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선약(産後仙藥)

  • 입력 2012.05.07 09:58
  • 기자명 고은정 약선식생활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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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 미역은 전복, 소라의 중요한 먹이로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지에서만 식용하고 있다. 고려 인종 때(1123년)에 송나라의 사신 서긍이 편찬한 <고려도경>에는 ‘미역은 귀천 없이 즐겨 먹고 있다. 그 맛은 짜고 비린내가 나지만 오랫동안 먹으면 그저 먹을 만하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 조선시대의 문종 때(1451년)에 완성된 <고려사>에는 미역을 따는 ‘곽전’에 관한 기록이 있으니 미역이 예로부터 귀족이나 서민을 가리지 않고 널리 사랑을 받으며 식용을 했다는 기록인 셈이다.

민간에서는 산모가 출산을 하면 ‘첫국밥’이라고 하여 미역국을 끓여 먹이는데 이때의 미역은 해산미역이라고 하여 자르지 않은 길고 넓은 것을 값도 깎지 않고 사서 끓이게 된다. 미역국은 산모의 출산 후 자궁을 수축시켜줌은 물론 젖 분비를 도와주기 때문에 ‘산후선약(産後仙藥)’이라고도 불렀다.

<동의보감>에는 ‘해채(海菜)는 성질이 차고 맛이 짜며 독이 없다. 열이 나면서 답답한 것을 없애고 기가 뭉친 것을 치료하며 오줌을 잘 나가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므로 기가 뭉치고 열이 나거나 수분대사가 잘 되지 않아 소변보기가 어려울 때, 부종과 변비, 부인병 등에 식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겨울에서 봄까지 주로 채취하는 미역은 식품영양학적으로는 요오드를 많이 함유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산후조리, 칼륨·칼슘의 보충, 변비 개선, 비만예방 등에 애용되는 수산물이다. 또한 미역은 알긴산 형태로 존재하는 다량의 당류와 풍부한 칼슘, 철분, 나트륨, 칼륨, 요오드, 인, 비타민A, 비타민 B, 비타민 C, 섬유질 등의 성분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 알칼리성 식품이다. 농약이나 중금속의 체외 배설을 촉진하고 피를 맑게 하여 혈압을 낮추며 장의 운동을 활발하게 도와 인체 면역력을 높여준다.

그러나 미역은 성질이 약간 차가우므로 평소에 몸이 차거나 피곤하면서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날에는 적게 먹는 것이 좋다.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있는 사람도 주의해서 먹어야 하며, 일반인들도 미역을 지나치게 오래 많이 먹으면 몸이 마르게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속설 중에 시험에 떨어지거나 승진에서 탈락했을 때, 직장에서 해고당했을 때 쓰는 말로 ‘미역국을 먹었다’라는 말이 있다. 미역의 미끈거리는 점성물질 때문에 미끄러진다는 가당치도 않은 말이 생겨났으리라 짐작이 되는데, 현대의 식품영양학에서 보면 피를 맑게 해주고 대사를 원활하게 하며 열이 나면서 답답한 것을 없애주는 효능이 있으니 오히려 성적이 좋게 나오게 하는 음식이라 여겨진다. 앞으로는 시험 보는 날에 미역국을 끓여 먹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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