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진면 수촌리에서 참외 하우스 15동을 운영하고 있는 여담연(66)씨와 그의 부인 백명자(63)씨의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3월 15일 첫 출하 후 계속되는 수확과 세척, 선별, 포장작업에 부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새벽부터 시작된 오전 작업은 오후 1시를 넘겨서야 겨우 마무리 된다. 그리고 쉬는 것도 잠시, 시계바늘이 3시를 가리키면 다시 오후 작업에 들어간다. 이렇게 부지런을 떨어야 하루 40~50박스를 가락시장에 내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성주군 내에도 산지유통센터가 있지만 오후 12시부터 시작되는 이곳 경매시간에 맞추려면 부부 두 명의 인원으로는 턱없이 모자라 새벽에 경매가 진행되는 가락시장을 택했다.
여 씨 부부가 생산한 참외는 현재 가락시장 농협공판장에서 10kg 평균 4만 5,000원에 낙찰되고 있다.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여 씨는 “가락동은 소과, 중과를 선호해 지금처럼 중과가 많이 나올 때는 가락동으로 보낸다. 올해는 최고 8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우리는 가격을 잘 받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올해 이상기온과 저온 등으로 생산량 자체가 적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이득을 봤다고는 할 수 없다. 높은 생산비도 부담이다”고 덧붙였다.
22동의 하우스로 참외 농사를 시작한 여 씨 부부는 2년 전부터 15동으로 하우스 수를 줄였다. 대신 참외 질을 높이기 위해 하우스마다 보온덮개를 씌웠다. 덮개 가격까지 더하면 동당 평균 생산비는 200만 원에 육박한다. 부부는 내년이 되면 하우스 수를 더 줄일 계획이다.
백 씨는 “요즘엔 농사를 진짜 잘 지어야 돈이 몇 푼 남을까 말까다. 그래도 자식들 가르치려고 이렇게 계속 농사짓는다. 참외가 딸 셋, 아들 하나 다 키웠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참외 농사를 계속 이어나가는 이유를 말했다.
이렇게 부부의 손을 거쳐 고르게 선별된 참외들은 박스마다 차곡차곡 담겨 저녁께 가락동으로 가는 화물차에 실린다.
여 씨 부부가 생산한 참외가 실린 화물차는 저녁 7시 성주를 출발해 꼬박 3시간을 달려 밤 10시가 넘어서야 가락시장에 도착했다. 이날 성주에서부터 참외를 싣고 온 화물차주 김정문 씨는 농가에서 한 짝당 900원을 받고 가락동까지 참외를 배달한다. 5톤 탑차 한가득 참외를 채우면 100만 원가량을 손에 쥘 수 있다. 그리고 잠시 쪽잠을 청하고 이른 아침 성주로 내려간다.
치열한 경매의 끝, 좋은 참외는 소비자에게
짧은 시계바늘이 숫자 2를 가리키자 참외 공판장으로 중도매인들이 속속 모여들면서 이날 들어온 참외들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공판장을 울리는 경매사의 목소리와 더 좋은 참외를 사들이기 위한 중도매인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공판장 내에 활기를 더한다.
오늘 농협공판장에 들어온 성주참외는 모두 5,323박스. 새벽 4시가 넘어서야 참외 경매가 마무리 됐다. 김정배 가락농협 경매사는 경매가 모두 끝나자 “초반에 워낙 시세가 좋아서 그런지 8일 이후부터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오늘 상품, 비품 포함해 전체 평균 3만 7,000원이 나왔다”며 입을 뗐다. 김 경매사는 이어 “그래도 여담연 씨의 참외는 우리 공판장의 얼굴이다. 오늘 올라온 참외 중에서도 좋은 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새벽 2시 반, 여 씨의 핸드폰에 경매 낙찰가가 찍힌 문자 한 통이 왔다. 이날 여 씨의 참외는 최고 5만 6,000원을 기록했다. 일부는 중도매인을 통해 이미 신림동의 한 소매상으로 판매됐다. 여 씨 부부는 문자를 확인하고 다시 새벽부터 시작될 작업을 위해 잠을 청한다. <전빛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