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밥

  • 입력 2012.06.18 10:31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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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밥을 먹이겠다’ 하면 감옥으로 보내겠다는 으름장이다. 오래전 감옥에서는 콩밥을 관식으로 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감옥에서 콩밥을 이용한 것은 적은 양의 음식이라도 콩이 가진 양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감옥에서 콩밥을 관식으로 이용하지 않는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밥에 넣어먹는 콩이 비싸졌거나 생산량이 적어졌기 때문이리라. 콩의 원산지는 동북아시아지역이라고 한다. 즉 만주지역에 곡물로써의 콩이 재배된 것이 기원전 2,000년경이라고 한다. 그러던 것이 19세기 만주의 대두가 미국으로 건너가 지금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상업적 곡물의 하나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콩은 주곡 중 하나였다. 오곡이라면서 쌀, 보리, 콩, 조, 기장을 꼽듯 콩은 밭작물의 중심이라 할만하다. 우리가 심었던 콩의 종류는 셀 수도 없이 많다. 메주를 쑤는데 쓰는 대두를 필두로 밥에 넣어먹는 대표로 밤콩, 봄에 먹는 강낭콩, 떡고물이나 죽을 쑤는데 쓰는 팥이나 녹두도 크게 두류작물에 속한다.

콩은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다. 이는 두과식물의 특성이다. 호남지역에 논의 거름기를 보충하려고 휴경기에 심는 자운영이 콩과식물이다. 이는 뿌리혹박테리아를 가지고 있어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땅을 처음 만드는 개간지에서 콩을 심거나 콩과식물을 심어 땅심을 확보하는 것이다. 인삼을 심고나면 콩을 심는 것이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콩은 식물단백질 함량이 높다. 고기를 먹지 않고 단백질을 보충하는 방법은 콩밥을 먹는 것이다. 콩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같은 이소플라빈이라는 식물 호르몬을 가지고 있어 갱년기 여성에게 더없이 좋은 식품이기도 하다. 일설에 의하면 러일 전쟁에서 대군인 러시아군이 일본군에게 패한 이유로 콩을 들고 있다. 콩의 이소플라빈이 군인들을 여성화시켜 전투에서 전의를 상실하게 했다는 얘기다.

장끼전이란 고전을 보면 꿩이 콩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사람들은 꿩을 쉽게 잡기위해 콩알 속에 비상을 넣어 밭에 뿌려두었다. 그것 한 알을 먹으면 꿩은 얼마가지 않아 죽고 만다. 장끼전은 콩알을 발견한 장끼가 그것을 먹으려 하자 까투리가 위험하다고 경고하지만 장끼는 콩의 여러 가지 장점을 나열하며 결국 콩알을 먹고 죽고 만다는 이야기다. 결국 아내 말을 잘 들으라는 경고로 쓰일 만하다.

우리나라의 콩 생산은 점차로 줄어들어 2010년 14 만 톤에 이르고 있다. 밭작물 보조금을 준다고는 하나 미미해 콩 생산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한중FTA는 급속도로 콩의 생산기반을 황폐화 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콩은 농업문화의 한축을 이루고 있다. 간장과 된장은 우리의 식문화 이전에 농업문화이다. 간장과 된장을 빼놓고 우리음식을 말할 수 없다.

결국 우리문화를 지켜내는 일이 콩의 부활이다. 콩을 잃어버리면 우리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콩의 부활이 감옥에서도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국민들의 속을 썩게 만드는 이런저런 인사들이 콩밥을 제대로 먹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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