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광우병 안전하다” 홍보

내부 게시판 통해 “광우병에 대한 고객 응대 시 활용하라”
농민단체 강력비난 “농협 존재 이유 의문”

  • 입력 2012.05.07 12:45
  • 기자명 김명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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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30개월 미만의 안전한 쇠고기만 수입하고 있습니다.’ ‘광우병이 발생된 소는 어떠한 용도로도 사용되지 않습니다.’ 지난 3일 농협중앙회 내부게시판에 ‘광우병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문서 중 일부다.

농협중앙회 축산컨설팅부는 이 같은 문서를 전국 지역농축협에 내려 보내고 이 내용을 고객 응대 시 적극 활용하도록 지시 했다. 하지만 하루만인 4일 게시판 내용은 여론을 의식한 듯 자체 삭제됐다. 국민을 보호하고 농민을 대변해야 하는 농협이 정부의 일방적인 홍보자료를 수용해 나팔수 역할을 자처한 셈이다. 이 문서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작성해 관련 기관에 홍보용 자료로 활용토록 했다는 후문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곽길자 정책국장은 “농협중앙회가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에 대해 정부의 입장만을 앵무새처럼 대변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농협의 존재에 대해 의문이 든다”며 “이미 내부게시판에 고객응대를 할 시 광우병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홍보하라는 내용을 게재하고 비판이 제기되자 은근슬쩍 삭제한 것은 농협답지 못한 처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대형마트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조차 고객의 요구로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교체하는 마당에 안심먹거리를 추구한다는 농협이 오히려 고객들에게 광우병쇠고기를 홍보하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4일 농협중앙회 축산컨설팅부 남인식 부장은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인정했다. 남 부장은 “농협 자체에서 제작한 문서가 아니라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내려온 문서다. 농식품부에서 관련기관에 협조요청이 있어 내부게시판에 올렸다”고 해명하면서도 “실무자의 착오로 생긴 일”이라고 책임 축소에 급급했다. 이어 “농협이 농민들을 보호해야 하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전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우병 미국소 수입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 정부의 뻔뻔한 입장을 농협이 거들고 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게 농업계의 여론이다. <김명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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