소망교회 인맥 강만수 회장이 신동규 회장을 인수위 경제1분과 자문위원으로 추천했다는 이야기가 언론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 같은 인사 조치로 인해 농협 노조 측이 제기한 의혹들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농협 노조는 지난해 농협법 개정부터 문제 삼았다. 경제 사업을 활성화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농협의 금융부문을 금융지주회사로 분리하고 주식회사를 만들어 이를 MB 정권의 낙하산 자리 채우기에 이용될 것이란 의혹.

실제로 농업 각계에서는 5조원의 농협금융특별채권의 이자비용과 거래가 안 되는 1조 원의 주식으로 경제 사업을 활성화 한다는 것이 넌센스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농협중앙회 노조 측은 “약속한 6조원도 아니다. 농협중앙회의 어느 누가 정부에 지원해 달라고 한 적 있느냐”며 관치농협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각계의 전문가들도 농협의 경제사업활성화 계획에 대해서 매우 회의적이다. 대부분 ‘이렇게 시설 투자를 한다고 해서 농가에 이익 되는 경제사업이 활성화 될 리 없다’는 의견으로 모아지고 있다.

일선의 한 지역농협 조합장은 “농협이 시설과 자본이 없어서 경제사업을 여지껏 못한 것인가? 협동조합 운영원리에 맞게 운영할 조합장과 직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농민들에게 실익을 줄 수 있는 경제사업이 아닌 실효성도 없는 계획과 지원으로 명분만 내세우고 금융지주를 분리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농협은 지원 받기로 한 5조원에 대한 이자 8,000억 원 중 400억원 밖에 받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1조원의 현물출자는 KDB금융지주(산은금융지주) 주식 5,000억원, 한국도로공사 주식 5,000억원 등으로 정해졌으나 지원하는 움직임이 전혀 없다.

지난 2일 박영선 국회의원(민주통합당)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고려대 출신 9명, 인수위와 대선캠프 출신 8명, 소망교회 출신 1명, 동지상고 출신 3명, 기타 4명 등이 MB정부 낙하산 측근인사로 회장, 사장, 부사장 등으로 금융계에 진출했다"며 낙하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전국농업협동조합노동조합은 지난 21일 성명서를 내고 “신동규 신임 회장은 ‘청와대 돌쇠’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 세계협동조합의 해에 협동조합을 해체하고 금융지주를 설립하려는 MB의 의도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농협중앙회노조와 전국농협노조는 지난 22일 오전 MB정권 낙하산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면서 신동규 신임 회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벌여 10여 분간의 대치 끝에 신 회장은 출근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MB가 농협을 농민의 품에 안겨주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MB가 농협 금융지주를 끌어안은 것. 농협법개정은 지주회사를 출범 시키고 회전문 인사와 낙하산 인사를 해가면서 농협을 제 장난감처럼 다루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전농 곽길자 정책국장은 “실제로 역대 농협중앙회장이 대부분 개인비리로 인해 처벌 받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것이 개인만의 비리가 아닐 것이라는 의문을 갖고 있다”며 현재의 농협법과 낙하산 인사에 우려를 표했다. 이어 “농협은 농협 자체로 공익적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농협법과 인사조치, 사업구조개편은 금융지주 설립만 이뤄진 것이고 공익적 성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곽 국장은 “농협법전면개정공동대책위원회를 통해 이번 대선에 농협법 전면재개정을 부각시킬 것. 현재 비료값 담합과 농협중앙회 규탄 서명운동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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