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마을 전체가 하나의 회사 '과채류마을영농조합법인'

도농교류통한 판로 확대···친환경으로 승부

  • 입력 2012.05.14 13:18
  • 기자명 김명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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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성시 미양면 신계리 과채류마을. 주민들의 평균 나이는 60대 후반. 하지만 고령화에 따라 농촌이 붕괴해 간다는 얘기는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다. 이 마을은 쌀을 비롯한 과채류를 생산해 마을만의 판로를 개척했기 때문이다. 마을의 이장이자 동네의 마지막 농사꾼이라 스스로 칭하는 ‘손창규 대표(53,사진)’. 그를 중심으로 마을 기업인 ‘과채류마을영농조합법인’이 태동했다.

지난 2008년 본격적인 사업 시작을 알린 ‘안성 과채류마을’은 마을에서 재배한 농산물의 판로를 열어 주민 소득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더불어 주민들은 농촌체험을 통해 도시민들과 교류하며 농촌 알리기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기업형 마을을 추진했던 손 대표는 “농민들이 애써 키운 농산물이 판로를 찾지 못해 적당한 가격에 넘겨버리는 농촌의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설립이유를 밝혔다. 〈김명래 기자〉

소비자가 찾아오는 마을로 안착 마을주민들은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도시민들이 어떻게 하면 마을로 찾아올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해왔다. 체험농장을 만들기로 한 주민들은 인근 도시의 아파트 부녀회와 초등학교 교장들을 만나 마을을 홍보했다.

▲ 과채류마을을 방문한 학생들이 지렁이 사육 체험을 하고 있다. 마을에서 사육한 지렁이를 분양받고 집으로 가져가 화분에 옮겨 심도록 교육하고 있다.
입소문을 통해 도시민들은 마을로 찾아왔고, 체험농장에서 재배하는 상추, 고추, 오이 등을 직접 심기도 하며 농촌현장을 체험했다. 또 주민은 재배한 농작물에 대해 체험자들에게 직접 설명해 작물이 생산에서 재배까지 이뤄지는 단계를 도시민들이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농민과 소비자의 직접적인 만남은 마을의 분위기도 바꿔놓았다. 마을을 방문한 소비자들은 주민들이 생산한 농작물에 신뢰를 하게 됐고, 직거래를 통해 제값에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었다.

마을에서 가공한 청국장, 된장, 포도주, 김치 등은 생산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꾸준히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손 대표는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유통과 값싼 중국의 농산물들이 우리의 식탁을 지배하고 있다. 소농들은 판로를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는데, 정부는 소농의 판로 대신 보조금을 통해 대농 육성에만 혈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농을 죽이는 일에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을을 기업화한 이후 주민들은 더욱 분주해졌다. 주말마다 찾아오는 손님맞이를 해야 하고, 어린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을에서 만난 70대 주민은 “예전에는 그저 직업이니까 농사를 지었는데 마을에서 수확한 농산물에 관심을 가지니까 보람도 느끼고 더 잘해야 하는 책임감이 든다”고 말했다.

친환경 두부로 대기업과 맞설 것
▲ 손창규 대표
안성 과채류마을은 현재 5명의 이사와 100여 명의 주민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다. 조합원들이 마을 회의를 하고 의견을 모은다. 주민들은 대기업이 점령할 수 없는 틈새시장을 노린다면 농촌마을도 충분히 높은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자신한다.

도시와 인접해있는 과채류마을은 요즘 새로운 사업을 진행중이다. 콩을 이용해 두부와 두유를 만들고 인근 아파트 단지에 공급을 하는 것이다.

대기업에서 생산하고 있는 두부는 유통기한이 길고, 선도가 떨어진다. 반면 마을에서 친환경으로 재배한 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판매하면 유통기간이 짧더라도 소비자들은 신선한 두부를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부를 발판으로 청국장, 콩나물까지 영역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요즘 과채류 마을에는 두부공장을 짓느라 정신이 없다. 공장은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두부공장이 운영되면 콩의 재배, 가공, 유통까지 각각의 분야를 책임질 사람들이 필요하게 된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고용창출이 되고 마을은 더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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