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접(高接)

  • 입력 2012.05.29 09:14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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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나무가 시들시들하며 말라가는 놈들이 두어 그루 보인다. 이런 나무는 보통 배수가 안 좋거나 나무에 감아놓은 끈 같은 것들이 파고들어 나타난다. 또 드물게는 접목을 할 때 오염된 상처가 덧나 오랜 시간 뒤에 나타나는 병이기도 하다. 이를 고접병이라 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고접병 같다. 나무가 쇠약한데 배수불량 등 토양의 문제와 동해, 영양부족과 같은 여러 요인이 겹친 것으로 보인다.

과일 나무는 주로 접을 붙여서 목적한 과일묘목을 얻는다. 대표적인 것이 고염나무에 감나무 가지를 접붙여야 하고, 배나무는 돌배나무에 배나무 가지를 접붙여야 한다. 사과나무는 좀 복잡하다. 실생돌사과나 아그배에 M9 등의 대목을 붙여 일 년을 기르고 다시 다음해에 사과품종을 접붙여야 한다. 3년 만에 사과나무 하나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고접’이란 높은 가지에 접붙이는 방법을 말한다.

90년대 중반쯤으로 기억 하는데 우루과이 라운드로 농산물 개방 시대가 되자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과수 농업이다. 쌀농사가 수지를 맞추기 어려워지니 자연히 논에 과일나무를 심기 시작 했다. 기존의 과수원은 품종갱신을 하게 되는데 그중에 배는 신고로 갱신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 배는 일본계품종으로 일본인들에 의해 수십여 가지가 재배 됐다. 먹골배로 유명한 장십랑은 한동안 유명세를 탔지만 70년대 후반 신고품종이 시장의 대세가 됐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품종도 신고 품종이다.

이런 관계로 정부는 과수농민들에게 신고품종으로 갱신하여 시장개방에 대비토록 한 것이다. 과일나무 접붙이기는 상당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섣불리 칼을 들었다가 제 손가락을 자를 수도 있다. 숙련된 기술자들이 붙여도 고접병이라는 병이 발생해 고사목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바이러스나 균에 의한 침입이 용이한 구조인 과원에서의 접붙이기는 주의를 요하는 작업이다.

시들어 가는 나무를 바라보며 라디오 뉴스를 듣는다. 첫 번째가 통합진보당 뉴스다. 검찰이 개입하며 새로운 형국으로 변화하는 통합진보당의 진통을 신난다고 떠들어 댄다. 새누리당은 특정 당선인들을 국회에 들어오면 제명하겠다고 입을 까불리고 있다. 어떻게 된 것인가.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시들어 가는 저 배나무처럼 시름거리다 죽고 말 것인가. 접목을 하다 오염된 부분이 제 살이 되어 자라지 못하는 것인가. 그래서 베어 버리고 새로이 접목을 한다고 칼을 벼리다가 손가락만 자르고 만 것인가. 별 생각이 다 머리를 스친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배나무가 건강하게 병을 물리치며 살 수 있는 것은 좋은 토양 때문이다. 물을 잘 주고 물을 잘 빼주면 배나무는 상처를 감싸고 튼튼하게 자라 좋은 열매를 맺는다. 통합진보당은 진성당원이라는 좋은 토양이 있다. 또 각 계급 계층이 지지와 연대를 보내고 있다. 즉 좋은 물을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당이 배수로를 잘 치면 되는 것이다. 당원들의 끈기 있는 제자리 찾기가 배수 작업을 원활히 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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