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밀, 재고량 넘쳐 풍년에도 울상

2% 자급률도 내년 장담 못해… “수매 거부” 목소리도

  • 입력 2012.06.18 13:42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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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밀 수확이 시작되면서 창고 마다 쌓인 재고량 문제가 위험수위다. 농민들은 강력한 재고량 소비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어렵게 쌓아올린 2%의 자급률도 무너질 지경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소비가 막힌 상황에서 우리밀을 무턱대고 심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밀 농사는 주산지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잘 된 편이다. 전북지역이 ‘대풍’ 소식을 전했고, 전남·경남지역은 지난 가을 파종시기에 비가 많이 내려 예년 수준 정도로 농사가 됐다.

우리밀 생산자들은 올해 예상 수확량을 4만톤으로 내다보고 있다. 1년 평균 소비량 2만여 톤을 제외하면 올해 생산량 중에서 2만톤이 ‘남는 우리밀’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난해와 그 이전 재고량 2만7,000여 톤도 소비처를 찾지 못해 창고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

14일 수매가 한창인 경남 합천 우리밀영농조합법인 김석호 대표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김 대표는 “수매는 하고 있지만 재고물량 처리가 큰 문제”라며 “농림수산식품부가 우리밀 자급률을 높이겠다고 의지를 보인 만큼 재고량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올해 우리밀은 4만톤 정도 수확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경남 합천의 우리밀 수확 모습.

그는 “농식품부가 한국주류협회와 논의해서 주정용으로 우리밀을 사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데, 시간이 별로 없다. 6월 안에 정부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정부의 자급률 10% 목표는커녕 지금까지 늘려온 2%의 자급률도 장담 못 한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전북 구례우리밀영농조합법인 최성호 대표도 입장은 같았다. 최 대표는 “생산과 가공까지 하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든 상품화 할 수 있어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밀영농조합들은 문제가 심각하다”며 “빚내서 수매했는데, 팔지 못하고 창고에 쌓아두고 있으니 보관료부터, 금융비용…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며 걱정했다.

재고량 처리 문제가 지지부진 흘러가자 주산지를 중심으로 ‘우리밀 수매거부’ 논의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밀 수매 거부라는 초강수를 둬야 정부가 사안의 위중함을 피부로 느끼지 않겠느냐는 것이 산지의 여론이다. 사실 말이 수매 거부지, 도산 위기에 나온 마지막 분노”라고 답답해했다.

한편 우리밀 재고량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주류협회간에 협의가 진행 중이다. 술을 만드는 주정용으로 보리 대신 우리밀을 사용하는 데는 협의가 끝났다. 하지만 얼마나 쓸 것인지, 보리보다 비싼 우리밀에 대한 차액 부담 등은 매듭짓지 못한 상황.

이에 대해 농식품부 식량산업과 김성 사무관은 “보리 수매가 마무리 되고 8월 쯤에나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된다. 정부에서도 소비처 확대에 대해 노력하고 있지만, 차액에 대해서는 주류협회와 우리밀산업협회 양측이 논의할 문제”라고 역할을 구분 지었다.

김 사무관은 특히 정부는 건조.저장시설 지원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농민들은 “수입밀가루가 쏟아지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 생산자와 업계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최소한 자급률 10%가 될 때까지는 다방면의 적극적인 지원이 마땅한 것 아니냐”며 “식량안보 차원이라며 자급률 10% 목표를 2년이나 앞당긴 농식품부는 무슨 근거였는지 그 속내가 궁금하다”는 비아냥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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