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산삼이라 불리는 오가피

  • 입력 2012.05.21 12:59
  • 기자명 약선식생활센터 고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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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당이 넓거나 텃밭이 좀 넉넉하면 좋겠다. 봄이 한창이라 곳곳에서 채취한 새순들이 밥상에 올라오니 더욱 그렇다. 우리 집에는 없는 나무나 풀들을 여유롭게 심어 가꾸고 채취하고 싶은 욕심이 부른 생각이지만 그 먹을거리에 대한 다양한 욕심 가운데 제법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오가피다.

산으로 들로 돌아다닐 형편이 아니다보니 닷새에 한 번씩 열리는 장에서 이미 억세어진 순들만을 만나게 되어 그런 생각은 더욱 간절해진다. 그런 마음을 짐작하셨는지 오늘은 아침 일찍 마을의 제일 윗집 아저씨께서 돼지고기와 함께 먹으라하시며 오가피나무의 여린 새순만으로 만든 장아찌를 가지고 오셨다. 반가운 마음에 아침 밥상에 올려 뜨거운 밥과 먹으니 새콤하고 달달하면서도 뒤에 남는 쓴맛이 아주 좋다. 쓴맛을 가지고 있지만 과하지 않아 떨어진 입맛을 돋우기에 더없이 좋은 식재료가 오가피나무의 순으로 만든 장아찌라는 생각이 든다.

오가피나무는 하나의 잎자루에서 다섯 개의 잎이 갈라져 있으므로 이름이 그리 붙여졌는지도 모른다. 산에서 어린 나무를 보면 산삼으로 착각 할 정도로 비슷하게 생겼는데 생김새 뿐 아니라 그 효능도 비슷하므로 사람들은 오가피를 일러 나무산삼이라고 부르며 예부터 오가피는 인삼을 능가하는 약재로 사랑받아 왔다.

오가피나무의 학명은 Acan thopanax다. Acantho는 가시가 많은 나무를 뜻하며 panax는 그리스어로 여러 질병을 치료한다는 의미이니 학명을 분석해보면 다양한 질병에 효과가 있는 가시나무로 그것이 바로 오가피나무임을 알 수 있다.

 <동의보감>에는 ‘맛이 맵고 쓰며 따뜻한 성질의 오가피는 간경, 신경에 작용하고 풍습을 없애고 기를 돋우며 정수를 불러준다.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의지를 강하게 하여 준다. 또한 오로(五勞-오장이 허약하여 생기는 허로병)와 칠상(七傷-남자가 허약해서 생기는 일곱 가지 증상)을 보해주고 다리를 잘 쓰지 못하는 데에 쓰이며 남자의 음위증, 여자의 음부가려움증을 낫게 하고 세 살이 넘어도 걷지 못하는 아이에게 먹이면 바로 걸어 다닌다’고 하였다.

 <신농본초경>에 오가피는 누구나 먹어도 좋고 오래 많이 먹어도 몸에 좋은 상약(上藥)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그래서 오가피를 오래 먹으면 몸을 가볍게 하고 늙음을 견디게 해준다고 적혀 있다. 청명 절기를 전후로 어린잎을 따서 구기자의 어린잎과 함께 차로 만들어 두고 자주 마시면 좋다. 나물로 먹을 때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헹구거나 담가서 떫은맛을 빼고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고추장, 된장, 간장, 소금 등 어느 것으로 조리해도 좋지만 봄에 나물을 먹을 때는 오가피나무의 순이 아니더라도 대개 약간의 식초를 가미해 먹는 것이 좋다. 이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식물이 어린 싹에 가지고 있을 독성을 해독하는 의미다.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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